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에서 요새 가장 유명하다는 미술관인 테이트모던을 첫 관람으로 골랐다. 르네상스 작품들이 즐비한 내셔널갤러리와 전세계의 훔쳐온 유물들이 수집된 대영박물관도 있지만, 의외로 런던사람들은 현대미술에 훨씬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테이트 모던 이외에도,테이트 브리튼, 서머셋하우스 등 수준높은 현대미술이 활황이다.
테이트모던의 첫인상은 ‘세다’ 는 느낌. 확실히 현대미술은 센언니같은 느낌이 있다. 재료와 기법도 특이하지만 일단은 충격적인 요법이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비주얼 충격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나의 기반지식이 부족하여 조금더 작품을 알면 좋을텐데, 그냥 직관적인 느낌만으로 감상할수밖에 없는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다른때는 오기전에 준비하며 작가나 작품의 책도 좀 찾아보곤 했었는데, 이번엔 부족한 준비가 너무 티가 나네. 여행에서조차 갈수록 게을러지는것 같아 -
테이트 모던의 전시실은 전체적으로 퀘퀘한 나무냄새가 났다. 다른 미술관처럼 천장이 엄청 높거나,따스하게 밝거나 하지도 않았다. 아마 보통 갤러리로 사용하는 궁전같은 옛건물이 아니라, 버려진 산업시대의 창고같은 건물(보일러실)을 사용했기 때문일거다.
어떤 한 전시실은 아예 어둡지도 아예 밝지도 않은 이상한 낮은 조도에 온 벽면이 진한 붉은색으로 둘러싸였었는데, 마치 붉은 강 같기도 하고 흩트린 물감 같기도 한 이곳은 지나치게 조용하고 또 여전히 퀘퀘한 냄새가 났다. 이런 곳은 관람객에게 뭘 느끼게 하려는 걸까.
이런 어색한 색깔과 어색한 빛이 내몸전체를 둘러싸면 난 압도당하는 느낌이 날 지경인데 이런 압도감으로 일부러 어떤 다른 생각을, 일상적이 아닌 그 이외의 생각을 발현하게 하려는 의도인걸까. 궁금하다. 예술가들의 세계관이, 그 세계관이 나에게 주는 영향이-
한편으로는 나의 동반자나 가까운 가족 지인들이 이런 예술을 접하면, 이 그림을 이 공기에서 직접 보면 새로운 세계를 접한 아름다움을 내게 어떤 표정으로 보여줄까. 그것이 좋은 예술을 접할때마다 내게 요새 생기는 강렬한 동력이다.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그들에게 그 이상의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새로운 충격을, 새로운 세계를 주입시키고픈 느낌. 감각의 확장을 이끌어주고 싶은 느낌.
미술관 6층에 카페가 있어서 한번 들러봤는데, 이곳이 제대로 된 명당이다. 구름낀 하늘과 템즈강 건너 펼쳐진 건물들의 조화, 그리고 적당히 높아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창가 뷰 -
(며칠 전 유퀴즈에 나온 정인성(음주독서가 CEO)님이 시간이 하루 난다면? 이라는 이름으로 런던의 하루를 상상으로 재구성할 때 이 카페가 나와서 깜짝 놀라기도 했더랬다. 내가 럭키하게 우연히 발견한 자그만 공간인 줄 알았더니만 그렇게 유명한 곳이었어 ㅎㅎㅎ)
창으로 난 바 테이블에 앉아 케익을 곁들여 커피를 한잔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좋네 좋아
여행을 와 처음으로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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