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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Croatia

크로아티아 4 - 천둥번개를 동반한 산발적 폭풍우


# 새벽

두브로에서 새벽동이 트기도 전에 한국시간으로 월요일 오전이 시작되었다. 카톡으로 날라오는 업무 문의에 새벽잠에서 깨었다. 부지런히 답을 해주고는 시계를 봤더니 새벽 5시반.


어차피 오늘은 두브로를 떠나는 날.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브라치 섬이었는데, 브라치섬으로 출발하는 페리 출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아침 7시전에 두브로를 출발하기로 계획을 세웠던 터였다.


아직 시차적응이 완벽하지 않은지,

한국같으면 고민없이 베개에 머리를 묻고도 남는 새벽시간에 어쩐지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볼 맘이 들었다. 여행지에서는 피로함과 구경하고픈 욕구가 늘 교차하는데, 그 둘중에 무얼 택해도 한쪽이 아쉬운 법이다. 그래도 아직은 여행의 초반이니, 체력이 허용하는 한 부지런히 구경 욕구에 따라야지.


현관문을 열고 , 계단 위로 올라서니 잠옷 바람으로는 서늘할만큼 바람이 불었다.  아직 땅이 데워지기도 전의 바람. 오늘 두브로는 비가 온다더니 왠지 점점 심해지는 바람이 그런 징조 같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어제 그제와는 다르게 하늘에 구름이 꽤나 많다. 나름 월요일의 시작인데 새소리와 바람소리 외엔 아무소리도 나지 않는게 이상하다. 주말 내 관광하면서 느꼈지만, 주말을 제외한 이들의 일상은 도대체 뭘 먹고 어딜 출근하는지 상상이 안될만큼 아무것도 없었더랬다. 결국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은채 도시를 떠나게 되었네.


오늘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두브로브니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서 마카르스카라는 도시까지 간다음

페리를 타고 브라치 섬으로 넘어가는 일정.


마카르스카에서 출발하는 페리는 오전 11시에 있고 다음은 오후 2시반이었다.

섬 도착이 늦을까봐 11시 페리를 타기로 하고 일찌감치 서둘렀는데,

구글 맵으로는 182km, 약 2시간 30분 거리라 했으니 아침 7시쯤 출발하면 네시간이니 넉넉할 줄 알았다.

적어도 이때는 그랬다. ㅠㅠ



차에 짐을 싣고 점점 어두워지는 구름을 헤치고 두브로브닉을 떠났다.

표지판에 저 붉은 대각선은 마치 없어진 마을 같은 무서운 느낌이지만, 알고보니 도시의 끝을 알리는 표지였다. 우리로 치면 '안녕히 가십시오 두브로브닉' 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전체적으로 마을들이 꽤 작아서 여행내내 표지판이 나왔다 없어졌다 하는 건 흔한 일이 되었다.


어제는 그리도 화창했던 두브로브닉 유일한 다리를 지나서 북으로 북으로 -

가는 길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 천둥번개를 동반한 산발적 폭풍우


이게뭐야 ㅠㅠ 천둥번개를 동반한 산발적 폭풍우라니 !!!

이 비구름은 북서쪽 해안에서 두브로쪽으로 밀려 내려오고 있었는데, 고로 우리는 폭풍우를 뚫고 북으로 전진해야했다. 가는 길에 왼쪽 해안에 ston이라는 길다란 섬이 등장했는데,

그때 난 보고야 말았다. 그 섬 위로 번개가 내리꽂는 장면을...

아슬아슬한 해안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도 모자라 뇌우속으로 달려들어가는 꼴이라니 너무 무섭 ;ㅁ;


흔히 볼수 없는 번개 풀샷을 난 이 한시간동안에 한 10번 이상 본 것 같다. 사실 가릴것 하나 없는 바다 위 섬으로 번개가 온전히 내리치는 장면은 장관이라면 장관이었는데, 사진찍고 싶은 마음도 1g정도 있었지만 무서워서 눈가리고 있기 바빴다.

금방이라도 뭔가 튀어나올것 같은 날씨와 음산한 드라이빙.


# 국경 - Neum


비구름 어두컴컴한 와중에 정체가 시작되어 살펴보니 국경이다.

두브로브닉은 크로아티아 본토와 단절된 희한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는 두브로브닉 바로 위에 있는 네움Neum 이라는 해안도시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의 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브로브닉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크로아티아 다른 도시로 가려면 보스니아 국경을 두번 거쳐야 한다. 

곧 지난번 몬테네그로와 비슷한 푸른지붕을 한 도로 국경 건물이 나타났다.


여권을 건네니 무표정한 얼굴로 잠깐의 심사를 거쳐 도장을 찍어 건네주었다.

몬테네그로에서는 도장도 없었는데 여긴 찍어주네 하고 살펴봤더니, 익숙한  EU도장에 자동차 그림이!

