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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ngland

영국 8 : 에딘버러로 출발 - 험난한 여정

* 오늘은 에딘버러에 가는 날이다. 영국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고민했던 에딘버러행. 앞으로 영국에 언제 또 올지도 모르는데 짧은 여행기간이지만 스코트랜드에 꼭 들르고 싶었다.

하루를 겨우 할애할 수 있었는데 렌트도, 기차도 생각했었지만 짧은 일정에 교통비가 살인적인 런던에서 가장 합리적인 건 의외로 비행기, 그리하여 8시 아침비행기 - 9시 밤비행기로 돌아오는 에딘버러 당일치기가 시작되었다.

아침 6시반 빅토리아발 공항행 기차를 예약해두어서, 숙소에서 6시쯤 출발하기로 했다. 빨리 걸으면 5~10분이면 도착할 거리.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한다는 부담 때문인지 새벽내 계속해서 깨었기 때문에 비몽사몽이었는데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서 몸에 긴장을 떨쳐낼 수 없었다. 역사가 보일 때쯤 조금 마음이 놓였다. 어두웠지만 빠르게 밝아오는 거리는 산뜻한 기분마저 들었다.

기차역은 지하철 역을 지나 좀더 안쪽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역시나 규모가 상당했다. 아침 일찌감치 움직이는 사람들의 부지런한 표정이 긴장감을 더해주었다. 그래 오늘은 여기도 월요일 아침이네, 시간이 좀더 지나면 이들 중 직장인의 얼굴도 구경할수 있을텐데 좀 궁금해진다. 

기차가 출발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차내에서 어슴푸레 밝아오는 창 너머의 풍경을 구경하는 건 이국적이다 못해 영화와 같았다. 빨간색 기차가 저멀리 평행선으로 달리다가 점차 그 거리가 좁혀지더니 불과 몇미터 옆으로 나란히 달리며 두 열차간의 가속도 차이로 건너편 창너머 사람들이 마치 하나씩 카메라로 훑는듯한 장면이 연출되었고 나는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담았다. 공들인 카메라워크같은 느낌이랄까.

* 개트윅 공항에 도착한 것이 7시 20분인데 이날 오전은 흐린 기상 때문인지 연착이 있었다. 한시간 반정도 연착이 되었는데 일찍 나온 보람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여유롭게 아침을 먹을수 있어서 나는 나쁘지 않았다. 사람이 많아 공항을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들어간 식당에서 고기가 없는 브리또를 시켰는데, 담백하고 따뜻해서 너무나 만족! 커피와 함께 한숨돌리니 살것 같다. 타이트하게 시간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아낀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도 중요한거 같아.

하지만 만족감은 두번째 연착과 함께 곧 뭉개졌지.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대신 밀린 일기를 쓰기로 했다. 돌아가기전에 어지간히 여행기를 마무리짓고 싶은 마음이 어느때보다 크다. 이번만큼은 글을 쓰는 욕구는 쏟아지는 잠보다 큰 힘이라고 판정승이 났네. 

조금 늦게 도착하는거야 어쩔수 없지만, 혹여나 돌아오는 비행기가 연착이 될까 걱정이 됐다. 결론적이지만 이날 비행기 연착 연파로 (역시 예상대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밤 9시15분에서 밤10시로 밀렸다. 숙소로 돌아가는 기차는 밤 11시 30분 막차인데 간당하게 탈수가 없을 듯. 늦은 기장이 하늘에서 열심히 달려준다면 예약한 기차를 타고, 못타면 그냥 늦더라도 또 근처라도 가는 기차를 새로 끊어가야지. 여행지에서 모든것이 너무 완벽하기를 바라는 것도 사치다

에딘버러에 도착했다 

* 에딘버러에 도착하자마자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양털같이 펼쳐진 흰 구름 사이로 하늘색 빛이 수줍게 얼굴을 드리고 있었다. 

공항버스 2층 맨 앞자리에 앉아 시내로 향했는데 차가 출발한지 십분만에 에든버러가 런던의 삼일보다 훨씬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따뜻한 햇빛. 도로 사이로 늘어서는 고풍스러운 집들. 

런던에서 투어버스(2층버스)를 타고 골목을 쏘다니지 않아서였을까? 뭔가 여행자의 시선으로 완벽히 구상된 것 같은, 그래서 무슨 세트장에 온 것 같은 기분마저 느끼게 했던 공항버스 루트.

시내로 점점 진입해갈수록 놀라움은 점점 커졌다.

갑자기 넓은 도로가 나타나고 한 눈에 봐도 이곳이 메인타운이구나 싶은 광경이 펼쳐진다.

이번 여행을 성실히 준비하지 못한 나는 에딘버러의 도시명만 알고, 그저 건물들이 독특하게 예쁘다는 풍월만 들은 채 여기까지 왔다. 공항버스 2층에 앉아 특별한 기대없이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의 풍경을 찍는 그런 내 카메라 프레임 안으로 믿을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직선으로 뻗은 차도 우측 높다란 언덕위에 더 높게 자리한 성 , 그리고 그위에 파랗게 펼쳐진 하늘. 우러러본다는 건 정말 이럴때 쓰라고 있나봐.

버스가 너무 매정하게 갈길을 가는 통에 그 사진같은 장면을 단 몇 초 눈에 담은 것이 전부인것이 , 이날 돌아오는 밤 9시까지 미련을 못 버리고 계속 뒤를 돌아보게된 이유가 되었다. 그만큼 에딘버러성의 첫인상은 강렬하였고 신이 빚은 산과 하늘 사이 인간이 빚은 건축물로서 도시를 이토록 완벽히 완성시킨 그 옛사람들의 건축술에 마음을 송두리채 빼앗기게 되었다. 도시에 들어선 지 한시간 만에 ! 

집에 갈때쯤에야 간신히 찍은 성 사진. 이 성을 처음 만난 첫인상의 충격적인 장면은 마음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