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로 두브로브닉
여행 좀 한다하는 사람들에게 크로아티아에서 제일 유명한 도시는 뭐라 해도 두브로브니크이다. 해안가를 따라 도시가 죽 늘어선 크로아티아는 어느 도시나 다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최남단의 두브로브닉은 가장 아름답고 보석같이 빛난다 하여 자타공인 크로아티아 여행의 꽃이다.
그래서 대개의 여행자들은 자그레브 in 두브로 out 으로 북->남 으로 향하는 여행을 짠다. 세로로 길게 늘어선 나라의 동선상 한방향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데, 마지막 일정에 제일 아름다운것을 보겠다는 기승전결 코스이다. 하지만 우리는 비행기표 때문에 두브로 in 자그레브 out으로 거꾸로 일정을 짤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처음으로 들른 도시가 두브로브닉이 되었고 이후 이 결정은 여러가지로 큰 영향을 미쳤다.
# 에어비앤비 Airbnb
두브로는 최고의 관광지답게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숙소값이 워낙 비싸서 처음으로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해 봤는데, 역시 재미난 경험이었다. 장점이라면 역시 로컬집을 구경하고 살아본다는 것. 집의 위치도, 방의 구조도 실내 가구도 다 특이하고 색달랐다. 침대와 주방, 요리도구, 세탁기, 카드놀이까지 갖춘 정성은 물론, 천편일률적인 호텔의 구성과는 색다른 숙소를 구해보고 싶다면 강추. 저렴한 가격대는 덤이다.
어플로 방을 구할때 계정을 등록하고, 사진을 찍어서 확인시키고, 영어로 미리 메신저나 전화를 하면서 따로 약속을 잡아야 하는 건 재밌기도 했지만 약간 부담되기도.
우리가 묵었던 숙소, 중간에 하얀색 방이다. 저 계단 위로는 다른 집이 또 있는데, 바다가 슬쩍 보이는 뷰를 갖고 있다.
# 안토니오
우리에게 방을 빌려준 사람은 안토니오, 하지만 안토니오 대신 그의 아내가 우리를 마중 나왔다. 두브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주차가 되는 집. 다만 주차장과 집까지의 거리가 길진 않지만 계단밭이라는 거. ㅡㅡ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그녀는 방을 구경시켜주고 우리에게 키를 건네며, 마지막날 키는 그냥 식탁에 두고 가라 했다. 체크아웃 같은 것도 없이 말그대로 집을 그냥 통채로 내주고 맡기는 것. 그쪽이나 우리나 둘다 이 계약에 약간의 부담은 있겠지만, 기본적으론 우리는 에어비앤비에 나온 평판(후기)을 담보로 하고, 그쪽은 여행자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었겠지. 어쨌거나 늘 신용카드로 보증금을 100불씩 달아놓던 것에 비하면 아름다운 관계가 아닐 수 없다.
#골목
숙소로 짐을 옮기면서 구경한 두브로만의 특이한 골목도 인상적이었는데, 돌담 사이에 번지수가 붙어있는 철문이 있고, 그 철문 안으로 일정구역 내에 몇개의 집이 모여사는 구조였다. 골목에는 흔한 상점이나 현대화된 건물 하나 없이 정말 옛길과 옛담이 그대로 살아 있었는데, 덕분에 그날 밤에 귀가하다가 무서워 죽을뻔했다. 골목도 좁고 높고 어두워서 치안이 안 좋으면 큰일날듯. 완전 한번에 훅갈거 같아 무섭다 ㅠㅠ
게다가 숙소 소개에, 두브로 구시가까지의 거리가 약 10분정도 걸어가는 거리라고 해서 가깝다고 안심했는데, 안토니오!! 계단이 100개라는 얘기는 안했잖아!!!!
그나마 경사가 완만한 곳으로 걸었을때 계단이 100개지, 나중에 지름길로 가파른 계단을 오를땐 거의 200개의 계단을 한번에 올랐더랬다. 이건 뭐 아파트 10층은 걸어올라가는 기분이었어. 1분이 한층이었던 건가. 축구선수야 뭐야.
# 뷰 포인트
렌트카를 타고 공항에서 넘어오는 길에 보았던, 뷰 포인트를 찾아갔다. 렌트카 여행이 아니었다면 보지못했을 아름다운 전경. 처음으로 한눈에 펼쳐진 푸른 바다와 구시가지의 만남은 감동적이기보다 사랑스러웠다. 아침햇살을 받은 바다는 예쁘게 반짝거렸고 주황색 지붕들은 아기자기.
여러 각도로, 여러 사진기를 들고 찍어봐도, 역시 배경이 깡패다. 이건 누가 발로 찍어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릴만 하지 않은가? 사진 한장으로 여행지로의 로망을 생기게 하는 일명 '뽐뿌사진'도, 두브로는 아마도 딱 이 자리에서 찍었던 것 같다. 구시가를 한눈에 여기서 바라보는 이 각도가 정말 딱 예뻐.
그리고 덕분에 인스타 최초 게시물이 탄생.
머릿결로 위장했지만, 사실 얼굴이 통통해서 정면샷은 건진게 별로 없었다능.ㅠㅠ
그리고 이건 두번째 버전이다.ㅋㅋㅋ 까꿍~
# 드라이브
두브로의 낮은 햇빛 때문에 눈뜨기가 어려울 정도로 눈부시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줄 흐르는 화창(!)한 날씨인데, 그래도 그늘에선 쾌적하여 그나마 다행.
