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8-20
일본 오키나와
여행 겸 결혼식 참석
코로나 3년차, 올해는 가까운 일본이라도 다시 갈 수 있을까?
오키나와로 출발하는 날. 첫날부터 피곤하면 안되니 늦지 않게 자려고 했는데, 짐을 싸던 중 갑자기 더운나라에 결혼식 가느라 챙긴 오픈토 신발에 걸맞는 패디큐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보니 바르는 김에 얼결에 탄력이 붙어 손톱 매니큐어까지 두칼라로 바르게 되었다. 마룻바닥에 앉아 허리를 구부리고 꾸그린채로 낑낑거리는데 이게 섬세히 바를라다보면 은근히 시간이 드는 작업인데 깔끔히 안되고 지지부진이라서 등허리가 쑤셔올때쯤 겨우 마치고 잠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본게 새벽 두시반쯤 된거 같은데, 이거 첫날부터 또 시작이네.
겨울에 더운 나라로 떠나는 2박3일의 일정. 두꺼운 코트를 어찌해야 편할지 생각중이다. 첨엔 공항에 차를 가져갈까도 했는데, 인천공항 단기주차장은 하루에 24천원이라 3일이면 7만원이 넘으니 너무 비싸고 , 장기주차장은 하루 9천원이지만 자리가 별로 없는데다가 겨울코트를 차에 두고 가는 메리트가 없어 고민을 좀 했다. 주차대행도 있다는데 차량 보존에 대한 염려가 좀 있고 음. 결국 평소대로 합정역 앞에서 공항리무진을 타고 출발하여 코트는 공항 코트보관실에 유상서비스로 보관하기로 결정.
밥통 밥도 비울겸,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로 하였는데 찬밥에 참치 계란 고추장을 넣어 만든 볶음밥이 훌륭하다. 이것저것 챙기느라 바쁜 와중에도 너무 맛있어 행복했다. 이게 얼마만의 아침인지, 8시에 나오려했는데 아침밥의 여운인지 조금 더 뭉개고 있다가 15분쯤 나왔다. 8시 25분 차. 리무진도 만석이다. 평일 오전인데도 이시간에 공항 가는 사람이 많은지 겨우 자리를 찾아 비집고 앉았다. 40여분쯤 달렸나. 공항에 도착을 하니 9시가 조금 넘었다.
두명 자리가 떨어질 우려가 있어 일단 체크인을 먼저 하고, SKT 로밍센터에 들렀다. 이번 여행기간이 만2일+ 서너시간 넘는, 이틀같은 삼일인데 하루당 요금이 9천원이라 5일간 25천원 패키지 요금으로신청했다. 로밍센터 들른김에 전압을 110v로 낮춰주는 돼지코 두마리를 빌렸다.
요새 날씨가 한창 추웠는데 다행히도 오늘은 아주 춥지는 않았다. 그래도 얇은 옷만 입고다닐순 없으니, 겉에 두꺼운 잠바를 하나 입고 왔더랬다. 옷을 맡기러 지하일층 코트룸으로 가는길, 공항금융센터에 있는 후배가 생각나서 한번 전화해보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받는데 마침 오늘 아침에 출근하였단다. 교대근무라 못 만날 확률이 더 높은데 반가우니 얼굴이나 한번 보러 들러보기로. 녀석이 공항의전이라며 커피 대접한다고 스타벅스 앞에 기다리라고 한다. 결혼식 당사자는 이 친구도 아는 학교사람이라 만난김에 축의금도 전달하기로 했다.
갑자기 얘를 만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호오옥시 우리의 코트를 지점 갱의실에 이틀만 둬두는건, 안될까...?! 우리가 돌아오는게 일요일 저녁 7시반쯤인데 혹시 몰라 근무시간을 물어보니 일요일 밤 11시까지라며 흔쾌히 코트를 받아든다. 그 보관 값으로 나중에 맛있는 저녁이나 사주는 걸로.
커피를 테이크아웃하여 옷 넣으러 지점에 잠시 들어가봤는데 생각보다 공간이 작다. 워낙 인원도 많고 유명한 공항지점이라 구경할 맛 나게 삐까번쩍 할 줄 알았더니만, 생각해보니 공항에 임대료도 비싼데 굳이 큰 공간 차지할 필요도 없겠지. 그래도 최신식 번역지원 환전 기계가 눈에 띄고, 환전머신을 두고 창구 직원이 뱅 둘러 앉은 레이아웃이 특이했다.
후배랑 인사하고 출입국 심사를 통과하여 안쪽으로 들어왔다. 이번 출국시에 뭐 필요한게 없나 고민하다가 최근 미팅이 잦아 명함지갑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가게를 좀 둘러보다가 발리에서 적당한 사이즈의 물건을 하나 고르긴 했는데. 너무 튀는 거 같아 좀 갸우뚱.. 그래도 필요한거니깐. 구질구질하게 살지 말자고 생각했다. 이 물건이 첫인상에도 깔끔하니 이뻤으니, 애정을 갖고 가지고 다녀야지.
출국시간인 11시 30분에 맞춰 외항사 탑승동으로 셔틀트레인을 타고 이동했다. 오랜만에 넘어오는 듯 하네. 게다가 이스타 항공은 처음이다.
