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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잭더리퍼

 

 

본지 며칠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이렇게 여운이 남는 걸 보면 인상적이었던 게 분명하다.

단지 엄기준이 나오는 뮤지컬이라는 이유로 선택했던 잭더리퍼. 근데 그정도의 기대치보단 훨씬훨씬 좋았던 공연.

 

어쩌다보니 올해의 벌써 세번째 뮤지컬이다. 뮤지컬 꽤 좋아하는데도 근 몇년간 볼 기회가 많지 않았었는데, 올해는 맘마미아를 필두로 뮤지컬 러쉬중이다. 특히 공연문화예술을 후원해주시는 든든한 SL카드님이 있어, 남은 잔액을 뮤덕처럼 뮤지컬순회에 들여볼까 행복한 고민중 훗 

 

 

 # 인상적인 연기와 소리 
1. 연쇄살인마 잭의 초저음. 기계음을 쓰는것 같은 정도의 초저음으로 '재밌네..재밌어...' 하던 목소리. 불협조합이 남긴 소리의 여운. 김법래배우가 연기한 탄탄한 법잭.


2. 제이민과 민영기의 터질것 같은 바이브레이션과 성량. 오랜만에 느낀 어마어마한 성량이었다. 베테랑 최정원과 남경주에게서 못 느낀 그 답답함은 어쩌면 국립극장과 디큐브아트센터 에코의 조절 차이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딱 정제된 최정원의 노래보다 바이브레이션 폭 때문에 피치가 살짝 벗어나더라도 귀를 압도하는 시원스런 노래가 훨씬 좋았다. 확실히 뮤지컬은 성량으로 압도하는 맛이 있어야 돼!

게다가 제이민은 기도장면에서 숨이 멎을 듯 아름다운 발라드도 환상적으로 소화해줬단 말이지. 주목할만한 배우임!!

 

3.그리고 그 무엇보다 - 엄기준으로 시작해서 엄기준으로 끝남. 그의 연기는 노래보다 빛이 났다. 말하기 전에 숨을 들이키는 특유의 'ㅎ'호흡을 보는 것도 재밌었고, 조현민 드립과 판타스틱 춤도 귀여웠다. '내가바로잭' 때 조커표정과, 연인을 잃은 감정표현은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

 

 

# 인상적인 연출

1. 무대라는 공간적 한계가 있음에도 시간을 넘나들며 장면을 교묘히 맞춘 뛰어난 씬 구성. 디테일한 면까지 아주 똑같아 감탄을 자아내는 첫씬과 마지막씬. 모든 걸 알고나서 보는 같은 장면의 극대화된 효과.

 

2. 돌아가는 무대장치. 장면이 바뀌는 시간을 틈타 돌리는 게 아니고 연기하는 와중에 변하는 무대. 그런데 더욱 멋진 건 그 '돌아가는 무대'가 자연스럽게 거리를 걷는 효과를 주기도 하고,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영상같은 효과를 주기도 한다는 것. 두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비밀스럽게 동시에 비춰줄 수도 있고! 무대장치연출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느낀 공연. 그런면에서 단한번의 무대변화도 없었던 시카고는 참 아쉬웠음.

 

 

3. 나에게 뮤지컬의 메리트는 대개 현장웃음. 무대를 꽉 채우며 정확히 들어맞는 배우들의 합. 합창의 아름다움. 어느 한곳에 시선을 둘 수조차 없는 동시다발적인 현란한 볼거리 등이다.

그런데 위의 요소들은 대부분의 뮤지컬에서 나오지만, 일부 뮤지컬에서만 특히 볼 수 있는 또다른 요소가 있다.

그건 바로 '새드엔딩의 임팩트'

 

알브레히트가 혼자 마지막에 양손으로 꽃을 떨어트리며 망연자실 걸어나오던 지젤의 엔딩 ,

끝없는 호흡으로 팬텀에게 핀조명이 페이드아웃되던 오페라의 유령 엔딩

그리고, 잭더리퍼의 '희망따위 없이 마지막을 향해 치닫는 어른이야기'와 '모든 진실을 삼키고 사그라진 마지막 담배불길'

 

새드엔딩의 강렬한 인상이 남기는 여운이다.

 

 

 

 

 

 

ps

커튼콜 동영상

중요한 대사인데, 듣기에 영 거슬렸던 '내가 잭'

'내가 바로 잭'이라던지, '나는 잭'이라던지(이것도 의미상 정확하진 않네) 여하튼 번안공연의 안타까움

 

그리고 그 와중 깨알같은 밀기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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