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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Japan: Okinawa

봄의 오키나와 1 : 많이 꼬인 편인 오늘의 일정

4년만에 다시 떠난 오키나와 여행 이야기
2023.4.7-12


어젯밤 저녁약속을 마치고 설거지 하고 나머지 짐 싸다 2시 반 넘어 잠들었는데 아침 6시 반에 기상해야 했다. 휴직 후에 알람이라는걸 맞춰본지가 어언 2년 다되어가는데 피곤함이 몰려온다. 벌떡 일어나 씻고 준비하는데 안방 화장실과 드레스룸에서 시끄럽게 하는데도 오늘따라 못 일어나는 아기. 어디 아픈건 아니겠지. 해외여행을 급하게 가는건 괜찮은데 아직 감기가 낫지 않은 아기가 아플까봐 그게 젤 마음에 걸린다.

장기간 여행으로 집을 비우니 냉장고도 비울겸 아침도 할 겸 마켓컬리 샐러드를 두 개 뜯어먹었다. 하지만 시간은 부족하고 챙길게 많은 상황에서 먹기 번잡스런 샐러드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결국 다 못 먹고 아기에게 주려고 콩만 비닐에 좀 싸왔네.

7시 15분 예상하고 30분에 출발. 가는 길 인천공항고속도로의 리무진 큰 사고도 있어 늦을까 식겁했으나 무사히 운서역 공영 주차장 도착. 차 대고 걸어서 공철을 이용해 공항으로 왔다.

카운터도, 수속도 인원 별로 없어서 쉽게 통과. 일찌감치 탑승동으로 건너가 파리바게트에 자리를 잡았다. 집에서 싸간 샐러드 콩으로 아침 먹으며 컨디션 회복중인 아기와 밖에 늘어선 비행기를 구경했다. 아기 뒤에서 백허그하며 살포시 끌어안고 떴다떴다 비행기 불러주는데 그때부터 신나고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아기의 기침이 심해지는 걸 우려하며 울상이기보다 어차피 시작된 여행 좀더 신나게 놀아줘보리.

면세 구역 안에서 최고봉은 탑승동 파리바게트와 유아휴게실이었다. 면세품은 하나도 안보고 여유있는 아침 먹고 귀염뽀짝 재밌는 휴게실 들러서 천천히 탑승. 성인만의 여행과 아기와 함께하는 여행은 여러모로 다르다는 걸 실감한다.

뱅기에서 이륙이 삼십분 늦어지며 아기가 졸려하길래 금방 잘 줄알았는데 환경이 쉽지 않은지 뜬눈으로 계속 사브작 거리며 왔다. 와중에 졸려서 아빠한텐 가지도 않아 나 혼자 2시간반 꼬박.  🫠 그새 키가 많이 커서 앞좌석에 발바닥 밀기 시전하여 끌어안느라 고생함.

내려서부터 예상밖 고난이 시작됨.

1. 입국수속할때 아기 있다고 따로 빼서 빈 내국인 카운터에서 수속해줬는데 내 지문인식이 안되서 십분 넘게 붙들려있었다. 출국할때도 자동 출입국 심사 거절당해 심사가 불편했는데 타국에서 최초등록조차 이렇게 문제가 생길 수준이라니. 앞으로도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질순 없다는 생각에 급 우울. 게다가 처리해준 일본 직원이 제대로 말도 못하고 업무도 버벅거리는 덕에 무엇때문인지 제대로 몰라 기분이 매콤해짐. 인감증명 못 떼는 것과 해외 입국 수속이 안되는 건 수준이 다른 불편함이잖나. 게다가 따로 빼줬는데도 이 생쇼 하느라 훨씬 더 늦게 나감.

2. 남편이 동반한 아기 QR이 다 안되어있어서 세관에서 일차 붙들림. 내거 통과 하고 가족으로 겨우 패스

3. 짐가방 나와있어 들고 가려는데 탐지견이 와서 킁킁거리더니 얌전히 앉아 주인을 바라보고(여기 가방좀 뒤져주세요 하는 신호) 우리는 끌려가 가방을 오픈했다. 아기걸로 챙겨간 일회용시판이유식 맘마밀과 소스가 소불고기, 치킨이 섞여있어 고기 반입 불가 내용이었다. 히야~ 파우치 안에 있는 고기를 알아채다니 진짜 개코네. 다행히 적당히 총 무게 재고 뺏진 않고 돌려줬다.

