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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SA : California

미서부 11 - 몬터레이

중간지인 카멜에 도착하여 호텔을 좀 물색하다가 몬터레이 올드피셔맨 부두 근처의 숙소를 하나 잡았고, 저녁에는 어제 못먹은 해산물 요리나 실컷 먹기로 작정. 숙소에 짐을 풀고 긴팔옷을 좀 챙겨 우버를 잡는데 그때 도착한 회사에서의 문자.

업체직원이 연락했으면 말도 안한다. 휴가인거 뻔히 아는 우리부서의 팀 상사가 나와 본인과 다른 팀 책임자까지 단톡으로 묶어 새로 방을 파서, 그것도 업체의 문의문자를 그저 복붙해서 보내며 사전 양해 한줄 없다니. 보자마자 기분이 확 상해서 “휴가중이니 돌아가서 확인하겠습니다 “라고 한줄 남기고 단톡방을 나와버렸다. (와중에 내용은 복사 저장함..)

‘연결되지 않을권리’라고 하던데, 퇴근 시간 이후엔, 특히 영업일이 아닌 날엔, 휴가때에는 더더욱 무조건 상사의 편의대로 행동하는 이런 전근대적 사고방식은 없애고 그 불편함에 서로 적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모두에게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것이 선진국이고. 단톡방을 판 그 사람의 편의를 위해 그걸 굳이 카톡으로 보낸 것이지, 휴가자를 생각했다면 내 메일로 보내만 놨어도 충분했을 것이다. 나만이 알고 있는 특정한 뭘 물어보는 것도 아니었고 업체직원이 다같이 포함되어있는 등의 불가피한 상황도 아니었다. 카톡방을 나온 행위가 무례할까 신경은 쓰이지만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할까말까 고민했던 나 역시 꼰대 사고방식에 갇혀있는 것이고 그 고민은 발신인이 받을 당황스러움과, 우리사이에 앞으로 확장될 어색한 불편한 감정 같은 인간관계 문제인 것이다. 결정적으로 지금 나가지 않으면 타이밍 놓친 나는 그 창이 내 최근 대화창 리스트에 있는 걸 계속 보게 될테고 그것이 스트레스로 쌓일 것이다. 나머지 나의 휴가시간을 방해받지 않게 하기위해서라도 그러한 적당한 단호한 행위(이제 휴가중에 다시는 초대하지 마라) 는 필요한 것이고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싶다. (하지만 그걸 나 자체로 인정하게 하기 위하여 이렇게 구구절절 늘어놓는 걸 보면 여전히 쿨하진 못한 것 같다)

기분나쁨이 휴가중인 날 더 방해하게 하고싶진 않아서, 다시 기분전환하기 위해 애를 썼다. 우리가 찾아 들어가려던 식당에서 내가 먹고싶던 클램차우더스프를 시식으로 권하던 한 직원분의 컵을 받아든 순간이 전환점이었다. 그덕에 칼라마리 튀김과, 해산물파스타와, 클램차우더스프를 큰 사이즈로 골라 행복하게 먹고, 친절한 서버언니에게 맛있다 말해줬더니 무려 장미꽃을 선물로 받는 그런 행운도 누리고!

돌아와 밝고 따뜻한 숙소에서 ESPN에서 해주는 US OPEN의 나달의 준결승 진출 테니스 경기를 실황으로 보고 기념품 티조가리도 입어보며 깔깔거리고 사진도 흐뭇하게 훑어보며 이야기 나누고 여행기로 하루를 알차게 마무리 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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