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이 끝나간다.
집에 마냥 가고 싶지 않느냐, 정말 여기가 좋아서 떠나기 너무 싫으냐 라고 한다면, 대답은 의외로 not much다.
불안감에서 오는 스트레스, 무언가 얻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있으면 안된다는 마음의 종용, 꽉 짜여져 조금이라도 뒤틀리면 '큰일'나버리는 스케줄의 연속, 말 골라야 하는 부담, 둘중 누구에게도 최선이 아닌 차선책을 택하게 되는 안타까움.
신영언니와 두번째 여행. 작년 유럽여행때는 파리에서 단 한번, 소르본 대학과 오페라하우스로 일정이 갈렸었는데 이번 호주 여행은 오늘 멜번시내 각자 투어로 첫날, 넷째날에 이어 벌써 세번째이다.
첫날은 언니가 몸이 안 좋아서, 그 다음엔 선배님을 만나느라, 오늘은 퍼붓는 비 때문에 흩어졌다.
언니는 각자 돌아다니는 걸 정말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성격이고 그것에 저어함이 있다면 언제든 말로 꺼내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쿨한 성격이지만 문제는 말을 꺼내는 나 스스로 느끼는 괴로움이었다. 같이 하는 것이 좋을 때도, 별로일때도, 아쉬울때도, 괜찮을때도, 훨씬 재밌을때도 있는 하루에도 여러번 희번득하는 내 마음도 모르는데 남을 아무리 잘 관찰해도 지금이 좋은 타이밍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서..
적절한 계기였는지, 티가 났었는지 어쩐지 잘 모르겠지만 오늘도 우린 2시 반쯤 서로 갈라졌고 세시간쯤 지나 페데레이션스퀘어에서 상봉했다.
겨우 반나절, 시간 부족한 멜번시내구경에 서로가 후회할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라도 순간의 선택으로, 세시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원하는 포인트가 다르고, 얻고자 하는 경험적 부분도 다르고, 사고자 하는 것도 다르고, 이 도시에서 할일도 달랐으므로. 그래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휩싸이기보다 냉철히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우리였다.
여행을 하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멋모르고 따라다닐 때는 모르는 나라 한번 가봤다는 의미가 가장 컸었다.
그 이후 여행 중 추가된 부분이 있다.
'이 감동적인 순간을 나누고 싶다.'
부모님이든 애인이든 선후배든 친구든, 이 멋진 광경, 상쾌한 바람을 함께 맞고 싶다. 그래서 그때는 누구와 함께이지 않은 여행은 적어도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조금씩 혼자만의 여행에 재미를 붙이는 것 같다.
여기,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명소를 찾아가 큰 숨을 한번 쉬고, 눈과 머릿속에 그리고 마음에 담고 느끼는 것. 더 가능하다면 그 순간을 글로 옮겨보는 것. 아무렇게나 스냅샷을 찍고 실물의 감동으로 배경지식의 빈 구멍을 채우며 사람들의 생활을 구경하면서 내 작은 상상력을 키우는 것.
말을 나눌 이가 없어 사무치게 외롭더라도, 혼자 밥을 먹기가 영 쑥쓰럽더라도, 얼굴이 사진에 반인 셀카만이 남더라도
그곳에 앉아 글을 쓰는 순간에 찾아오는 가슴떨림은 나 혼자만의 것이니까. 누구와 어떤 쉬운 말로 나눌 수 없는 묘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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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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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
일로님의 멋진 글과 사진을 이곳에서만 보는게 아쉬울 정도~~ 글도 사진도 다 너무 좋다~
2010.08.10 16:49 답글쓰기 삭제 -
김신영
아..............나 안쿨하다고...나도 말하기 전, 아니 받아들이기전 눈치보고 받아들인다고....ㅋㅋㅋ
2010.08.10 23:48 답글쓰기 삭제 -
김신영
그레이트 오션 로드 갔을땐. 담엔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꼭 다시 왔음 좋겠다고 생각했음. share..의 개념?...아.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님!ㅋㅋㅋ
2010.08.10 23:49 답글쓰기 삭제 -
신지선
트램이 스페인에도 있구나~~ 이러면서 클릭했는데, 아직 멜번이었어 ㅎㅎ 응 근데, 진짜 혼자만의 여행이 주는 그런 맛- 있는것 같아. 친구와 애인과 함께하는 여행도 물론 좋지만, 가끔은 함께 여행하는 사람과의 관계때문에 여행지의 매력을 충분히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던듯
2010.08.12 19:22 답글쓰기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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