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가는 비행기편 게이트
32A로 들어서는 순간,
동양인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돌아오는 날 비행기 체크인할때까지 한명의 한국인도 보지 못했다.)
짐이 제 주인을 찾아올 확률이 50%라는 러시아항공 에어로 플롯
우리는 핀란드에서 공동으로 운항하는 에어로플롯을 타고 모스크바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편안한 핀란드에서
늘어진 긴장을 챙기고
코트를 바짝 땡겨 매며 들어선 기내.
날 반기는 예쁜 스튜어디스의 환한 미소
러시아의 첫인상, 나쁘지 않은데?
악명높은 에어로플롯의 색은 온통 파랑이다.
시트도 새파랑. 트레이도. 복도카펫도 새파랑
네팔산 새파랑 목도리를 두른 나를 환영이라도 하듯이.
가벼운 파랑은 아니고 이정도로 진한 파랑의 느낌.
일러스트레이터 결에게 들은 풍월에 따르면 러시아의 색이란다. 짙은 파란색. 회색.
러시아 미술에서 주 색으로 쓰이는 색이자 그 나라와 잘 어울리는 대표색.
#
고고하게 떨어지는 비행기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창문에 이마를 바싹대고 어두운 밤 가운데 시내불빛을 찾으려 하면
뒷자리 앉은 건장한 러시아 청년의 서양인종의 냄새
러시아는 무슨 족이더냐 슬라브족? 게르만족?
천둥치듯 번쩍번쩍하는 구름 사이를 뚫고 내려오자
너무도 선명한 모스크바의 자태가 짠하고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었다.
에어로플롯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거침없이 날개를 숙여 180도 턴을 한다.
과감하게. 민첩하게. 우주비행의 나라답게.
선명한 모스크바가 눈앞이다.
불빛이 깜빡인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오랜만에 받아본 정식비자. 날 한층 들뜨게 만들었던 요놈.
#
어느 나라에서든 입국심사대에선 살짝 떨리지만은
요샌 잦은 여행으로 인해 그런 긴장감도 떨어지던 나.
여기 러시아는 심장이 둥둥둥 떨리기 시작했다.
초청장에, 여행자라도 얄짤없는 거주등록제도에, 길가다 경찰 불심검문까지
여행자에게 unfriendly 한 러시아에서의 첫 관문.
여러명 늘어선 심사자 중에서 그래도 친절해 보이는 여자분으로 골라서 앞에 섰는데
여권사진과 날 비교해서 째려보기를 대여섯번.
머리카락을 귀뒤로 넘겨달라는 부탁에
여권에 붙어있는 비자가 잘 붙었는지 이상하진 않은지 그 표면의 감촉까지 확인하는 세세함에
러시아어에 벙어리인 나의 말없는 애원의 눈길을 받은 지 5분이 넘어서
겨우 형광색 스탬프를 비자에(!) 찍어주었다.
(입국 스탬프에 울고 웃는건 나뿐만이 아니므로, 입국도장을 비자에 찍어줬다는 사실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겨우겨우 공항에서 입국수속을 하고
긴긴 복도를 지나 마침내 공항 자동문이 열리고 공기를 들이마신 순간.
"아, 춥다!"
춥다. 10시간이 넘는 비행동안 쌓인 피로와 졸음이 갑자기 쨍하니 날아가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입김이 나온다.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아, 맞아. 러시아 추운 나라.
이정도는 되어야지.
드디어 도착했구나!
▲어찌저찌 정신 쏙 빼놓고 찾아온 모스크바의 첫 호텔
▲ 호텔 게스트카드. 엘리베이터 앞에 지키고 선 무표정 청년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절대 객실로 올려보내지 않는다.
▲ 러시아 거주등록 스탬프.
3일이상 머무는 도시에서는 무조건 찍혀있어야 하는 바로 그 거주등록 인증샷.
댓글2
- 김신영
아무래도 매력적인 러시아는 너의 블로그로 간접경험으로 해야겠다 . 비자에 스탬프라니 ..!!!생각만해도 넘 속상 ㅠ 갈 엄두가 안남
2011.11.19 15:16 답글쓰기 삭제 - 윤일로
그것도 형광주황색 스탬프였음 뵈지도 않아 ㅜㅜ
- 윤일로
출처: https://nangbi.tistory.com/627 [ro,nang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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