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정기념관에 들어설 무렵은 무덥던 낮도 저물고 선선한 바람이 기분좋게 불던 때였다. 밤 마실이라 하면 딱 알맞을 정도.
중정기념관은, 장개석 기념관이기도 하다. 장개석(장제스)는 타이완 초대 총통을 지낸 타이완 역사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이다.
배이징의 심장에 마오쩌둥 초상화가 걸린 천안문 광장이 있다면, 타이베이의 심장에 중정기념관이 있는 셈.
중문과 삼인방은 이 공간의 중차대한 역사적 의의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신이나 해맑을 뿐 ㅋㅋㅋ
어두워서 잘 나오지도 않는 광장에 한껏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어대다가 넓고 쾌적한 기념관 앞 계단 아무데나 주저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브로콜리너마저의 ‘졸업’을 들으면서 대학 친구들과 같이 중정기념당 정원을 걷는 지금, 내 머릿속으로는 중국 유학시절과 치열한 취업시절 그리고 지금은 헤어진 진양과의 마지막 베이징 여행과 쓸쓸한 이별의 뒷 이야기들이 하나씩 머리에 스쳐 지나고 있다.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했고 대만에 도착하여 이틀이 지나 시간을 열심히 채우며 가장 쉽게 머리에 그리던 순간, 어찌보면 고대하던 모습이 바로 지금인것 같다. 그리고 이 장면, 마치 나중에 특정한 장면으로 기억 될 것이 분명하다. 붙들고 싶어진다. 지나가고 있는 순간들이 아쉽기만 하다. 어쩌면 나야말로 과거에 갇혀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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