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총을 나와서 첨성대와 향교를 찾아가는길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떴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을 견디다 못해
챙넓은 밀짚모자를 하나씩 사서 머리에 얹었다.
어디 먼 열대지방 갈 것도 없이 이곳이 바로 자외선 노출의 場이다.
모자가 옵션이 아니라 필수란 이야기다.
그림자 닭발신공!
첫 여행메이트 박갱님
오웅 편하다.
무리없는 스케줄도 맞고
그간 쌓였던 할 얘기도 많고
말할수록 잘 통해서 좋고
뛰어난 리액션 및 호들갑으로
들뜬 업된 여행동반자로 만점.
사진을 살리는 전매특허 표정연기는 백만점
아 첨성대.
예나 지금이나 첨성대를 보고 느끼는 가장 진실된 소감은
"달랑 이거?"
대체적으로 푸른름이 많은 경주이지만,
왕궁터답게 기본적으로 싸이즈가 넓직넓직하여
둘러보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한참을 걸어가야 하나씩 등장하는 유적지
덕분에 시원한 초록 그늘은 잊고, 그냥 더운 기억만 남았다.
더위가 수그러들 무렵
황금빛으로 물들기 직전의 논은
생동감이 생생했다.
집앞에 펼쳐진 여린들판.
같은동네 유명한 귀하신 릉들의 몫까지 다하는
부지런한 논들.
놋전분식 앞을 지나가면서
이 안에선 뭘 만들어 팔지 궁금했다.
파란색 대문과 깔맞춤한 간판글씨가 센스돋는 광경.
쿨톤의 거리사진들.
들어앉은 카페의 창밖으로
여기저기 불쑥 돋은 릉이 잘 들여다보였는데
사진속 세 아이는 릉을 미끄럼틀 삼아 놀고 있었던 모양이다.
천연 미끄럼틀이 따로 없음.
근데 그것이 어찌나 애잔하면서도 대견하던지.
그렇게 건강하면서도
심심한 놀이.
오직 경주에서만 볼 수 있는
릉과 사람의 조화.
매력적인 조화
택시기사님 추천으로 들른, 천마총 옆 식당 '숙영'에서
찰진 비빔밥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