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Japan: Okinawa

봄의 오키나와 2 - 치넨미사키와 니라이바시카나이 브릿지

날씨가 생각보다 많이 개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바다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같은 침대에서 자고 일어난 아기가 옆에서 간지럽혔다. 밤새 잘 자고 일어났는지는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조식을 먹으러 출동했다. 오키나와 음식은 해조류가 많은 편으로 바닷가 느낌이 물씬 나는 특징이 있다. 운 좋게 가까운 창가 자리에 앉았는데 음식 뜰때 오며가며 보니 먹는 모습 자체가 그림이었다. 입맛은 조금 안 맞아도 넘나 예쁜 곳이라 기분이 풀린다.

밥을 먹고 앞에 있는 BIBI beach를 가보기로 했다. 안에서 볼 때도 바람이 심상치않더니 역시 밖에 나가니 강풍이 말도 못하게 심하다. 어제 비온 뒤 날씨가 아직 다 개지 않은 것 같다.

모래사장에 들어갔더니 아기가 크록스에 모래가 들어 갔는지 갑자기 걸음을 멈춰버렸다. 아기들은 신발 털어주는 게 일이라거니 이제 시작인 건가 😇

게다가 어제 산 아기 모자가 강풍에 자꾸 날아가려고 해서 아기가 그걸 신경쓰는게 눈에 보였다. 양손으로 꼭 머리를 눌러쥐다가 결국 안 쓰겠다고 난리난리침 ㅎㅎ

강풍 때문에 더 갈까말까 망설였지만 결국 다리를 건너 전망대 위에 올라갔다욌다. 성인 허리춤까지 오는 돌다리라 키작은 아기에겐 밖이 안 보여서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그저 다리 건너는 걸 즐기는 아기였다. 아직 계단과 경사로를 좋아하는 나이.  

사잔호텔 키즈룸에 있던 알파벳 카페트. 작은 공간이고 구색만 갖춰놓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있는게 어디냐 싶음.  

남편이 인형뽑기에 성공한 걸 본 역사가 없는데 이번에도 탐을 내길래 3번의 기회를 줬는데 점점 더 못해서 ㅋㅋㅋㅋ 지갑을 압수해버렸다 ㅋㅋㅋ

돌아와 햇반에 소스 비벼 든든한 점심을 먹고 길을 나섰다.

 아직 컨디션이 완전치 않은 아기가 잠이라도 푹 자야되는데 카시트 각도가 도와주지 않아서 약간 고민했지만, 호텔방에서 자고 나면 두시간은 훌쩍 지나게 되니 시간 세이브와 차에서 잠드는 편함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여행은 원래 불편한 거다 아가야 😊

첫 목적지인 다리에 도착하고 갑자기 시작된 겁나 멋진 풍경. 예감대로 역시 U턴 같은 건 불가능했다.

시골길 같은 일차선 길을 한참 달렸다. 박스카가 넘어갈 것 같은 세찬 바람은 덤. 남부의 니라이바시카나이 브릿지와 치넨미사키 공원은 그렇게 달려갈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뻔한 절벽과 바다의 멋이겠지 예단했는데 몇배로 숨막히는 절경이었다. 감기걸린 두돌아기가 방문하기엔 바람이 아주 많이 불었지만 그래도 꼭 보여주고 싶어서 자는 아기가 깨는 걸 기다렸다 함께 한번 더 내려갔다. 아직 어려 나중에 다 잊어버릴지라도 지금 내 눈에 이리도 좋은 건 저 친구에게도 분명 좋은 감정으로 남겠지.

아래로 내려 가기전 배가고파 간단히 푸드트럭에서 시킨 전병 타르타르 감자샐러드.  최고의 간식이었다. 오키나와에서 먹은 것중에 탑3에 뽑음 ㅋㅋㅋ

곶에 내려가다가 사진 찍는다고 아기 잡있던 손을 놓아서 팔꿈치 탈골 악몽이 재생되었다. 왼손을 잡고 있던 남편의 느낌과 아기의 표정, 엉거주춤 팔 모양 등 때문에 만세를 두세번씩 하는데도 뭐가 잘못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곶은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올라와 차에 타고 출발. 하필 강풍에 멍했는지 오는길 내내 자지도 않고 너무 조용히 앉아서 먹는것(퓨레인데!)도 그냥 저냥 무반응이라 엄청 쫄았다. 중간에 돌아본 오지마 섬은 어떻게 봤는지 기억도 안남. 

식당 근처 마트에 도착해 차에서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오른손으로 뒷자리 시트를 잡고 왼손으로 차 밖에 서 있는 아빠와 차간 유리를 두고 하이파이브를 신나게 퍽퍽퍽 치며 하는 거 보니 그때서야 약간 안심이 되었다. 아기 손을 놓은자 반성하라. 한시간이 너무나 길었다.

88 주니어에서 철판스테이크와 테판야끼를 시키고 고기,샐러드, 수프로 아기 밥을 줬는데 주는 건 별로 안 좋아하고 옥수수만 먹는다. 밥 먹고 나온 시간이 여유가 있길래 아울렛근처 스포츠 데포에 테니스용품 구경하러 다녀왔는데 아기의 집중력이 많이 흐려져서 힘들었다.

이제 편하게 쇼핑은 어려워졌음을 느낌 🫠
+ 지루해 해서 말랑한 정구공을 보여줬더니 품에 바로 끌어안고 카트에 넣었다. 카트에서 빼는지도 감시함
+ 카트에 앉아서 도저히 가만히 있지 않음.
+ 날씨가 아직 추워서 겉옷 입혀서 이동할랬더니 청자켓 안입겠다고 난리난리 쳐서 결국 못 입음..

힘만 빼고 소득없이 돌아와 실내수영장이나 갈까 후회를 살짝하며 둘째날 마무리.

아기 재우다 난 잠들어버려서 남편은 혼자 일맥주 까고 잠들었다고 함. ㅋㅋㅋ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