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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ngland

영국 5 - 런던 : 흐린날 도시 걷기

* 다섯시쯤 한번 눈을 떴다가 , 다시금 눈을 감았다. 몸이 기억하고 있는 리듬은 가끔 놀랍도록 무섭다. 시간이 빠른 한국에 비하면 조금 늦은 기상시간이 되니 눈이 떠지는 바이오리듬. 어제는 첫날이었고, 내일은 에든버러로 일찍 출발해야하니, 오늘은 늑장을 좀 부려도 되겠지. 여행을와서 늘 더 바쁘고 몸이 피곤한건 어쩔수 없는 딜레마인 것도 같지만, 늘 같은 여행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의 한계도 조금 답답하다. 

PRET이라고 쓰여진 카페가 길거리에 눈에 많이 띈다. 가격도 적당하고 품목도 다양한 걸 보면 영국의 빠바 정도로 보면 될까? 조촐하게 아침을 빵과 수프 요거트로 해결하기로 -

* 이 나라는 외국인들이 뭘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는것만 같다. 이 귀여운 빨간 버스와 예쁜 장난감같은 런던아이, 빨강과 파랑이 섞인 지하철의 표식. 현대와 전통이 잘 섞인 정체성에 모던 디자인이 유행하는 시크함까지. 원색을 잘 쓰고 영리하게 접근한다. 난 런던뉴욕파리는 그래서 도시마케팅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 숙소에서 멀지 않은 웨스트민스터사원은, 멀리서도 눈에띌만큼 웅장하고 화려했다. 멀리서 걸어올때부터 올록볼록한 이 건물의 벽면이 눈에 들어왔다. 규모는 꽤나 큰 편이지만 그래도 외관으로 기세를 부리는 느낌은 아니고, 조금 귀엽게 뽐내는 느낌에 가깝다.

사원의 둥그런 창문 사이에는 정교한 스테인드글라스들이 자리잡고있다. 자연의 빛을 활용한 조명은 항상 부드럽고 아름답지만 여기 이 런던의 사원은 글쎄, 이렇게 자주 흐려서 스테인드글라스에 빛이나 들어갈 틈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비오는 날에 구경하고 있는 나의 억울함이 조금은 보상받는 기분인데, 너무 못됐나? 

그에 비한다면 국회의사당 빅벤 건물은 멀리서 봐도 좀 압도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직선을 주로 사용하여 심플한 느낌. 큰 건물인데 색도 많이 쓰지 않은데다, 약간 더 어두운톤을 사용해 그런지(바랜건지도 모르겠다) 더 우울하고 무거운 느낌이 난다. 사원이 여성적인 느낌이라면 의사당 건물은 남성적인 느낌. 물론, 의사당 건물도 가까이보면 매우 많은 섬세한 디테일이 살아있다. 그래, 가까이 볼수록 섬세한 남자들을 내가 좀 알지.

중절모와 시가가 없는 처칠이라니...! 

* 이 도시의 가로수들은 유난히 크고 거대하다. 아직 잎은 돋아나지 않았지만 아마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가로수 종류는 당연히 아닐 것이다. 아직 봄을 맞지않은 앙상한 가지들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한데, 그자잘한 줄기들이 날카롭게 뻗어있어 건축물을 감상하는 시야를 방해하는 기분이 들었다. 가까이에 서면 도저히 들어오지 않는 건물사진을 찍으려 뒤로 한걸음씩 물러나다보면 어느새 가로수 가지들이 건물전체를 가리고 겹겹이 서있다. 도시의 미관에 가로수는 필수라지만, 이렇게 건물전체를 가려버리는 가로수라면 전경에 도움이 될지 해가될지 모를 일이다 (적어도 사진을 찍고자하는 이에게는, 화를 불러일으킴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찌됐든 그 높은 가로수덕에 이곳 런던은 도시감상의 높이 자체가 다른도시와 큰 차이가 있는 느낌이다. 각 도시마다 보이지 않는 천장이 있다면 런던은 1층의 층고가 분명 엄청 높을것이다. 층고가 높은 건물은 늘 시원스럽고, 품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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