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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사랑이 달리다

 

 

추천자의 말대로 글이 재미있다. 그냥 정신없이 재밌게 읽다보면 어느새 한웅큼씩 넘어가있는 책장.

이토록 재기발랄하고 유머러스한 문체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듯. 웰메이드 재기발랄체가 주는 흡입력으로만 따지면 스포츠신문에 연재된 소설의 스피드급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 그러나 그 속도감에도 마음을 울리는 가족애와 구성원으로서 공감의 구석.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가족들의 면면이나 대사 같은 것을 찰지게 잘 옮긴 탓도 있겠다. 감탄해 마지 않는 마성의 글쓰기.

그러나 다 읽고 나서 뭔가 이 후련하지 않은 기분은 뭔가. 마하39 속도로 달린다는 여주인공 혜나의 이야기에 나도 한바탕 같이 달리고 와하하 웃긴 했지만, 결국 예쁜 얼굴 타고 나서 부잣아빠와 번듯한 신랑의 용돈 받아 쓰며 여태 제멋대로 살다가 아빠의 가출과 남편의 지방발령으로 이제 그게 어려워질것 같으니 처음으로 돈을 한번 벌어보며 사는 어려움? 그런데 그 어려움을 겪어볼 찰나, 마침 취직한 강남 병원 원장님께 총애받아 그와 난데없이 사랑에 빠지고(?), 이와중에 새로운 후원자를 맞아 비정규직 보육사에서 갑자기 멀쩡한 회사의 이사직함으로 옮겨가다니. 이게 무슨 비현실적 이야기인지?!
훨씬 어려운 상황에서 생각하고 극복하며 사는 사람도 많을텐데, 무능력한데도 대책없이 행동하는 철없는 인간들이 생각나 나는 오히려 주인공과는 별로 와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혜나가 보여주는 장점이라면 가족에 대한 애정이 있을수 있겠는데 왼갖 사고는 다 치고 다닐지라도 무조건적인 사랑과 응원을 쏟아주는 가족간의 징그럽고 질긴 정. 그것이 이 책에서 가장 댓가 없이 흐뭇한 부분이었다. 간결하고 피상적으로 바뀌어가는 삶에서 그런 질척함이 주는 쾌감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또 하나 장점은 역시 솔직함이랄까. 그 적나라한 솔직함 덕분에, 본인을 포함한 그 가족들 전체에 대한 셀프디스의 통쾌함을 누리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면 큰 매력일듯. (독자를 향한)
한편 솔직함이라는 것이 소설속 남에게는 어떤 영향인지 거꾸로 생각해봐야할듯하다. 배우자에겐 밑도 끝도없는 배신일 것이고. 혜나의 이야기를 보면서 솔직함이라는 것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비교적 솔직함에 관대한 편인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의 특정인에 대한 애정(친밀도)의 변화에 대해 당사자에게 말하는 것. 친구가 자기 상황에 대해서 내 의견을 구할 때 , 그 친구가 받을 상처를 고려하여 저어하는 것보다도 그냥 일반적으론 이래보인다라고 내가 보이는대로 대답하는 것.

어렸을 적 나는 무식이 용감할 때라 이러한 태도로 많은 사람을 할퀴고 상처주었던 때가 있었고, 그간 많이 배우고 깨달았다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인의 감정을 돌보는 경계를 어느정도 넘어서면 , 글쎄 이것은 선의의 거짓말과 선의 없는 진실 중에 뭐가 더 나은지 고르는 그런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음이 떠나버린 연인에게 티를 내지 않고 10년(혹은 영원)을 껍데기로 사는 것과, 이별(이혼)을 통보하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 중에 , 무엇이 더 나쁜지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당사자 둘 뿐 아니라 아이가 있다면, 가족이 있다면 무얼 우선시 하여야 하는가같은 문제라면 더욱.

사회제도상 윤리적인 답은 나와있겠지. 그러나 소설책은 교과서가 아니니까. 혜나의 선택은 분명했다. 나는 그녀의 편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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