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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Japan: Okinawa

오키나와 11 : 비오는 우미카지테라스에서 라멘 한그릇이면 딱 좋은 마무리

성에서 나올때쯤에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나올때 되니까 칭문밖으로 갑자기 엄청나게쏟아지는 비- 워낙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이라 그런가 날씨가 어지간히 오락가락 하는 모양이다. 점심먹으러 수산시장에 가려고 했는데, 주차장에서부터 건물들어서는 짧은 사이에 어깨가 흠뻑젖을정도로 비를 쫄딱맞아버렸다.

찾아간 이유마치 수산시장은 작지만 아담하니 깨끗했다.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었고 , 저렴했다. 싸지만 신선한 재료들. 문어와 참치회, 지라시스시, 꼬치3종을 포장해 먹고, 좀 부족한가 싶어 추가로 초밥 한판을 더 먹었는데 문어회가 특히 맛있었다. 생물 문어가 이리 쫄깃한줄은 처음 알았네. 곁들인 참치회도 훌륭했다. 만들어져나온 초밥보다 그냥 회를 사서 밥과 함께 먹는게 신선도 면에서 더 나은것 같았다. 비도 오는데, 원래 식당이 아닌지라 수산시장 구석에 벽에 붙여놓은 좁은 간이 테이블에 먹은 것 빼고는 훌륭한 점심식사였다.

식사후, 높다란 다리와 해저터널을 통과하여 우미카지테라스에 도착했다. 날씨가 좋았으면 그리스풍의 새하얀 계단식 건물들이 눈부시게 빛이 났을터인데, 비바람이 몰아친다. 급한대로 가게로 피신하여 구경이나 좀 하다가, 출국시간이 다가와 적당히 배를 채우고 출발하기로 하였다. 3일동안 오키나와 특산물을 먹는답시고, 그 흔한 일본라면 하나 먹질 못했다.

다찌에 앉아 미소라면과 우롱차 하나를 시키고 바 테이블에 앉아있으니 졸음이 몰려온다. 유리창 밖으로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분주히 파도가 치고, 펼쳐놓은 파라솔은 단단히 고정되어있지만 위에 천이 바르르 떨린다. 잎이 무성한 남국의 나뭇잎들도 산발한 듯 흩어져 휘날린다. 비는 그쳤는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에메랄드 바다가 무색하게도 나가볼수가 없다. 우미카지테라스의 명물 해먹카페이든, 맛집 햄버거든 날씨가 최우선으로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5시반 비행기라 3시반까지는 렌터카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들어가려고 계획을 세웠다. 이 공항은 국제선이 작아서 출국장 모든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두개밖에 없는 국제선 체크인 카운터 중 한곳에 줄을 서서 체크인하고 시간이 많이 남아서 공항내 쇼핑센터를 이리저리 기웃했다. 어제 쇼핑을 못해서 오늘이라도 좀 여유롭게 선물이라도 좀 사려했더니 오늘은 더욱 아무것도 못 샀네.

부모님께 드릴 파인애플 카스테라를 사고 , 오키나와산 소금으로 만든 작고 예쁜 입욕제가 눈에 띄어 샀다. 타코야끼를 팔길래, 4개들이를 하나 사먹었다. 500엔, 그래도 이번에 와서 이거저거 특징적 일식을 많이 먹었다. 회와 초밥 , 소바, 일식라멘, 타꼬야끼까지. 아 오키나와 특식 타코라이스도 먹었지. 네알밖에 안되지만 기름진 밀가루맛에 데리야키소스가 잘 배합되어 감칠맛이 난다. 얌얌. 주류 면세점에 들러 오키나와 전통주라는 아와모리주 작은 것도 하나 샀다. 푸른 공병이 예뻐서 장식장에 둬두면 흡족할 듯.

세관통과 입국심사를 순식간에 마치고 무국적의 공간으로 들어왔다. 늘 그렇듯 기대하며 공항에 들어서도 결국 세계 각국 공항마다 늘 비슷한 모습에 지겨운 글로벌 브랜드들만 보이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이곳 오키나와 공항의 주목할만한 점은 바로 밖에 바다가 아주 잘 보인다는 점이다.(활주로가 바다 바로 옆에 붙어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 파도가 많이 치는 바다가 보인다. 공항에서 이렇게까지 바다가 시원스레 잘보이는 곳도 많지 않으니 독특함이 충분하다.

비행기에 탑승했다. 돌아가는 비행기는 티웨이항공, 저가항공 중에서도 자리가 좁은 편이라 맨 앞자리 비상구 좌석을 미리 선불로 예약했다. 인당 만원정도 였던가. 늘 생각하지만 돈은 정말 쓰기 나름인 것 같다. 아끼는 것도 좋지만 즐기는 것도 중요하고 잘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중에 더 나이가 들면 그런 생각이 더욱 짙어지겠지. 제마다 맞는 나이의 때에 해야할 일이 있고 써야할 가치가 있는 일과 재정분담이 있다는 사실을.

티웨이는 떡볶이죠

그런 의미에서 비행기 기내면세점에 미니오일버너+에센셜오일 키트가 있길래 하나 구매를 했다 ㅎㅎㅎㅎ 요새 공기도 꿉꿉한데 향초나 미스트 말고 아로마오일 직화(?) 함 해봐야지!

오키나와 여행이 끝났다. 짧지만 강렬했던 한방이 있었지. 충격과 놀람의 연속이었던 결혼식. 그리고 여전한 일본만의 아기자기한 갬성. 처음으로 해본 좌측통행 렌터카여행, 그리고 오키나와의 맑은 바다. 추라우미의 거대한 수족관 속 고래상어.

오랜만에 방문한 일본인지라 깔끔 소박을 기대하였으나, 큰 고래보고 흠칫, 결혼식에 찐 놀라고 돌아간다는 3일간 오키나와 급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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