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결혼식에서 왠지 사진을 찍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아무 이유 없이 드는 건 아니다.
나의 모든 이상한 행동은 나도 모를 수 있는 불편함과 저어함이 기저에 깔려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정체가 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난 사진 찍지 않는 무리에 대해서 뭐 그럴꺼 있냐는 편이었다.
이왕 축하해주러 왔으니 왁자지껄 북적북적하면 더 풍성하고 축복된 결혼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사진을 굳이 마다하며 찍지 않는 사람들이 더 이상했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명료하게 사는 건 아니더라.
복잡한 심정은 표정에 드러나고 미련은 결코 추스러지지 않는다.
결혼을 앞두고 전남친에게마저 청첩을 보낼 성격의 나는
모든 감정 접어두고 스스로를 객관화시키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건 나이기 때문에 바로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 내마음에 든 동함.
순간 스친 생각일지 몰라도 이런 나에겐 상당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사진을 찍으러 우르르 떠난 무리의 테이블에 혼자 남았다.
괜찮았다.
감정에 푹 빠져 허우적거리고 싶진 않았다.
차마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찍고 싶지 않았다.
이 결혼식에서 왠지 사진을 찍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아무 이유 없이 드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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