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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Russia

암석교회 - 템펠리아 우키오

헬싱키에서 마음먹고 가보고 싶었던 곳은 딱 한군데였다.
'템펠리아우키오 Temppeliaukion Kirkko'

바위를 파고 들어가 만들었다는 독특한 모양의 교회, 가기 전부터 예쁘단 소문이 자자하여 핀란드 여행지 1순위로 꼽아놓았던 곳이다.

밥을 먹고 나온 늦은 오후, 저녁 어스름이 지기 전에 발길을 서둘렀다.



▲ 교회를 찾아가는 길에, 발걸음을 잡던 예쁜 색깔의 하늘.


분명, 가까운 트램 역에 내렸는데 
사람이 많거나, 건물이 높거나, 표지판이 많거나 등등의 이유로 눈에 띄는 건물이 없어서 적잖이 당황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건물들 틈 사이로 보이는 바위로 이곳을 알아냈다.
이 교회의 또 다른 이름은 '암석교회'


건물에 조그만 문이 있길래 들어가려고 보니 교회사무실 같은 걸로 쓰고 있는 것 같아서, 바위 위로 올라가 입구를 찾아보기로 했다.


근데 왠걸 올라가니 그냥 바위만.. 이렇게..
어딜봐도 바위바위바위


조용하고 예쁜 한적한 빌라들에 둘러싸인 암석교회의 윗면은 마치 어느 교외에 있는 언덕마냥 풀과 바위 뿐이었다. 그냥 그대로의 자연스런 모습. 비가 왔는지 조금 축축한 풀과 바위의 냄새까지 더하여 그냥 동네 야산에 올라온 느낌.





그리고 다시 내려와 도로를 따라 걷다가 겨우 찾아낸 입구!




 

안으로 들어왔는데, 

여긴 너무, 멋진 곳이다. 아..

감탄 그리고 또 감탄.


가운데 큰 원형의 돔은 마치 밀짚을 짠 것처럼 둥글게 UFO처럼 거대하게 머리위를 비추고
밀짚을 받치는 얇은 석판들 틈으로 파란빛을 띠는 저녁 햇빛이 비친다.

교회내부 벽에는 바깥에 있는 화강암들을 그대로!
무대가 비치는 돌들은 묘하게 분홍색 속내를 띠고있다.

▲밀짚과 같은 모양의 천장모양
 

교회의 내부 모습에 감동을 더해준 건 바로 공연이었다.
입구의 문을 열자마자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던 고운 목소리들.

이 교회가 설계될 때 자연의 음향효과를 고려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종종 음악회장으로 이용된다고 하는데,
우리가 갈때 때마침 하고 있던 이 공연은
타이밍으로나 감동으로나 정말 Perfect! 그 자체였다.


노르웨이 대사관에서 주관하는 Nordic Voices라는 그룹의 이 공연은 홀리한 느낌이 강했다. 성가 위주의 편성에 아카펠라 특유의 효과음이 강조된 노래를 섞은 선곡. 리얼그룹과 비슷한 느낌의 언어와 (그러고보니 여긴 북유럽!) 뛰어난 음색. 리듬. 분명 수준높은 공연!!

생각해보니 유럽 어느곳에 가서도 한번씩은 이렇게 공연, 예배, 미사를 경험하는 것 같다. 요번 여행은 공연여행이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만큼..그만큼 이들은 자주 공연이 있고 또 나누는 공연에도 관대하다는 거겠지.

 


교회 뒷쪽에서 발견한 나라별 '당신에게 주는 말씀'

전능하신 하나님이
당신 곁에 계십니다.

그분을
의뢰하십시요.

그리하면
기적을 볼 것입니다.

              M 바실레아



내가 뽑은 말씀이다.




오음계 단조음에 보이스퍼커션, 단어가 아닌 효과음(?), 소리의 향연인 교회에 앉아 있는 지금. 어스름 젖어드는 푸른색의 하늘이 얇은 기둥 사이로 쏟아져들어오는 광경. 푸르스름한 빛 뒤로 낮게 나즈막히 보이는 야트막한 돌담과 이끼묻은 풀의 느낌이 '원시'의 느낌을 강하게 준다.

자연채광의 교회는 화창한 날씨에도 밝과 환하게 빛났겠지만 
일몰에 푸른빛으로 물든 암석교회는 신비한 매력이 넘쳐흘렀다.


그리고 머리를 울리는 소프라노의 소리에
편안한 알토가 온몸을 감싸면
매력적인 테너에 몸을 부르르
가슴을 치는 베이스!

맑은 목소리. 이건 분명 신의 선물이다. 천상의 소리라고 한다면 이런 감동적인 공간 속 Holy voice.

여섯명이 몸과 무릎을 같이 굽혀가며 노래한다.
아 성가대하고 싶다.
노래하고 싶다!
내가 원하는 바로 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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