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메리스 대성당 앞, 넓은 나무계단에 잠깐 앉아 햇빛을 즐기기로 했다. 날씨가 도시의 인상을 좌우하는 걸 하루이틀 겪은 일은 아니지만 오늘 아침 차이나타운-시티홀간의 그 을씨년스럽고 황량한 분위기와의 첫만남은 날 상당히 당황케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몸이 피곤하고 추운 것도 한 몫했지만, 조악한 품질과 산만한 분위기까지 실망을 거듭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밥을 먹고 나와 조금 안정을 찾은 뒤 맞은 오후에는 날씨가 맑아져 그런가 마음이 편해져 그런가 훨씬, 훨씬 더 좋은, 상상속 여유로운 바로 그 시드니가 되었다.
시내에서 하이드파크를 가로질러 나와 세인트 메리스를 한바퀴 도는 동안 그들의 여유에 여러번 웃었다.
▲ David Jones 백화점에서 피아노 치던 할아버지.
그 섬세한 음 조절, 고운 선율에 홀려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나에게, 할아버지가
"Do you have recommend?"
라고 말을 걸었지만 급작스런 상황에 왠지 당황하여 손사래치고 도망치듯 백화점을 나섰다. 아, 신청곡으로 청할 피아노 연주곡 하나 떠오르지 않다니 부끄럽다.
▲이 녀석은 이름은 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시내 한복판에 이토록 커다란 새가 돌아다니는 것이 신기하여 한컷 담아드렸다. 사람이 옆에 가 앉아도 전혀 겁도 안 내는 것이 이미 사람과 친해질대로 친해진 것 같은 분위긴데 비둘기녀석들과는 천지차이인 비주얼과 싸이즈의, 호주만의 야생스러움.
근데 너 진짜 이름이 뭐냐. 난 생물에 약하다구
▲ 해리포터에 나오는 거대싸이즈 체스판
상대방 말을 먹고 싶으면 내 말을 들고 가서 그 자리에 놓고 직접 상대편 말을 들고 나오면 된다. 벤치에 앉아 지켜보며 훈수두는 할아버지와 체스에 대한 소견(?)을 나누며 경기 결과를 예측했다. 백 승
가기 전 윈도 비스타에 깔린 Chess Titans 에 한창 버닝하던 참이라 그런가 무지 반가웠다. 그리고 훈수 할아버지가 계속 등 떠밀었는데 끝내 한판 못 하고 나오면서 나의 소심함을 곱씹었다.
▲비누방울 아저씨
어느 대공원에 하나쯤 있을법한 아져씨.이정도 비주얼 쉽게 나오지 않는데..상당한 내공을 갖춘 분으로 보인다.
▼ 하이드 파크에서 시드니 봄여름가을겨울 사진전도 하고 있었는데, 내가 담아온 사진들은 계절과는 상관 없이 그저 좋아하는 색감위주로 선별.
사진제목이 잘 기억나지는 않는데, 추상적인 제목보다 사진과 함께 스토리를 구성하는 제목들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하이드 파크에서 노란색쫄티와 파란색 바지를 입은 친구도 만났다. 이 쫄티남은 아직도 길건너 잔디밭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 아까 내가 처음 지나오는 길에 혼자 드리블과 트래핑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무리가 늘어 무려 여덟이나 되었다.
아까 혼자 놀고 있을때 구경하며 건너오다가 눈이 마주쳐서 멀리서 두 엄지를 치켜들고 "최고"라는 액션을 해줬는데, 백미터 밖에서도 하얀이가 드러나게 헤벌쭉 웃으며 블랑카처럼 앉은자리 덤블링을 연이어 선보였다. 아 이 유쾌한 친구를 어찌하면 좋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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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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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선
오! 이렇게 알찬 여행기가~~~~ ` 좋다 = )
2009.12.01 21:29 답글쓰기 삭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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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로
히히 감사 ㅋ 난 언니의 ▲요 하트가 너무 좋다 =)
2009.12.02 03:29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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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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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체스판은 원래 설치물이니까 그렇고 저 비눗방울 아저씨 맨날 있는 아저씬가. 나 갔을 때도 봤어!ㅎㅎㅎㅎㅎ
2010.05.10 19:25 답글쓰기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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