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urnal & Pic/일기

결혼식 사진

 

이 결혼식에서 왠지 사진을 찍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아무 이유 없이 드는 건 아니다.

 

나의 모든 이상한 행동은 나도 모를 수 있는 불편함과 저어함이 기저에 깔려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정체가 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난 사진 찍지 않는 무리에 대해서 뭐 그럴꺼 있냐는 편이었다.

이왕 축하해주러 왔으니 왁자지껄 북적북적하면 더 풍성하고 축복된 결혼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사진을 굳이 마다하며 찍지 않는 사람들이 더 이상했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명료하게 사는 건 아니더라.

복잡한 심정은 표정에 드러나고 미련은 결코 추스러지지 않는다.

 

결혼을 앞두고 전남친에게마저 청첩을 보낼 성격의 나는

모든 감정 접어두고 스스로를 객관화시키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건 나이기 때문에 바로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 내마음에 든 동함.

순간 스친 생각일지 몰라도 이런 나에겐 상당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사진을 찍으러 우르르 떠난 무리의 테이블에 혼자 남았다.

괜찮았다.

감정에 푹 빠져 허우적거리고 싶진 않았다.

 

차마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찍고 싶지 않았다.

 

 

이 결혼식에서 왠지 사진을 찍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아무 이유 없이 드는 건 아니다.

 

 

 

 

 

'Journal & Pic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황  (0) 2012.06.18
치밀함  (4) 2012.05.10
블로그질  (2) 2012.03.19
그놈의 관계 그놈의 말  (4) 2012.01.16
나를 링크한 사람  (8) 2011.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