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여행 2일차
아침의 계획은 그러했다. 7:30에 일어나 조식을 먹고, 근처 비세숲에 갔다가 호텔로 돌아와 씻고 체크아웃한뒤 추라우미 수족관에 가는 것. 여행지에서 이리 바지런히 움직이는 건 잘 없던 일이다. 늦게까지 돌아다니는 건 많이 해도, 8시 이전에 움직일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고무적인 일. 흐흐 짧은 여행기간이 몸달게 했나 싶기도 하고.
다행히 호텔 근처에 걸어서 다녀올만한 거리에 둘러볼 곳이 있어서, 차를 타거나 분주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일어나 옷만 갈아입고 갈수 있어서 그게 게으름의 상당부분을 감소시킨듯 했다.
이 오리온 미라부 호텔의 조식은 일반적인 글로벌브랜드의 아메리칸식 조식에 일본 가정식이 좀 덧붙여진 느낌. 한식 코너처럼 일식 반찬코너가 있어서 해조류와 두부 뭐 등등 몇개를 집어와 먹었더니 너무 건강한 느낌이든다. 오늘 점심에 일식 가정식을 계획했던 건 어디 다른걸로 대체해볼까?? ㅎㅎ
식사 중 발견한 요 호텔의 특이한점은 테이블에 ‘사용중’임을 알리는 코팅종이가 있다는 것인데, 부페를 갈 때마다 소지품 하나 없이 여러번 자리를 비우면서 우리 자리를 치우면 어쩌지 하던 걱정을 불식시키는 간단하면서도 편리한 시스템이다. 근데 식사 마치고 떠나고 난 다음에는 어떻게 하지?? 다시 통에 꽂아놓고 나가면 되나요?
밥을 먹고나서 바로 비세숲쪽으로 이동했다. 리조트 정원을 구경하고 아래쪽 문을 통과하여 근처 숲의 자전거 대여점을 찾았다. 가는 길은 조금 흐리고 습한 가운데 고요했는데 나름 아침의 온도와 기운이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고양이도 지나다니고, 우마차 타는 장소에 붙은 소달구지 그림간판, 일일 주차장을 운영하는 할머니가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 등이 눈에 띄었다. 가끔 미국 서부영화 같이 카우보이 나올법한 디저트 가게, 화려한 꽃무늬로 장식한 하와이안 카페 같은건 이곳에 주둔했다던 미군의 영향인지, 약간 이질적인 기분도 들고.
자전거 대여점에 도착해서 여러 자전거중에 신중히 고른다고 골랐는데 선구안이 부족한 탓인지 후진 자전거가 낙찰되었다. 기어도 엉망이고, 타이어도 바람이 빠져 잘 나가지 않는 데다가, 바퀴가 돌아갈때마다 휠에서 끽끽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래도 다행인건 평지고 숲길이라서 그냥 쉬엄쉬엄 타는 것도 괜찮았기 때문. 한 구역 전체가 고목의 숲으로 보존되어있고, 그 안에 집들과 작은 오솔길들이 가득했는데, 적절한 코스를 정해 비석을 세워 길안내를 삼아두었다. 걸어갔으면 꽤 길고 조금은 지루할수 있었을 듯 한데, 아침 운동하듯 자전거로 달리는 길이 상쾌했다.
비세곶까지 다다랐지만, 역시 작은 마을인지라 별다른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때부터는 그냥 해안가를 따라 자전거로 쭉 달려돌아왔다. 날씨가 조금 흐리긴 했지만, 앞 바다는 잔잔한 하늘색으로 넓게 펼쳐져 충분히 아름다웠다. 날씨가 조금더 맑았다면 훨씬 낭만적이었을테지만 -
자전거를 반납하니, 자전거 대여점의 아주머니가 서비스라며 우리에게 도나스를 하나씩 주셨다. 일본 오키나와식 도나스인것 같은데, 어렸을적에 먹어봤던 국진이빵 같은 맛이었다. 그래도 예상치 못한 호의는 가진 맛보다는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장점이 있게 마련인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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