4. 국제선 출구가 공사중이라고 국내선까지 돌아서 밖으로 나가라는데 엘베도 몇번씩 다시 타고 2층 1층 빙빙 돌아서 출구 찾느라 한참 걸었다. 율이도 유모차 안탄다고 고집부려서 한층 힘듦. 덥고 습해 땀나고 피곤하고 걷기 지침. 그렇게 겨우 택시 줄 서서 타려는데 아기가 타기 직전에 잠들어버렸다.

5. 택시 구간이 십분이라 그만큼밖에 못자고 다시 깨버렸다. 렌트카 회사 도착했는데 영어 전혀 안되는 로컬이고 직원이 순박하지만 못미더운 스탈이라 한참 어버버 하는 바람에 아기가 춥고 낯선 차에서 잠도 못자고 오랫동안 벌벌 떨었다.

6. 렌트카 영어설정 해달라는데 직원이 둘이나 달라붙어도 계속 못하고 한 십오분 넘게 또 대기함. 그냥 포기.

7. 숙소가 너무 공장지대 외진데 덜렁 있어서 약간… 신경쓰였다. 게다가 날씨는 비가 쏟아지기 시작. 체크인 하려고 차 대려는데 아기가 또 도착 5분전 잠듦. 남편더러 체크인만 혼자 하고 오라 할랬더니 발렛만 가능한 곳이라 아기를 내리지도 못하고 체크인도 못하고 이따가 다시 올게요 하고 또 퇴각.

8. 재우는게 좋을거 같아 아기는 자게 냅두고 우리는 시간아껴 가까운 아시비나 아울렛으로 한번 가보기로 했다. 근데 주차장은 타워식이고 비가 심해지고 배는 고픈데 어디 들러 먹는 건 애매해서 또 스벅에서 커피 및 소세지빵으로 때움. 오늘 제대로 한끼를 못 먹네. 아기는 한시간 겨우 잤지만 카시트가 불편하여 컨디션 회복이 어려워보였다.

오후 5시가 다 될 무렵 마침내 숙소에 들어왔다. 아침 7시 좀 넘어 출발했는데 왜 대체 이제서야 도착한 거죠. ㅎㅎ 2시간 반밖에 안 걸리는 거리인데 하루가 다갔네. 그래도 잘 곳을 찾아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워보니 급 아팠던 배도, 추워서 으슬하던 몸도, 아기의 짜증도 줄었다. 흐려도 예쁜 바다가 잘 보이는 창문과 넉넉한 사이즈의 침대. 구조변경도 자유로운 가구들. 

삼십여분 꿀같은 휴식을 취하고 배고픈 아기에게 맘마밀을 한개 다 충분히 먹이고 우리는 유지를 만나러 회전초밥집 스시로로 출발. 

와서 기다리고 있던 유지가족. 일주일만에 다시 만난 친구. 맛있는거 잔뜩 시켜주고 난 허겁지겁 먹었다. 아기는 배가 부른지 좀 칭얼거려 내려줬더니 또 손잡고 홀 걷기에 열중. 밖에 갓챠가 있길래 스시세트를 하나 겟하고. 선물받은 예쁜 스벅컵도 까보고 감동하고. 

건너편 아기용품점에서 가성비 훌륭한 많은 물건을 만나 겁나 신나게 쇼핑했더니 10만원 나왔다 ㅋㅋㅋ 이어 카페도 들르자길래 분위기 좋은 일본 다방 맘껏 느끼고 옴. 마지막 스케줄 좀 피곤했지만 그래도 다녀오길 잘했다!!

역시 현지인이 그것도 절친이 있어 짱이다

스시집에서 획득한 오늘의 갓챠. 굿굿. 이제 여행 본격 스타트 해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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