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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Japan: Okinawa

오키나와 5 : 내 생에 가장 큰 수족관 , 츄라우미의 고래상어

숙소로 돌아와 씻고 체크아웃 한뒤에 짐은 차 트렁크에 넣어두고 걸어서 추라우미 수족관으로 향했다. 오키나와의 최대 관광지 추라우미 수족관은 이곳 해양박물관 내에 있는데 우리가 묵은 미라부 호텔도 박물관 부지 내에 함께 있어서 수족관에 걸어갈 수 있는 것이 이 호텔의 장점.

시간을 보니 돌고래쇼를 한다는 11시에 거의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서, 수족관 입장 전에 쇼부터 보기로 했다.

야외에 마련된 돌고래 쇼장은, 사람들이 이미 몇백명 가득 들어차있었다. 자리가 없어 한켠에 서서 관람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살짝살짝 움직이던 돌고래들이 어느새 점프도 하고, 솟구쳐서 공을 건드리기도 하고, 박수도 치고, 뒤로 돌아 재롱도 떨었다.

돌고래쇼를 보다보니 귀여운 한편으로 불편한 기분이 번져온다. 나는 엄청난 동물애호가도 아니고, 동물보호에 적극적인 성격도 아니지만 그냥 저 작은 수조에 갇혀서 먹을것을 빌미로 하루에도 몇번씩 똑같은 행동만 하고 있는 돌고래가 불쌍하기도 하고, 저걸 재밌어 하는 인간들이 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데 한편으로는 야생에서 정말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에서 도태되는것보다, 여기서 점프 몇번하고 먹을것을 확보하는 것이 나은건가 싶은 생각과, 그래도 '투우'같은 것보다 돌고래쇼는 귀여운 수준인가 하는 생각이나, 기예나 서커스단에서 일하는 사람 역시 돌고래와 다를바가 무엇이며(물론 인간은 선택해서 그 직업을 택했다는 큰 차이가 있지만) 그 서커스를 돈주고 재미있게 구경하는 마음이나 뭐가 다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가지 생각은 드는데, 역시 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이런일들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명확히 옳고 그름이 나눠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가치판단하는 일이 너무 어렵다.

추라우미 수족관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여타 수족관에 비해 큰 특징은 '쿠로시오 바다'라는 이름의 대형 수조가 있다는 것이다. 높이 8미터 폭 22미터에 이르는 어마한 사이즈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다고 하니, 이 수족관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이것이 쿠로시오의 바다!!

이런 사진으로 대충 수조 사이즈를 짐작할 수 있다.

웬만한 사람은 이 수조 앞에서 넋을 잃고 쳐다보게 되는 것 같다. 아쿠아리움을 처음 간 아이의 기분이 이런걸까.

수조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래상어인데, 수조 안으로 비치는 자연광을 받으며 유유히 헤엄치는 두마리의 고래상어와, 대형 가오리가 이 수족관의 상징. 그 크기에 압도된 것도 압도된 것이지만, 사람들이 수족관 앞에 다닥다닥 달라붙어 검은 실루엣들을 만들고, 그 위에 엄청난 사이즈로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상어의 비주얼과 푸른 수조의 대비는 정말 어디서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긴 시간 있지는 않았지만, 대형 수조를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그 고래의 유영을 보는 순간은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현실의 시간을 잊을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나저나 상어의 무게가 5500키로라니-!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다.
저 무거운 상어가 두마리씩이나, 거기에 물이 그렇게나 가득 들어찬 수조는 도대체 얼마의 압력을 견디고 있는 건지, 이런 류의 물리공학은 볼수록 아찔하고 위대하다.

수족관을 나오면서, 기념이 될만한 물건을 하나 꼭 사오고 싶었는데, 고래상어 인형으로 낙찰!

그리고 마지막 문을 나오기 전에 200엔짜리 뽑기가 눈에 띄어 '갓챠의 나라'에 온 기념으로 한번 굴렸는데, 역시 한번이 두번이 되고, 두번이 세번이 되어, 결국은 3버전의 뽑기를 한국으로 데려오고 말았다.

첫번째 수조 앞 어린이와 다이버가 젤 맘에 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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