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3일~17일
혼자 떠났던 호주 케언즈 여행.
케언즈에 살고있는 친구 서진이네서 3박4일 숙식을 했던
유일무이한 혼자여행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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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일주일 전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는 사람이었나. 나한테 너무 관대하기보다 좀 엄격해져도 된다. 그게 안된다면 적어도 객관성을 잃진 말아야지. 돌아보면 그렇게 크리티컬한 건 없는데도 늘상 늘어놓는 앓는 소리가 아닌가 싶게 매일 아침마다 힘들다고 죽상이다. 외로이 사는 것도 아니고 돌봐야 할 애가 있는것도 아니고 직주근접이 말도 안되게 멀거나 회사일이 엄청난 양인 것도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의 반복된 스트레스가 지겹고 듣기 싫고 하기 싫을 뿐. 사실 지겨움은 어느 종목에서나 있는 직장생활의 부산물이고, 여행도 이런 지겨움에서 탈출하기 위한 전형적 수단인데 왜 출발 직전에까지 계속 이리 어려운 건가. 대체 마음속에 있는 부담감은 뭔가.
1. 휴가라면 질색하는 센터장의 허락을 받아내는 것
2. 혼자 가는 휴가고 대행도 없어서 첨부터 끝까지 알아보고 챙기고 준비하는 것
3. 혼자 장시간 비행기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경유포함)
특히 1,2번 너무 스트레스다. 지겨움과 번아웃이 극에 달하면 쉬기위해 뭔가를 하는 것조차 일이다. 그냥 안대쓰고 삼박사일 침대에서 누워만 있는 휴식이 필요한 것일 지도 모르겠는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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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이틀 전날 상태
아침에 내 상태는 가장 날것의 느낌이다. 오늘따라 머리가 좀 아픈데 집에서 나오기 전에 뿌리고 나온 향수 한 펌프가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집이 발전소 앞이라 그런지 일어날때마다 목이 칼칼하니 먼지 마신 기분이고 (아마 환절기라 잘때 일교차 큰 바람을 마셔서 그렇겠지) 아침만 되면 착 가라앉은 기분이 착잡하다. 이런게 출근병인가 우울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고단하고 슬프다. 뭉뜽그려 그렸던 여행 부담의 정체가 점점 세부적으로 분화중이다. 휴가를 일주일이나 낸 것도, 마지막 금요일이 보상휴가인것도 눈치. 팀장과 센터장과 직원들의 불만스런 눈빛도 부담, 혼자 떠나는 것도, 홍콩 경유가 긴것도, 새벽에 출발하는 것도. 새벽에 도착하는 것도 , 거기서 그레이트배리어리프 투어를 혼자하는것도, 남편을 남겨두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쯤되면 이 휴가를 이렇게 쓰는게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걸 남은 올해안에 어떻게 다르게 쓸까 생각해보면 휴가 나눠쓰는 거 그거 또 보고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괴롭다(필수로 소진해야 하는 휴가). 휴가 가는게 죄악시되는 조직에서, 그 중에서도 유난히 두드러기 돋아하는 센터장과 팀장 직원들 사이에서 일하는 거. 현기증나게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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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면 과연 부담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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