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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Russia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 엠게우



외국 도시방문의 핫 트렌드  - 대학탐방의 날

오늘의 대학은 그 이름도 간지나는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
엠게우다.

긴긴 지하철을 타고 우니버시타트 역에 내려서
이정표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건물에도, 
대학생 같아 보이는 학생들 뒤를 따라 걸었다. 

20여분쯤 걸었을까
어느덧 한적한 캠퍼스 같아 보이는 부지에 농구장도 나타나고 건물들도 하나둘 나타나고 
저 멀리 뾰족한 지붕의 큰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한눈에 척 봐도 '저게 메인동이구나' 싶을 만큼 각이 살이 있는 멋진 녀석.
저 특유의 높다란 지붕과 각잡힌 건축양식은 스탈린 양식이라고 한단다.


작게 보이던 건물은 어느새 성큼성큼 커져서 고개를 70도로 꺾어도 그 꼭대기가 보일락말락할만큼 가까워졌다.
입구는 그리 크지 않은 나무 문이었는데 안을 슬쩍보니 경비 같아 보이는 제복 아저씨가
출입하는 사람들의 신분증과 짐을 확인하고 있다.

아, 들어가고 싶었는데. 왠지 저지당할 것만 같아 머뭇거리고 있던 그때
다영이가 다가서며 그 분께 선뜻 여권을 들이민다.


"뚜리즘!(관광)"

"......."




결국 보기좋게 퇴짜를 맞았지만
상큼한 이 아가씨의 발랄한 용기에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그 순간 러시아여서 왠지 모르게 쫄아있었던 내가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는 건 포기하고 전체 건물을 둘러보기 위해 건물 벽을 따라 왼쪽으로 돌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레
아까 거기 그 위엄있던 건물의 정면이 무색하게 
돌아 들어가는 건물의 측면이 무척이나 길다. 

이거이거 우리가 측면을 본 건가?


앗, 여기가 정면이구나!!
아까보다 문도 훨씬 크네. 어쩐지.
어디가 앞인줄도 모르고 우리 정말 촌스럽다. 하하

건물을 바라보며 아무리 뒷걸음질을 쳐도
화각 딸리는 DSLR과 아이폰으로는
건물이 한컷에 다 안들어온다.
 
정면 좌우 시계탑 옆으로도 두배는 더 긴 뼘 건물이 늘어서 있었고
사진을 찍던 내 좌우측면으로도 사진에 미처 담지도 못한 엠게우의 날개, 기숙사동이 딸려 있다.

 





문득 가이드북을 읽고 있던 다영이가 물어본다.

"언니, 엠게우 후문쪽엔 동상이 서 있대. 이름이.. 미하일 로마노소프?"


철썩같이 정면이구나 생각하던 순간
뒤를 돌아보니 청동 동상이 하나 덩그러니..
부리나케 뛰어올라가 보니 이름이...


로마..노소브

러시아어를 드문드문 읽을 줄 안다는게 이렇게 좌절스러울 데가.... 

우리가 본 건 중앙 도서관을 마주하고 있는 후문


                    [A]정문

            ㅁㅁㅁㅁㅁㅁㅁ
            ㅁㅁㅁㅁㅁㅁㅁ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C]서문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ㅁㅁㅁㅁㅁㅁㅁ
            ㅁㅁㅁㅁㅁㅁㅁ
             
                    [B]후문


우리는 C 서문을 보며 걸어왔다가 B쪽으로 돌아들어왔지만,
결국은 A가 정면이었다는 그런 이야기.

(그림은 방향을 표시하기 위한 말도 안되는 축척의 무개념축약도이다)


▼ 엠게우의 건축설계자, 미하일 로마노소프의 동상이 빛나는 엠게우 후문(!)의 위엄 




 

 



사람들 지나다니는 도서관 입구에서 부끄러운줄 모르고 
쉽게 안나오는 비주얼의 멋들어진 대학건물을 배경으로 셀카작렬, 연출작렬 사진을 한참 찍어대고 나서
쌀쌀한 날씨에 슬슬 한기가 들어
가까운 카페에 가서 몸을 좀 녹이자 했다.



엠게우 근처에 참새언덕이라는 곳에 가면 카페랑 레스토랑이 좀 있다길래
가이드북을 뒤적여봤는데
지도 하나 없는 이 못난 가이드북 같으니 우리에게 영 도움이 안된다.


그래도 이곳은 대학 아닌가,
그것도 노벨상수상자를 몇명이나 배출한 명실공히 러시아 최고 대학 엠게우 
아무리 러시아라도 여기선 영어가 통하겠지.
씩 웃으며 마침 지나는 사람 아무나 골라잡아 물었다. 



"참새언덕 어떻게 가나요?"
"(엠게우 본관을 가리키며) 저기가 참새언덕인데요."
"저거 엠게우는 알구요. 참새언덕이요"
"(어깨를 으쓱이며)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해요"


그리고 두번째 여자 


"참새언덕이 어디죠?"
"여기가 참새언덕인데요."
"네? "
"(영어를 잘 못해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같이 있던 일행에게 러시아말로 뭐라뭐라 하고는 다른방향을 가리키며) 이쪽으로 걸어가면 우니버시타트 역이에요. 그리고 여기가 참새언덕이구요" 
 "..."



미치겠군.
이건 마치 서울대 정문에 서서 관악산이 어딨는지 물어보는 것 같은 우매한 질문은 아닐까. 
일단은 없는 정보 그러모아 최대한 짐작되는 방향인, 엠게우 정면쪽으로 발걸음을 뗐다.
정문 안봐도 된다며 쿨하게 포기한 두 여자에게 '엠게우 정문찾기'는 오늘의 운명인가보다. 
엠게우 본관으로 다시 걸어가 ( B->C->A 코스로 돌아서)   
정문을 뒤로 하고 앞으로 앞으로 걸었다.


주변은 아주 조용하여
쌀쌀한 아침 공원을 산책하는 그런 기분이다.
 
적응이 됐는지 이제 뭐 춥지도 않은 것 같고
사람하나 없는 넓은 공원에서 또한번 모스크바의 완연한 가을을 느끼며
슬슬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엠게우 정문이고 참새언덕이고 해탈한 우리는
가는 길에 나무숲이 우거진 걸 보며 이것이 참새언덕 아니냐며
차도를 건너며 좌우 경사가 좀 있으니 부지가 높은 이 자리가 바로 언덕 아니냐며
깔깔거리며 농을 해대면서
길을 걸었다.




나무숲이 끝나니 눈이 탁 트인 광장. 그리고 광장 끝으로 가니 그곳이 절벽(이래봤자 언덕)이다.   
그리고 눈 아래 앞에 펼쳐진 모스크바 강.


엇, 그렇다면. 지금 서있는 이곳이...설마
참새언덕?


기껏해야 해발 50미터는 될까.
그냥 동네 야산정도의 높이.
워낙 평지인 모스크바에서 이정도 높이는 꽤 높은 부지였던 것이다.

뭔가 홀린것만 같은 참새언덕 찾기.


이게 다 지도가 없어서 그런거야



▼ 그토록 찾아 헤메던 종착지. 참새언덕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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