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를 보러 가는길
이건 테마여행이다. 이번 영국 여행이 그간의 여행과 다른 특별한 점. 바로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English Premier League(EPL) 직관이다.
이건 일종의 버킷리스트이기도 하고 젊은 시기가 아니면 나중엔 하기 어려운 일이라 특별한 경험을 만들기 위함이다. 나같은 경험주의자는 직접 하고 본 것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을 준다. 가끔 한번의 경험으로 속단하는 부작용도 있지만, 그래도 말로만 떠벌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될수 있으면 내가 직접 해보려고 하고 , 해본 사람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다. 경험이 쌓여서 이야기를 만들고 어떤 특별한 분위기가 풍겨나오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날이 갈수록 새로운 도전에 소극적이어지는 스스로를 경계하고, 늘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되도록이면 일상과 여행과 취미 분야에서 나아가 일에서도 챌린징한, 도전적인 나였으면 더더욱 좋겠다. 제발
챌시 경기장이 있다는 풀햄역이 가까워지니 지하철에 모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축구광들이 떠드는 소리. 경기장 내에는 주류가 반입금지라서 이미 잔뜩 취한채로 입장하는 현지인들도 많다고 한다. 젊은이들도 간혹보이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건 40대 이상의 아저씨들. 매너는 좋지만 간혹 무표정한 얼굴의 런던신사들이 매우 인간적이게도 합법적으로 공식적으로 경계를 푸는 순간이 지금이런가. 이 두시간짜리 공놀이 경기 하나로 너무도 달라진, 너무 신나보이는 그들이 조금은 귀여울 지경이다. (얼굴은 전혀 귀엽지 않다) 급기야 지하철에서 떼창으로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 -
이것이 우리가 구한 티켓이다. 개별적으로 축구 티켓을 사는 것은 너무 비싸고 어려운 일이라, 연간회원권을 가진 한국인 유학생에게 특정일 예약을 부탁하여 구한 티켓. 장당 56파운드이네요. 그러나 대행 수수료와 연간회원권 등등하여 이것의 세배정도의 가격은 주었던 것 같은데?
토트넘 손흥민 경기를 보고싶은 마음 왜 없었겠냐만 우리의 4박5일 짧은 일정 중 축구경기가 열리는 날에 런던내 토트넘 홈 경기가 없어서 어쩔수 없이 첼시와 웨스트햄 경기로 골랐다. 그 짧은 일정 쪼개서 에딘버러도 가야되는데 축구보러 어웨이 뛰는건 무리데스
스타디움은 언제 들어와도 기분이 좋아진다. 새파란 잔디 때문인가. 꽉들어찬 사람들이 기운차게 외치는 응원은 언제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 “고, 첼시” 라고 외치는 단순한 응원에서, 첼시의 발음은 스타카토 같은 맛이 있다. 둘다 엘처럼 발음하고 , 끊어서 리듬감있게 ?
킥오프, 현란한 발재간이 시작된다.
전반 30분쯤 우당탕탕 한골을 넣고 후반전이 되니 분위기 전환이 일어난다. 박수도 잦아지고 심판판정에 양팔을 쳐들고 항의하듯 벌떡 일어나는 일도 잦아진다. 참을성도 잦아들어, 그간 지켜만 보던 사람들도 제마다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한다. 교체되어들어온 치차리토가 들어오자마자 만회골을 한골 넣고는 15분 남기고 좀 엎치락뒤치락 하는가 하더니, 싱겁게 1:1 로 끝났다. 막판에 한골 당해서 이길뻔한 경기를 놓친 건데도, 의외로 첼시팬들이 꽤 얌전하다. 욕하는 몇분 빼고는 ㅎㅎㅎ 의외로 샌님들인듯. 장당 20만원이 넘는 우리의 EPL티켓도 이걸로 끝-
* 이번 여행만큼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어디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왔다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축구를 보는 것 만큼은 꼭 자랑질이 하고싶어서 그것만 딱 한장 실시간으로 인스타에 올렸더니 , 스웨덴에 잠시 살고있는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남편이 딱 마침 오늘 런던으로 출장을 왔다고 ㅎㅎㅎ
*그녀의 남편과 어찌저찌 만나고,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근처 적당한 펍에 들어가 피시앤칩스와 맥주를 두잔 하고, 근황을 조금 나눈뒤 스웨덴에 아기랑 같이 있는 내친구와 영상통화를 끝으로 이날 저녁도 끝이 났다. 남편님 만난 덕분에 브리티쉬 펍도 다 와보네요 ㅎㅎ
이틀이 지났고 이틀이 채 남지 않았다. 생각할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계속 흘러만 가서는 아무것도 끝내고 올수 없을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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