비행기가 출발했다. 두시간반 거리인데 기내식이 없다니 굳이 배가 안고픈데도 뭔가 아쉬운 느낌. 이스타샵 잡지를 뒤적거리다가 신라면 컵라면을 하나 주문했다.가격은 4천원.자리배치가 가운데 복도있고 양쪽으로 3*3이라 우리 옆자리에 여자가 하나 더 앉아있는데, 라면 냄새 때문에 좀 고역일것 같아 미안하지만, 배고파서 안되겠어 미안~
창문 밖으로 간간히 바다와 섬이 보인다. 청색 바다에 갑자기 에매랄드빛이 나오는 부분은 아마도 산호로 인한 하얀 물결이 부서지는 부분인듯 하다.멀리서 보면 마치 블루홀처럼, 구역 경계가 뚜렷한게 느껴진다.(블루홀과 다른점은 홀 색깔이 더 연하다는 것이다) 비행기가 바다 가까이까지 고도가 내려오자 바닷속 색깔과 모양이 분간이 되며, 산호로 인한 물결임이 드러나고, 그 물빛아래 영롱한 산호의 빛깔들, 자연의 거룩한 예쁨이 느껴진다. 남쪽 나라, 특히 바다가 예쁜 나라에 놀러오는 것은, 역시 공중뷰가 최고다!
비행기가 착륙했다. 비행기 창으로 더운 온기가 느껴진다. 이곳이 남쪽 나라이구나.
공항은 오래된 건물이었고 작았지만, 잘 관리된듯 페인트 벗겨진곳 하나 없이 단정했다. 입국심사서를 작성하고 간단한 심사를 거치고, 금세 짐을 챙겨 세관을 순식간에 통과 밖으로 나왔다. 출구게이트 앞에는 렌트카가 종류별로 다 팻말을 들고서있었는데 우리가 예약한 타임스 렌터카를 바로 발견, 그 사람을 따라 밖에 세워진 셔틀버스로 이동했다. 우리가 맨처음이었는데, 뒤에 몇팀을 더 태워 정해진 시각에 출발하여 렌트카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것 같았다.
공항 밖 첫 공기는 청명함. 생각보다 서늘한 느낌이 와 닿았다. 오키나와도 12월은 12월이네. 바람이 적당히 세게 느껴진다. 구름이 간간히 있지만 하늘은 맑았다. 셔틀 버스는 중국어 한국어 일어로 안내를 하였고, 흔한 오역도 없어 좋았다. 세블럭 정도를 돌아 노란색 건물에 도착을 했다.
흡사 가야금 소리와 같은 전통미 뽐내는 음악이 나오는 널찍한 건물 로비. 실용적이고 간결한 프로세스로 렌트 절차를 밟았다. 친절한 여직원의 안내에 따라 차를 수령하러 나왔는데 주차장에는 까맣고 큰차가 와이퍼를 두팔벌려 열고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다( 세차가 끝나고 말리는 중이었다) 운전할 남편이 직원에게 설명을 듣는 동안, 나 먼저 타고 있으려고 차 오른쪽 조수석 문을 열었다가, 운전대가 우측인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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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뭐 좀 먹어야지. 오후 세시인데 제대로 점심을 먹지 않아 배가 고팠다. 첫 끼니로 오키나와 특산이라는 두부소바를 택했다. 국수 집까지 네비를 찍으니 11킬로 , 처음하는 좌측통행 운전에 적응해가며 서서히 속도를 올렸다. 일본 운전은 좌우가 다른 것 외에도 한가지 한국과 큰 차이가 있는데 그건 좌회전(우리로 치면 우회전) 도 파란신호에만 가능하다는것. 과속은 벌금 20만원이래고, 운전 중 핸드폰도 강력히 단속한다고 하고, 기본 좌우 등 신경쓸게 많아서 초반엔 좀 긴장을 한 것 같다.
차는 많진 않지만 길은 좀 막히는 편이었는데, 메인 도로인데도 차선이 적고 길이 좀 좁은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도심 주변을 지나는 큰길이라 그런지 차들이 꾸역꾸역 몰려나오는 기분이었다. 십 여분 지나서 골목길로 접어들었더니 일본 특유의 동네길 모습이 나타났고, 찬찬히 나무가 예쁘게 늘어선 골목길 내를 요리조리 운전하면서 한방에 가게를 찾아 주차.
원활한 진행에 스스로 만족하면서 국수집 문을 드르륵 연순간, 아주머니의 곤란한 표정과 함께 두팔로 그린 엑스자. 그리고 여러말을 빠르게 늘어놓는 가운데 한마디 분명히 알아들은 그말. “고멘나사이"
하필 지금 딱 우리부터 재료가 떨어진 것이다! ㅜㅜ
10초 전에 들어간 우리 바로앞 손님이 벤치에 엉덩이를 붙이기도 전인데, 눈뜨고 코베인 것 같은 타이밍에 황당 허탈해하며 나가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주방 아줌마로 보이는 분이 지나가면서 눈짓을 한다. 뭐라뭐라 계속 설명을 하시는데 우리가 못알아들어서 답답하신지, 직접 나와 메뉴판에 한 메뉴를 가리키며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이셨다. 아마 나머지 재료를 그러모아 작은 한그릇을 만들어줄것 같은 느낌. 그렇게 우리는 럭키하게 마지막 중짜리 국수를 겟하였다!! (중, 대, 특대)
자리잡고 앉으니 금방 국수대령. 순두부같은 몽글한 두부조각들과 깊은 두부육수(?)에 탱글하고 쫄깃한 면이 마치 라면처럼 뽀글뽀글한 자태로 섞여있다. 아주 푹 고아서 만든 부드러운 돼지고기 덩어리가 고명으로 서너개 얹어 나오는데 한 숟갈에 함께 얹어 맛보니 부들부들하고 담백한 그맛 ! 그 하날 못먹고 나왔으면 진빠지고 아쉽고 또 다른델 찾고 또 찾아가고 시간을 여럿 버렸겠지 싶다. 시작부터 럭키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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