전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숙소에 짐만 옮기고 저녁지나서까지 (한국시간으론 새벽 3시ㅡㅡ) 구시가를 싸돌아다녔다. 그리고는 지친 몸으로 10층 높이의 숙소까지 걸어올라와 에어컨 밑에서 좀 쉰다는게 그대로 뻗었다. 그대로 점심까지 딥슬립.... 이제 시차도 힘든 나이구나 싶어, 푹 자고 여유롭게 아침도 해먹고 열두시가 다되어서 기어나왔다. 근데 또 이눔의 햇빛이......
그리하여 결국 그마저도 차를 타고 돌기로 했다. 한창 뜨거울때는 차로 돌다가 서너시쯤 다시 차를 주차하고 걸어나가야지. 구시가로 걸어 나갔다 오는건 하루에 한번만 하는걸로. (계단크리)
드라이브는 예정에 없던 일이라 코스도 모르지만, 어차피 크지 않은 동네이므로 차를 타고 슬슬 구경해보기로 했다. 북으로 향하는 두브로의 유일한 다리를 건너 다리 뒤쪽 바다가 깊숙히 잔잔하게 만처럼 자리한 동네를 가보기로 했는데, 쉽게 고른것 치곤 최고의 한수였다. 렌트가 아니었으면 가보지도 못했을테고, 그럼 두브로브니크가 이런 모습도 있는지 전혀 알수 없었을테지.
# 렌트
영훈이와 함께한 신혼여행부터 처음으로 시작된 렌트카 여행은 내겐 레알 신세계였다. 그간 주요 도시 위주로 걷는 여행만 했던 나에게는 한차원 업그레이드가 분명. 렌트카 여행은 걷는 여행의 체력과 시간을 보완하고, 차의 기동성 덕분에 꽉 짜여진 스케줄이 아니어도 충분히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건 해보기전엔 상상도 할 수 없는 풍요로움. 게다가 도시의 인상을 전체적으로 관망할 수 있다는 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거리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더더욱. 차 덕분에 발 닿는대로 구성되는 여행은 한층 자유로움을 준다.
이날은 시작일 뿐. 렌트 예찬은 여행 내내 끊이지 않았지.
해변을 따라 늘어선 작은 집들과 보트들, 그 사이사이에 풍덩 빠져 수영하는 사람들. 이토록 한적하고 여유로움이 철철 흘러넘치는 이곳은 미국인가 호주인가.?!
그러나 우리도 그 여유에 취해서, 편안해 뵈는 마당 넓은 카페에 점심먹으러 들어갔다가 여유 많은 종업원들의 늦은 서빙에 분통 터지기 직전 탈출했다는 건 함정.
마리나 다이닝 펍
그래도 목살스테이크와 오징어 튀김이 워낙 실하게 나와서 또 용서했다.
이 나라 사람들 맛은 몰라도 양에는 정말 관대하다.
# 오후나절 구시가
차를 대고 구시가로 슬슬 걸어오니 오후나절 따뜻한 햇볕에 수영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절벽사이에 저 일광욕 포인트는 또 뭔가. 너무 핫한데?? 자연적으로 생긴 절벽 사이에 카페를 만들고 바다를 내다보며 차한잔 하는 저 사람들을 보라.
# 성벽투어
두브로브닉이 유명한 또다른 이유. 바로 구시가의 완벽한 성벽길이다. 10세기에 지었다는 성벽 위로 구시가를 굽어보며 한바퀴 도는 성벽투어가 이곳의 가장 하이라이트인데, 한바퀴를 다도는데 총길이가 2km, 넉넉히 두시간여 가량 걸린다. 1인 120쿠나 (한화로 약 21,000원)
읏차 표를 사고.
성벽 입성~
필레(서문)쪽으로 올라와서 올라오자마자 가까운 플라차대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입구 주변에 있는 크로아티아 국기랑 인증샷 한방
이제 본격적으로 해안쪽으로 성벽 오르막길이다.
바다에 절벽처럼 서있는 땅에 용케 또 성벽을 잘도 지었구나!!
사람이 너무 많으면 좀 기다렸다 가고, 중간중간 사진도 찍으면서 슬슬슬 성벽을 걷는다.
성벽투어는 이른 오전 혹은 늦은 오후를 추천한다는데, 우리가 5시쯤의 지는 햇볕에 걸었는데도 뻘뻘 땀을 흘렸던 걸 생각하면 한낮에 오는건 생각만으로도 넘 괴롭다흐. 그늘 하나 없는 땡볕을 두시간 걷는게 보통일은 아니지.
끝날듯 끝나지 않는, 조금씩 각도가 바뀌는 바다위 성벽을 걸으며, 비슷한듯 비슷한 사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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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성벽 위를 걷다 내려보면 저 아래 성문으로 향하는 길 위를 걷는 사람도 아름답고
성벽 아래를 걷다 올려보면 성벽 위에 점점이 걸어가는 사람들도 아름답다.
그리고 이장면 ,
언제 다시 사진을 펼쳐봐도 시선을 잡아끄는 황금 칼라!
잊을 수 없는 두브로의 성벽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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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사실 바다끝 성벽에 올라 바로아래 바다를 내려다보며 느끼는 광활함과 푸르름은 사진에 담기 어려웠다.
사진에는 대비되는 배경이든 인물이든 피사체를 돋보이게 할 무언가가 필요한데, 거긴 정말 바다만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저 파랗고 파랬을 뿐이었으니까.
그래도 지나는 길에 카약떼와, 절벽 끝 buza카페를 찾아내고는 성벽 위에서 저 멀리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리고 바다를 찍었다.
버나드 쇼가 "지상에서 천국을 보고 싶은 사람은 두브로브니크로 가라" 라고 했다는데,
어때, 이만하면 지상천국이라 부를만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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