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많이와서 버스를 타고 코벤트 가든으로 이동했다. 코벤트가든은 실내에 조성된 몰인데, 몇개의 브랜드샵과 더불어 이름모를 작가들이 직접 디자인한 소품 등을 나와 파는, 오리엔탈부터 장난감샵까지 컬렉션도 다양한 곳이다. 몰 한가운데서는 오솔레미오를 부르는 흑인아저씨가 그 풍부한 성량으로 풍미를 한껏 더해주고 있다. 어제 저녁에 들렀던 본드스트리트의 명품샵들보다, 옥스포드서커스의 글로벌브랜드샵들보다 훨씬 구미를 당기는 느낌. 거리의 예술가들이 그린 그림, 소품들이 눈길을 빼앗는다.
엄마가 어렸을적에 조잡한것좀 사모으지 말라고 늘 그랬었는데, 그러고보면 사실 난 음반, 서적이나 그릇, 앤틱 등 정말 특정 취향도 없이, 그저 느낌만 오는 물건들의 뒤죽박죽 집합소를 만드는데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유행을 선도하는 런던에서 썩 괜찮은(=비싼) 물건을 구해오거나, 버버리같은 영국브랜드의 명품을 싸게 사거나 하는 천금같은 기회를, 이 잡동사니를 구경하는 시간과 맞바꾸고 있으니. 그렇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한국에서도 파는 물건을 구경하고 가격을 비교하는데 시간을 쓰거나, 교외에 있는 명품 아울렛에서 구경하느라 굳이 이 짧은 여행중 하루를 할애할 일은 많지 않을듯 싶다.
가는길에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영국 디자이너가 그린, 런던의 풍경을 담은 책을 한권 샀다. 흔한 사진첩이 아닌, 도시의 각 장면들을 크로키로 스케치한것 같은 느낌있는 그림들이다. 외국에서 이런 디자인서적을 산건 처음인데, 도시의 한 풍경을 담은 사진이나 포스터보다 오히려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자주볼진 모르겠지만, 생각날때마다 꺼내서 휘리릭 들춰만 봐도 기분이 좋아질듯 하니.
외국여행을 처음할때는 도시의 명소를 담은 그림이나 사진을 많이 샀는데, 내가 무슨 한군데 도시에 로망이나 동경이 있거나 혹은 덕후도 아닌데, 도시전경의 포스터를 사면 맨날 그 풍경만 보고 살겠나. 방에 걸어둘 그림을 산다면 조금 더 보편적인 감성의 작품을 구매하여 집에 가져가고싶다.
책자하니까 또 하나 생각이 났다. 여행을 갈때마다 하나씩 사는 가이드북! 고작 며칠짜리의 효용일 뿐인데다 신간만이 의미가 있는 정보성 책이라 굳이 무슨 큰 가치가 있나 폄하하였는데, 이게 모이다보면 그냥 나란히 꽂혀있는것 자체로 그냥 기분이 즐거워지더라.
여행지의 추억도 자동재생되는것 같고- 책이 알록달록, 들쭉날쭉 출판사도 다 다르지만, 그냥 그런 총천연색 집합체들이 제마다 각기다른 여행지의 정체성 그대로인게 아닌가 싶어, 굳이 같은 종류로 수집하지도 않는다.
역이 너무 깊어 15층 높이나 되니 걸어가다 기절하는 수가 있어 꼭 엘리베이터를 타라는 코벤트가든 지하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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