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지점인 기룽에서 커피한잔으로 잠깐의 휴식 뒤 지우펀으로 향했다.
지우펀은 1900년대 초반 광산이 있던 도시로 폐광 이후는 이렇다할 것 없는 시골 마을이었으나, '비정성시' 영화에 등장하면서 타이베이 옛 정취를 잘 드러낸 도시로 현재는 관광이 매우 유명해진 도시라 한다.
특히 저녁무렵에 홍등이 주렁주렁 내걸린 골목골목이 예쁘다 하여, 우리는 특별히 저녁시간에 맞추어 이곳에 왔다. 골목골목마다 늘어선 먹을 거리도 많으니 저녁도 함께 해결할 겸~!
도착할 무렵에 이미 해가 거의 져 있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이렇게 예쁜 보랏빛의 전경을 드러내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골목 탐방을 해볼까요?
어이쿠 사람이 많기도 하여라 ㅋㅋㅋㅋㅋ
주렁주렁 늘어선 우유팩과
줄줄이 귀여운 딤섬 마그네틱
내 취향은 요것이지롱. 이 나무판데기 열쇠고리 집에 데려왔다 ㅋㅋㅋㅋ
아마도 식빵이 취향이 분명한 어여쁜 그림의 티 코스터
길거리에 워낙 구경거리가 많아 거의 뭐 일분에 일미터 전진하는 속도로 구경을 했던 것 같다. ㅎㅎㅎ 사람도 워낙 많고 오밀조밀한 가게들 덕분에 기본적으로 신나는 분위기는 , 저녁무렵 맛있는 음식냄새와 어울려 한층 달궈졌다.
길가다 맛있는 것이 보이면 주저 없이 사먹어보기로 의기투합하고 진입한 터. 보기에도 신기하고 맛도 달착지근한데 값도 비싸지 않은 이곳은 간식의 천국 ㅋㅋㅋㅋ
이 집은 그중에서도 가장 맛있었던 땅콩 아이스크림 집. 얇은 밀전병에 땅콩가루를 고루 뿌리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두 스쿱 올려준다. 완전 달달하고 맛있었는데 - 그러나 이 디저트에도 고수를 얹어먹는 사람들 ㅋㅋㅋㅋ 그건 차마 시도해보지 못하였다. 아직 레베루가 많이 낮아 ....
지우펀의 미로같은 골목길을 헤치고 다니다보면 한쪽 구역에 좁고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서 분위기 좋은 전통찻집들이 줄지어 있다. 계단 위쪽에서 내려다보면, 절로 손가락이 사진기 셔터에 올라가있는 경험을 하게 됨. 분위기 딱 예쁘고 고즈넉한 사진스팟!
전통 찻집중에서도 가장 유명했던 아메이차주관. 영화에도 나왔던 곳이다. 꼭 이곳에 가려던 건 아니었는데, 그냥 가장 눈에 잘 띄고 좋은 위치에 있었다. ㅎㅎ
아메이차주관엔 야경을 감상 할 수 있는 야외 루프탑이 있다. 전망 보려고 작정하고 들어갔으니 비싼 값을 각오하였는데, 근데 뭐 생각보다 터무니 없는 값을 요구 하지는 않던걸? 대만은 주로 비싸지 않은 저렴한 가격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그 중에서도 중국 전통 차값은 꽤나 비쌌고, 우리가 먹은 칵테일과 맥주 값이 싼 것이기도 했지만.
여긴 술과 우롱차, 꿀을 섞어 만드는 '구이화차주'가 유명하다는데 어느 누구하나 시켜 먹어보자고 하질 않았네? ㅋㅋㅋ 우리 이때 사회 초년생이라 아마 빈곤했나보아
사과양이 시킨 진토닉에선 중국 맛이 났고, 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성품 코로나 맥주를 골랐더랬다. 레퍼토리를 늘리던 예전 보다는 사뭇 다른 모습. 바람 살랑 거리는 테라스에서 지우펀의 골목을 내려다 보며 처음으로 술잔을 기울이던 이 밤이, 돌아보니 우리의 여행의 절정에 모습에 부합 하는 그런 때는 아니었을까 싶다.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던 그 때.
자주 만나는 우리는 어쩌면 더 이상 뭘 깊이 나누기에 너무 빈도가 찾을 수 있고, 은근히 어떤 때에 이르지 않으면 속내를 잘 안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관계 정립은 이미 충분히 되었는데 그 정립된 물통 속에 물을 채우는 속도가 늦는 느낌이랄까. 나부터 물을 채우는 노력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늘 비슷비슷한 화제 속에 갇혀 있으며, 감정적 교류가 부족함을 절감 한다. 이 친구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관계에서.
이번 여행에 함께 한 시간과 새로운 장소를 함께 겪은 그 경험들이 쌓여 우리의 추억이 되고 화제는 또 늘어나겠으나, 단순히 화제에 그치지 않고 한걸음 쑥 깊이 들어가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한참 하던 중 반짝거리는 지우펀의 야경을 만났다. 이 전경이 내려다 보이던 높은 담벼락에 셋이 기대서서 한참동안 구경을 하였는데 찻집을 나온지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냥 아름답고 예쁜 것은 어떤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대로 의미가 있다는 거. 이 타이밍에 이 곳에 서서 느끼는 감정을 내 소중한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그래서 함께 있는 두 녀석이 내게는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뿌듯하고 좋았다고.
ps
지우펀을 나와 밤 늦게 숙소로 돌아오는 길
버스 타러 내려가는 길에, 지나가던 택시아저씨가 창문내리고 우리한테 걱정하는 투로 말을 건넸다. 버스는 벌써 끊겼고 찬만다행으로 자길 만났으니 180원이면 우리 숙소까지 데려다줄수 있다고
부쩍 한적해진 길거리에서 우왕좌왕하던 우리는 셋 다 그 영업에 홀릴 뻔하다가 저 백미터 뒤에서 버스 엔진소리를 듣고 우다다다 뛰어 극적으로 1061 버스를 탑승했다. 하마터면 버스 못 탈 뻔 했네 ㅋㅋㅋ 대만 사람들 다 천사처럼 매너 좋은 줄 알았더니만 이 택시 아저씨 우리한테 뻥 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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