그간은 공항에서 심사해서 비행기 모양만 봤었는데, 도로 국경은 도장이 달랐어 ㅋㅋㅋ

상식적으로 이해도 되지만 왠지 신기하다 ㅋㅋㅋㅋ


#카페


보스니아로 넘어와서 설레기도 하고, 약간 쉬었다 갈겸 , 카페를 하나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비도 좀 그치는 것 같고, 왠지 우중충하지만 느낌도 있고.. 무엇보다 커피가 넘 먹고 싶었다.


에스프레소 한잔을 시키고 유로를 내밀었다. 흔히 볼 수 없는 동양인 부부를 본 보스니아 카페 남 종업원은 수줍은 미소와 함께 커피를 매우 진하게 내려 주었다. 왠만하면 설탕 안 넣어먹는데, 느무 찐해서 도저히 그냥 먹을 수가 없다 ㅋㅋㅋㅋㅋ 


수줍던 직원과 소박한 가게

열전도가 매우 뛰어난 일회용 컵에 사약같은 진한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여 목을 축이며 네움 시내로 향했다.

그래도 커피가 있으니 한결 업업!

계속해서 이렇게 우중충한가 싶던 보스니아의 풍경도, 해안가가 나타나면서 반전매력을 드러냈다. 그래도 보스니아의 유일한 해안도시인데 , 이 나라 사람들은 여름에 바캉스 가면 다 이 좁은 도시에 와서 바글댈텐데 당연히 예쁜 구석이 있겠지 싶었다. 해안가로 시원스레 뻗은 길을 보니 그럼 그렇지!

날씨가 흐리고 도시 위쪽 지름길로 지나가느라 면면히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 그래도 간간히 야자수와 팬시한 가게들이 이 나라의 맑은 여름날을 상상케 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 바쁘니까, 미안해 네움 안녕 ~  


BORDER CROSSING NEUM 100M

두번째 국경을 넘었다.


다시나타난 흐르바츠카 (현지인들은 크로아티아를 이렇게 읽는다. 공식 국가 약어도 HR이고)

# 질주


보스니아를 지나면 곧 크로아티아를 관통하는 고속도로가 시작된다. (두브로까지는 고속도로도 없어서 꼼짝없이 해안도로임)


그 이름도 유명한 A1 - 차차 알게 되었지만 어느 길을 가든 A1은 진리다. 길 완전 좋다!!!!

최소5차선, 차선도 넓은데다 직선으로 쭉쭉 뻗고 차도 별로 없음.

기본 규정 속도는 130km/h 인데 거의 평균적으로 한 150km이상 밟는듯 싶었다.

우리의 130km가 굉장히 조심스러울 정도.


날도 서서히 개는 것 같고, 높낮이도 덜한 좀 평야 지대로 길도 뚫려 있으니 맘이 한결 놓임.

고속도로 진입로부터 아주 길이 잘 닦여있다.

하늘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것이 맘에 들었다.

티켓을 끊고.


달려!!!!!  ㅋㅋㅋㅋ


남부쪽 고속도로의 풍경은 대개 이 느낌이었다. 험준한 돌산 가운데 중간중간 펼쳐진 평원. 집도 거의 없다.


아드리아해를 면하고 있는 것은 크로아티아의 서쪽면이다. 아름다운 해안도로도 다 서해안을 따라 조성된 도로인데 그 길이 아름다운 이유는 높은 산맥이 서쪽에 길게 형성되어 있어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길이 한쪽은 바다, 한쪽은 높은산 으로, 바다를 넓게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동해와 태백산맥을 생각하면 비슷할듯. 방향만 반대다. 그치만 동해 해안도로의 해발 높이보다 크로아티아의 그것이 몇배정도 높다.


고속도로는 산맥넘어 내륙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고, 산을 넘거나 터널을 넘어야 바다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마카르스카는 거대한 산맥이 도시를 둘러싼 모양이라서, 유난히 진입이 어려웠다.



고속도로 진입할 때까지 근 2시간 반 달려온 비슷한 거리를 고속도로론는 한시간도 안되서 주파한 것 같다.

어느새 마카르스카 뒷편 산에 다다랐다.

큰 산이 둘러싼 마카르스카 해안지대로 가려면 이 터널을 통과해야한다.

7km 이상되는 엄청난 길이. 산맥을 뚫고 가는 길이다.  


길고 긴 터널을 지나 바다가 나오니, 또 외치게 된다. 이놈의 푸른 바다는 볼때마다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

"바다다!!"

어느새 날씨도 깨끗히 개고, 집과 하늘도 너무 예쁘다.

집들이 많아지는 걸 보니 도시가 가까운 듯 싶다.


설레는 마음에 창문을 열고 마구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나타난 마카르스카.

아! 이도시 시작부터 너무 예쁜거 아니니!



하지만 우리의 페리시간은 30분도 남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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