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속도로는 진출입도 쉽고, 차량도 엄청나게 붐비지 않는데다 길도 잘 되어있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지 않았다. 고속도로로 가니 몇십키로도 금방 도착한다. 11시 50분쯤 산타바바라 시내를 출발했는데 100마일쯤 떨어진 샌루이스에 도착한 것이 한 13시 20분쯤 되었나. 원래는 여기서 점심을 먹으려다가 너무 늘어지는 것이 걱정되어,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 사고, 타코벨에서 퀘사딜라와 부리또를 포장, 마지막으로 주유소에서 기름을 만땅으로 채운뒤 바로 출발하였다. 14:00 이다.
본래의 목표는 몬터레이였다. 사실 이정도 예상만하고, 숙소를 이날 것만 확정하지 않았었다. 작은 도시이기도 하고 차를 타고 움직이니 , 이동거리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려는 계획이었다. 경우에 따라 카멜, 몬터레이, 아니면 산호세 근교의 더 위까지 이동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계획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건 날씨. 하루종일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는데, 바닷가쪽 날씨가 해무때문에 너무 안개로 뒤덮여 우중충한 것이 , 높은 산을 달리는 절경일수록 안보이는 안타까운 현상이! ㅜㅜ 그동안엔 아침엔 흐렸어도 오후에는 해가 쨍하니 들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날이 곧 갤 것이라 믿었는데 끝내 마지막까지 바닷가에 파란 하늘은 비춰지지 않았다.
안개사이에 가렸어도, 장대함과 웅장함까지 감출수는 없는 법. 어느 장면에서 어느 각도에서 봐도 감탄을 자아내는 광활함은 , 답답한 마음을 탁 트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나에게는 초록들판이 펼쳐지는 것과 황무지가 펼쳐지는 것은 굉장히 다른 느낌이라서, “황야”로 대변되는 미국 서부의 대자연이 감동적이기보다는 좀 무서움에 가깝달까. 게다가 오늘처럼 날씨가 흐리면 더더욱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무엇이든 펼칠수 있는 ‘기회’의 땅일지언정, 나에게는 그저 ‘죽은’땅과 같은 기분.
해안도로 여정이 길어서, 오후 내내 가는길에 차안에서 숙소를 좀 알아보고 예약하려고 했는데 , 어느정도 고도에 접어든 이후에는 인터넷이 안터졌다 ㅎㅎㅎㅎㅎ 그 상태로 두시간반 정도 갔나. 날도 흐리고 인터넷도 안되고 답답해하다가 어느순간 산을 넘어가니 내륙쪽은 또 아주 맑네! 해안가 드라이브만 제대로 망했어요 !
원래 몬터레이에서 톡 튀어나온 반도에 하늘과 바다와 땅이 절묘하게 섞여 절경이라는 17마일 드라이브를 오늘 피날레로 가보려고 했는데 이정도 날씨로는 별로 의미가 없을 듯 하여 내일 아침 다시 한번 날이 개길 바래보기로 하고 몬터레이에 묵기로 했다. 그나마 요 지역의 가장 유명한 빅서(BIG SUR) 에 걸쳐진 다리라도 제대로 보이고 사진한장 찍은 것에 위안을 삼기로. 그나저나 요새 마음에 드는 사진은 어째 죄다 뒤통수 샷인것이, 역시 얼굴이 둥근 달이 되었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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