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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Japan: Okinawa

오키나와 10 : 류쿠왕국의 슈리성

아침에 일어나 커피가 간절했다. ucc캡슐커피가 있던걸 기억해내고 그걸 먹을 생각에 간신히 일어날수 있었다. 벌써 9시가 다되었는데 움직일 생각을 안하니 역시 전날처럼 일정을 타이트하게 짜 놓아야 아침부터 좀 부지런해지지 나같은 베짱이는 내비두면 뭘 부지런히 하질 못한다.

일어나 얼른 샤워를 먼저 하고, 정비하고 밖으로 나왔다. 오키나와에 온지 삼일 되었는데, 날씨가 아직까지 적응이 안된다. 실내에서 내다보면 겨울의 시린 쨍함이 느껴지는것만 같은 햇빛인데 밖에 나오면 그만큼 낮지않은 느슨한 기온이 이상하다. 몸의 익숙함이 이런 것인가. 난 겨울에서 왔으니 바깥날씨가 여전히 추울것 같다는 예상. 동남아처럼 야자수 늘어지고 아지랑이 올라오는 풍경이 아니라 현재 한국 날씨와 비슷비슷한 풍경같아서 더 그럴것이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슈리성. 오키나와에는 오래전부터 일본본토와는 별도로 류큐 제도라는 왕국이 있었다는데, 이 슈리성이 류큐왕국의 왕이 살던 곳이라고 한다.

주차안내를 받아 차를 대고, 인포메이션을 통해 입구로 나오니, 양쪽 꼬리가 살짝 올라간 붉은 기둥의 신사문이 오르막길 중간쯤에 서있다. 이제야 좀 일본에 놀러온 기분이 나네, 도시마다 있는 조용하고 호젓한 신사가 나에겐 일본의 첫장면이다. 본토의 단촐한 도리이 같은건 없긴 하지만, 그냥 고적 명승이라는 자체가 이럴때 참 진가를 발휘한다.

스탬프 투어가 있어서 스탬프투어 지도를 받아들고, 호젓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회색 벽돌로 쌓은 성곽이 시원시원하게 뻗어있는 모습이 흔히 일본서 마주친 성의 느낌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고지대에 지어져있어서 언덕을 하나씩 올라가며 성곽사이 지어진 대문을 넘어가는데, 그러나 그 길이 일렬로 뻗어 시작부터 관광객을 좌절케하는게 아니라, 한치앞을 알수 없는 구성이 돋보인다. 직각으로 돌면 다음 문이 짠하고 나타나고, 어느덧 눈앞에 나타난 언덕을 올라가면 또 새로운 공간이 느닷없이 그럴싸하게 나타나는 그런 느낌? 지루하지가 않은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또한 코스가 언덕을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구조라, 오를수록 방금전보다 더 높은고도, 그것에 응당하는 더 시원한 뷰가 심심치가 않다. 어느새 관광지가 '새로운 풍경'과 싸우는 것이 되었나 싶기도 하긴 한데, 또 어쩔수 없이 그간 가져왔던 경험과 시시각각 비교하고만 있는 부족한 인간.

슈리성의 한장면은 아마도 이 풍경이 될 것 같다. 마치 횡단보도 깔아놓은 듯한 스트라이프 광장. 색깔과 터치가 굉장히 과감하고 팬시하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왕 앞에 나란히 열맞춰 앉아있는 건 비슷하네ㅎㅎ 귀여운 미니어처

성은 크지도 작지도 않고 독특한 매력이 있어 좋았다. 성곽이 유려하고 육각형 돌들도 특이하고 , 무엇보다 파워스톤이란 흰색 돌들이 밝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건물만 삭막한 것이 아니라 사이사이 초록초록한 나무와 정원의 구성도 돋보였는데, 마치 일본풍과 중국풍이 묘하게 혼재된 양식 같았다.

더 어두운 돌들로 만든 성곽도 있었는데 그것 역시 나름의 중후한 매력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각지고 단출한 느낌. 일본답게 역시나 깨끗하고 정갈했다.

2시간이면 넉넉히 충분한 산책같은 기분으로 구경할수 있었던 좋은 코스였다. 작정한 스탬프투어에 빼앗기는 시간이 돌이켜보니 아쉬웠지만, 너무 덥거나 춥지 않은 낢씨, 오르락내리락 하느라 운동화를 갖춰신고 온것도 적절했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