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urnal & Pic/일상

발레이야기





1. 나 요새 발레를 한다. 발레. Ballet
어지간히 놀랄 사람들은 다 놀래켰지만. 나조차도 아직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1.2. 삶을 살면서 우연찮게 또는 야심차게 한번 해보는 일들 중에 임팩트가 강한 것들이 있다.

작년에 했던 '스쿠버 다이빙' . 이것도 그중에 하나다.

아마도 임팩트가 있는 이유는 시도하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아서 생소한 이유가 가장 클 테다.

하지만 그에 숨겨 잘 가려져 있지 않은 두번째 이유.

그 사람과 그닥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이 드는 경우이다.

즉, 나는 발레랑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자평..

 

1.3. 하지만 막상 발레를 시작하고 나서 난 매우 빠른 속도로 이 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시작한지 어언 세달째나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야 포스팅을 하게 된 것도,

어떻게 하는 게 가장 멋들어지게, 재미있게 이 춤을 설명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좀 더 가벼운 마음이었으면 더 쉽게 쓸 수 있었을 테지만.

애정이 깊은만큼 쉽사리 손대지 못했던 마음이었다.

 

1.4. 그래서 이렇게 기승전결 없이 병렬하기로 했다. 치사하지만



 

  


2. 새로운 걸 접하는 건 늘 흥미롭지만

그중에서도 완벽히 반전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들은 많지 않은데

발레는 단언컨대 그 중 하나일 것이다.

 

2.2 새롭게 깨달은 사실 하나.

누가 발레를 우아한 몸짓이라고 했던가.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근력운동이다.

내가 헬스장에서 피티할때도 이렇게 내내 줄줄 땀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것도 가만히 서서 동작만 하면서 말이다.

 

2.3 깨달은 사실 둘.

발레를 할땐 어떤 동작을 하더라도 상체가 흐트러지지 않아야 한다.

머리 끝에서 목 척추 엉덩이까지 이르는 상체의 힘을 유지한 채 

팔다리 동작은 반동없이 천천히 해야하는데

이말인즉슨 내 몸이 곧게 서 있는 힘을 바탕으로

두 팔과 두 다리가 상체와 별개로 각각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말이 그렇지 정말이지 엄청난 균형감각과 다리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런지 누가 그러던데, 여리여리한 발레리나에게 킥 한번 맞으면 상상 초월이라고!

 

2.4.한편 이렇게 곧게 서서 춤을 추는 자세는

골반으로 춤을 추는 방송댄스 트렌드와는 완벽하게 역행하는 방향이다.

기초반에서 가장 흔하게 지적당하는 잘못된 자세가 골반이 흔들리는 발동작이다.

클래식을 완벽히 구사하는 사람들이 스트릿춤을 다 잘 추는 건 아니란 말도 이해가 갈만하다.

골반을 흔드는 춤과 발레는 완전 태생이 다른 느낌.

 

 


3. 발레는 클래식 중에서도 정통 클래식곡과 맞춘다.


3.2 클래식 춤에 임하는 자세

생각보다 스트레칭에 맞추는 박자가 조금 빠르다.

그동안은 스트레칭 할 때 좀 충분히 느린 박자에 몸을 늘여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기대하는 속도에 비해 음악이 약간 빠르다.

약간 빠른 박자는 긴장감을 준다. 그리고 그 이후로 처절하게 깨달았다.

긴장감과 발레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걸.

 

3.2 헬스장에서는 최신댄스곡이, 요가할 때는 자연의 소리가 나오는데,

특히 요가장에서 가끔 정체를 알 수 없는 태양의 소리(?)에 불편했던 나로서는,

경쾌한 피아노 반주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왈츠는 왈츠. 론도는 론도.

구슬처럼 톡톡 튀는 스타카토 반주에 바동작을 하다보면 기분도 같이 경쾌해진다.

 

 

4.1 난 뭔가 시작할 때 장비부터 챙기는 스탈은 워낙 아니라서,

발레도 슈즈만 달랑 산 채 첫날을 맞았다.

그러나 레깅스에 나시티 차림으로는 부족한 2%
둘째날 바로 긴급하게 랩스커트를 공수했다.( 몸매의 압박에 굴복했다. )

 

4.2 꽤나 본격적이라 생각하는 발레복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입고 있는게 신기했다.

분홍색 타이즈도 , 몸에 달라붙는 레오타드도. 얇은 랩스커트도,,

 

4.3 그래서 나도 따라 발레복 사이트를 구경하러 가봤는데 가히 신세계를 영접했다.

전엔 이런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각양각색 디자인의 레오타드만 수백가지가 넘고

그 밖에 스커트, 바지, 워머, 니삭스 등등

발레하는 이들에게 발레용품은 마치 패션의 한 영역이었다. (물론 취미반의 입장이다)

온갖 옷을 레이어드 하여 이쁘게 입고 하늘하늘 춤추는 재미가

발레를 하는 빅재미중 하나인 듯 싶었다.(말했지만 춤 자체는 절대 하늘하늘한 힘으로 출수는 없다)

 

4.4 그리하여 같이 발레를 시작한 행자언니 옷을 고르며 나 역시 큰 맘 먹고 발레복을 구입 *-_-*
등이 푹 패인 과감한 홀터넥 레오타드에 연분홍 타이즈를 신고 첫 수업을 들었던 그날의 수줍음이란!!

 

 


5.1 요새도 발레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마다 사람들이 조금만 안보이면 스텝을 밟으며 뛰어간다.
턴 하나가, 점프 하나가 그렇게 탐이 난다.

 

5.2 아마도 결국은 이것이 춤이기에.

체력 증진이나 특정 동작의 완성이 목적이 아닌, 춤! 그것도 꽤 어려운 춤을 추기 위해서인지라.

한번 시작하면 그 춤을 제대로 춰내기 전까진 계속해서 빠져들게 되나보다.

 

5.3 그래서 발레를 하면서 약간의 자아도취가 없다면 거짓말일 거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내가 춤을 추는 동작이 더욱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무대 위 무용수들만 누리던 그 멋진 춤을 나도 얼마간 따라할 수 있다는 그 쾌감

그것이 즐거워 이 수업을 계속 하고 있는 것 같다.

 

 

6. 나와 발레의 이미지 싱크로가 훌륭하진 않아도,

긴 목과 깊은 쇄골 덕에 상체의 비주얼은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아름다운 몸짓에 대한 나의 열망이 꽤나 재미있어서. 당분간 발레에 빠져있을 것 같다.

 

 

 

7. 발레이야기 투비컨티뉴~

 

728x90

'Journal & Pic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화  (5) 2013.11.12
천안 단풍놀이  (2) 2013.11.03
라이프 사진전  (0) 2013.09.15
힐링캠프 김강우편  (0) 2013.04.24
킬링타임  (6) 2013.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