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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Russia

모스크바의 붉은광장




크렘린, 굼백화점, 성 바실리성당과 역사박물관은
붉은 광장의 동서남북 을 차지하고 있는 건물들이며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모두 몰려있다.

러시아 역사의 한복판, 붉은 광장은
러시아 말로 곧 아름다운 광장이란 뜻.

내가 보고 싶었던 차갑고 우아한 바로 그 광장이다.







# 그리고 굼

크렘린을 보고 난 뒤 역사 박물관을 끼고 언덕을 올라와
수많은 창을 가진 고풍스런 건물이 모습을 드러낼 때만 해도 이곳이
백화점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워낙 유명하여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굼의 위력.


고전 건축양식에 현란한 색을 더한 복원한 건물들은
고전미도 아니고 현대미도 아닌 저렴한 감흥을 안겨준다.
그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유명한 외국 도시에서도 적잖게 느끼던 느낌.

하지만 굼은 진짜이다.

같은 유리 아케이드 양식에 삼층짜리 긴복도를 가졌지만
예전에 보았던 모형같은 건물들과는 분명히 다른 그 위엄.

Гум : 심지어 글자의 형상과 조합도 딱 맘에 든다


                            ▲ 명품백화점 앞이니 립 정돈 발라줘야 한다는 귀요미





'색채'의 차이
인위적인 깔끔한 파스텔 색. 바래거나 스친 흔적이라곤 없는 깔끔한 외장 그런 게 아니라, 
몇백년의 세월을 한톤 다운하여 벽에 담은 명품 건물.
화려하지만 전체적으로 멋들어진 조화를 이뤄내는 디자인. 



3층밖에 되지 않지만 3개의 긴 복도를 가진 굼은
어느 복도의 어느 층에 서 있어도 자연채광의 아틀리에 빛과 더불어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뷰를 제공한다.



백화점 물건보다 백화점 건물에 눈길을 빼앗기는 아이러니
여러나라 백화점 중에 꼭 가봐야 할 수작이 있다면
그중에 하난 바로 여기 굼!


 

 

# 성 바실리 성당
붉은광장에서 가장 이질적이던 성 바실리 성당, 일명

하긴 이런 모양의 성당을 어디에 갖다 놓으면 어울리겠는가.
어디다 놔도 주변과 융화되긴 좀 어려운,
미친존재감

 



 

테트리스 성당의 양파지붕의 질감이 다 달라 보인다는 건,
실제 내 눈으로 보고 가까이 가보기 전까지도 믿을 수가 없었는데 :

어떤양파는 볼록한 곡선,
어떤양파는 가시뾰족타일,
어떤양파는 오목한 사선,
어떤양파는 부드러운 실크지붕

마치 여러 종류의 원단으로 만든 옷처럼
조각기술만 가지고 다양한 질감을 표현해냈다. 
감탄을 자아내는 건축 기술.
 


마침 바실리 성당 앞에 갔을 때 우리앞을 지나간 어떤 종교 집회 참석자들.
무서운 얼굴들을 하고 계셔서 한발 물러섰는데
그 또한 그 흐린 분위기에 한몫했다.
역시 여긴 뭔가 달라도 달라.
마음을 놓을만하면 긴장하라며 내 뒤통수를 때린다.





▲ 러시아 인증샷으로 무슨 사진을 카톡에 내걸면 제일 좋을까 생각해봤는데,
역시 테트리스 성당만한게 없다.




# 크렘린

크렘린은 러시아어로 성벽이란 뜻인데,
대개 큰 도시의 중앙에 궁전을 둘러싼 담과 담들 사이의 종탑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러시아 주요도시들마다 크렘린이 있지만
그 중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이 가장 크고 볼만하다.


▲ 크렘린 입장 게이트가 있는 Troitskaya 탑
▼ 붉은 광장 쪽에 면해 있는 탑, 밤이 되면 탑 꼭대기 빨간 별에 불이 들어온다.
 



크렘린 안에 들어가서는
일단 제일 먼저 보물들을 수집해놓은 박물관으로 향했다.

러시아는 역시 대국이라
박물관 내에 각국의 제왕들이 선물한 진귀한 물건들이 많았는데
그중에 나폴레옹이 러시아황제에게 선물한 그릇세트가 있었더랬다.
하얀 자기그릇에 부드러운 선으로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을 그려넣은 50여개 그릇 풀세트.
아, 그 안에 그 세밀한 묘사하며. 눈이 휘둥그레.


책을 보관하는 화려한 금장 책싸개와
신데렐라가 탈법한 호박마차
반지의 제왕에 나온 미스릴 갑옷
박물관 전시실 사이의 삼톤 철문
치렁이는 드레스가 있었지만


그릇세트가 위너. 올킬하시었다.


(그 그릇세트, 박물관에 있던 녀석이라 사진도 없어 아쉽네 ioi)

▲ 크렘린 내에 성당과 건물들
성당은 주로 관람용으로 개방되어 있고, 건물들 중에는 외교관련 집무실로 실제 사용하는 곳도 있다.
성당중엔 그리스도 성의교회의 거대모자이크벽화가 지존.

러시아 특유의 양파지붕은 거의 금장인데
크렘린 내에 있는 양파돔들은 특히 얇고 반짝거려 금박을 씌워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 모스크바의 완연한 가을 정취를 느끼고 



▼ 너무 크게 만들어서 한번도 못써먹어봤다는 미련한 대포도 보고 (이름은 게다가 황제대포)


▼ 만들어지자마자 짜개진 황제의 종도 보았다.
나라크기를 봐도 짐작하겠지만, 러시안의 싸이즈 욕심은 중국 못지 않다.




# 붉은 광장 만 두번

일주일의 휴가를 내고 앞뒤주말을 껴서 가는 짧은여행.
기껏해야 6일동안, 한 도시에서 같은 곳을 두번 가는 건 어찌보면 사치일지 모른다.

가만히 앉아서 도시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가도
막상 도착하면 그래도 볼 게 태산이니 최대한 발품을 팔아 둘러보고 싶어지는데


굳이 두번 찾아간 곳들이 있었다.
시드니의 서큘러 키 Circular quay
마드리드의 마욜 Mayor sq.

러시아의 붉은 광장. 여기도 그랬다.
한번 더 오고 싶었고, 둘째날 저녁무렵 어스름할때 다시한번 광장을 밟았다.


뭘까. 다영이도 물었는데,
당시에는 뭔가 똑부러지게 대답하지 못했던 그 이유.


처음 딛는 도시에 처음 보는 풍경은

새로운 장면을 보는 눈의 즐거움,
명성을 들었던 공간이라면 그곳을 내가 딛는다는 뿌듯함.
사진으론 담을 수 없는 실물의 감동을 온 감각으로 몸에 새기는 시간.

그것이 즐겁다.



그럼 그곳을 두번째 가는 이유

처음보는 풍경을 눈에 담는 즐거움과
지도에 새겨진 내 여행국의 히스토리 단계를 끝내고 난 뒤,
그 공간과의 진정한 만남을 갖고 싶어서.

내 집처럼, 내 일터처럼 내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서


하루 묵고 나오는 호텔방이 아니라
한달이든 반년이든 살아야 할 내 집은
첫날이 아니라, 같은 자리를 디디는 둘째날부터 비로소 진정 익숙한 내 것, 내 집, 내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붉은광장을 난 다시 디뎠고, 다시 보았다.
그 삼면의 아름다운 건물 병풍.

그리고 이제 마음속에도 들여놨으니, 언제든 꺼내볼 수 있겠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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