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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오르세 미술관전

오르세 미술관전에 다녀왔다.
오르세 미술관展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
2011년 6월 4일~ 2011년 9월 25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천재 건축가 빅토르 랄루와 르 코르뷔지에의 기차역에서 출발하여  
30년 역사도 안되어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거듭난 오르셰미술관

영국 내셔널 갤러리 스페인 프라도미술관과 더불어 유럽의 3대 회화 미술관이면서

재작년 나의 프랑스 여행 때 만 이틀도 안되는 빡빡한 빠리 일정 가운데 
소르본대학 생미셸 거리관광과 바꿀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오르셰 미술관!

내가 이 예술의 전당에서 빠리의 오르셰를 전부 만날 순 없겠지만
맛이라도 보자.
고흐가 왔도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 빈센트 반 고흐 / 캔버스에 유채 / 72.5x92cm / (c)Photo RMN /
Musee d'Orsay - GNC media, 2011 /


고흐작품 중에는 '별이 빛나는 밤'이 하나 더 있다. 
지금 이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고흐가 아를이라는 프랑스 남부지방에 있을 때 론 강에 비친 별을 보며 그린 그림인데
파란색 계열과 노란색 계열의 어찌보면 참 단순한 색의 대비이지만
그분 특유의 감성을 녹여내어 몇백년이 지나 지금 예술의 전당에 서 있는 나에게까지나 감동을 준다.

하늘에 북두칠성이 떠 있고 
사진엔 잘 안 나오지만 실제로 보면 북두칠성 가운데 하얗게 빛나는 하늘이 참 그림같이(?) 아름답다. 

 
보트들, 아르장퇴유의 보트 경기 / 클로드 모네 / 캔버스에 유채 / 60x100cm / (c)Photo RMN 
Musee d'Orsay - GNC media, 2011 /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갖가지 색으로 재현하는 인상주의 화가 모네는 
그 변하는 빛을 잡기 위해서
한번에 이젤을 몇개씩 세워놓고
새벽의 빛, 아침의 빛, 점심의 빛, 오후의 빛, 저녁의 빛, 흐린날의 빛을
각각의 이젤에 조금씩 조금씩 그렸다고도 한다.

보트 경기장에는 몇개의 이젤이?

Philip Wilson Steer English 1860-1942
"Jeune femme sur la plage"

인상주의 화가의 영향을 받은 영국작가 필립 윌슨 스티어의 '해변가의 젊은 여인'
아 구글에서 '해변가의 젊은 여인' 그림 찾는데 왠 엉뚱한 사진은 어찌 이리 나오는 건지..ㅋㅋ

대개 난 콘트라스트가 강한, 빛과 어둠이 극명한 그림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렇게 밝은 그림에 끌린 건 처음인 것 같다. 
흩날리는 치마로 표현한 바람과 부드러운 그림자, 그리고 물결에 반사되는 하얀 빛이 너무너무 예쁘다.


소년과 고양이 /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 캔버스에 유채 / 123x66cm /
(c)Photo RMN / Musee d'Orsay - GNC media, 2011 /


고양이 꼬리에 감긴 소년의 손목은 포근하다.
시선은 싸늘하다. 곱슬머리와 차가운 표정 가운데 긴 속눈썹이 슬프다.
'따뜻함'보다는 '차가운' 느낌을 주는 고양이가 오히려 이 소년에겐 가장 믿음직해보인다.

그림이 나에게 말을 한다면 바로 이런 그림은 아닐까.

이번 전시에서 가장 내 눈길을 끌었던 이 작품
르누아르의 <소년과 고양이>
모델 미상의 이 작품은 인체의 비율도 황금구성이 아니고 어떤 역사적 의미를 담은 것도 아니지만
차가운 살결의 색과 소년의 직접적인 시선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당대의 주목을 끌었던 작품이다.
 
 
 
                  어부들(Fishermen), Pencil on paper, 1869-1870, Musée d’Orsay, Paris, France, ⓒ Millet


노동의 경건함과 숭고함을 그려내는 밀레의 그림은 보고 있으면 마음 한 켠이 짠해지는 느낌이다.
그건 아마 화가의 마음이 따뜻하기 때문이겠지.
 
지난번 2007년 오르셰 미술전 때 한국을 방문했던 밀레의 그 만종
(보지 못한게 매우 안타깝지만) 이런 느낌은 아닐까 싶다.

연필로 뎃셍한 이 그림은 물에 반사된 흔들리는 달빛마저 차분하다.





봄 / 장 프랑수아 밀레 / 캔버스에 유채 / 86x111cm / (c)Photo RMN / Musee d'Orsay - GNC media, 2011 /


지극히 개인적 관점으로 
이번 전시의 가장 하이라이트로 꼽을만한 <밀레의 봄:Spring> 
금가루를 덧칠한듯 반짝이는 이 그림은 강렬한 보색을 쓰지 않았음에도 시선을 한번에 사로잡는 놀라움이 있다.
소나기가 막 가신 쟂빛하늘에 걸린 무지개 빛을 받아 반짝이는 봄꽃들은
습기를 머금은 채 정말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다.


포스팅을 하려고 그림을 찾던 중에 이미 이 그림이 사진첩에 스크랩이 되어 있던 걸 발견했다.
이 밀레의 봄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대학 때 '서양 미술의 역사' 수업을 들었을 때 
교수님이 소개시켜준 것!
마음에 들어서 찾아 스크랩 해놓고 한동안 모니터 배경화면으로 썼던 그림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림 지식이 많이 없는 나이지만 
느낌 좋고 눈을 끄는 그림들을 조금씩 찾아보며 알아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전시회장에서 소심하게 사온 엽서들은 그저 책장에 쌓여만 가지만
그래도 내 머릿속에 남는 차갑고 따뜻한 색의 조화들은
마음을 한층 따스히 채워줄 것이므로

오르셰 미술전 성공이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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