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Culture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의 사진전에 다녀왔다.

2005년 사진학개론 수업때 교수님이 입이 마르도록 언급했던 사진계의 전설같은 분이다.

전세계 순회전시 중 11번째 국가.

 

전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展
기간: 2012.5.19 - 9.2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역시 귀가 마르도록(?) 들었던 '결정적 순간'.

어떤 행동이 이루어지는 '찰나'를 놓치지 않고 잡는다는 뜻에서 붙여진 말이다.

1초뒤가 궁금해지는 이 유명한 사진을 본따서,

나의 그당시 사진학 과제도

강가에서 뛰어노는(정확히는 돌다리에서 발이 떨어진 상태의) 아이의 사진을 제출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당시에는 이 아저씨의 다른 사진들은 구경해보지 못해서 몰랐는데, 이번에 가보니 어느 한컷이라도 그냥 찍지 않고 '찰나'를 잡아낸 스냅샷이다. 참 애쓴다 느낄정도로까지.

사진을 보다가 그 포인트를 발견하면 풉 웃을 정도로. 마치 '월리를 찾아라'처럼 열심히 찾았다.

 

▲ 찾았나요? 반쯤 따른 와인

 

 

사진전은 총 4개의 테마로 나눠져 있었는데. 찰나의 순간, 내면적 공감, 거장의 얼굴, 휴머니즘 이렇게 총 4개의 구성이다. 

 

일인 미디어는 사진가의 시각으로 '재구성'된, 브레송의 세상을 보는 시선을 보여주었는데, 주로 멕시코, 스페인, 인도, 러시아 등지에서 소시민적 얼굴을 담은 사진들이 많았다. 지난번 박노해 사진전과 비슷한 느낌으로, 퓰리처 사진전과도 비슷한 느낌으로, 사회속의 아주 작은 한 개인의 표정과 모습을 통해 속한 사회를 짐작케 하는, 미시적 관점으로 거시적 의미를 담은 사진.
' 배고픈 아프리카 한 아이의 선한 눈망울'  같은 느낌 말이다.

 

 

▲모스크바 겨울궁전이란다. 내가 본 건물과 전혀 다른 느낌. 흑백에다 사진 분위기가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 같아 왠지 좀 무섭기도 하고.

 

 

요새는 많이 볼 수 있는 사진들이지만 아마도 당시에는 이런 느낌이 지금보다도 훨씬 충격적이었겠지. 1930-40년대에,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을 그의 사진들.

 

 

#

사진전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거장의 얼굴들'이었다. 그 전까지 뒷짐지고 설렁설렁 구경하다가 요 테마로 들어서서는 발을 떼기가 어려웠다. 숨이 턱막힐 정도로 진짜 거장들이, 한둘도 아니고 너무 여럿이어서. 그리고 그들의 얼굴을 한컷에 이렇게나 훌륭하게 담아낸 것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사무엘 베케트

 

▲장 폴 사르트르

 

▲ 앙리 마티스

 

사무엘베케트, 아서밀러, 앙리 마티스, 프랜시스 베이컨, 장 폴 사르트르 

아주 일부만 알고있는 이들의 작품들과 이들의 얼굴을 함께 만나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뻔할 것 같은 한 인물의 얼굴 사진에 그 사람의 '고집'과 '품성'이 느껴진다는게 정말 말로만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가능하다는게 신기할 따름.

 

 

 

에즈라 파운드, 루이 르네 데 포레,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루이 퐁스, 알베르토 자코메티 같은 사람들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이들의 사진 포스도 여간이 아니었다.

 

▼ 알베르토 자코메티, 조각가

 

 

아, 어떻게 하면 이런 사진을 도대체 찍을 수 있는 거지. '그 사람과 오랜기간 같이 있고, 그 내면의 모습을 이끌어내는 최적의 타이밍에 셔터를 누른다'는 설명 정도로는 될 턱이 없다.

포즈, 표정, 소품, 빛, 구도, 모두 훌륭했다.

거장의 얼굴들 하나만 가지고도, 이 사진전은 나에게 충분한 값을 해주었다.

 

▲에즈라 파운드, 시인

 

 

250점이 넘는 작품, 사진이 많은 것도 좋았다. 나와 통하는 사진도 있고 아닌 사진도 있지만 어쨌든 여러 사진중에서 골라골라 두루 감상할 수 있다는 건 장점. 사진전 입장권값을 생각해서라도!

 

한폭의 그림과 같은 사진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빠리의 시테섬과, 베이징의 자금성, 런던의 옛 거리도 볼 수 있다. 희뿌연 안개가 뒤덮여 점점히 드러난 시테섬은 몽마르트에서 파는 뎃셍 그림과도 너무 닮았더라.

 

 


그림전도 좋지만, 그보다 특별히 사진전이 좋은 건 프레임, 구도의 공부이다.
어찌보면 사진의 구도란건 가이드 라인일 뿐 실제 작품에서는 구도의 한계도, 옳고 그름도 없지만,

좋은 사진을 자꾸 보고 똑같이 한번이라도 따라 찍어보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운다.

 

 그리고 브레송의 거장의 얼굴들 사진을 보면서 나도 나만의 얼굴들전을 해보고 싶단 작은 소망이 생겼다. 재밌을 듯.

 

▲ 얼굴 처음 본 청년브레송과 아저씨 브레송, 생각보다 스마트해 보여서 깜놀 ㅋㅋ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