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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Russia

에스토니아 탈린 ESTONIA TALLINN _ 선샤인



배를 놓쳤다!

전날 10시표를 예매해놓고, 여유 부리며 9시 30분까지 호텔조식을 즐기다 나왔는데
걷다보니 시간이 빠듯하여 곧 거의 경보수준으로 땀나게 걷다가 급기야 뛰어서... 5분전에 선착장에 도착했다.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들어간 선착장 내, 보딩문은 아예 닫혀있고 사람은 흔적도 없다.
그제서야 안내판을 보니 '9:40 까지 오세요'
이런

예매처에서 Unfortunately, You are late란 말을 들으면서
'아니, 당신이 9시 40분까지 오라고 말해줬어야지!'라고 (어쩌다보니 어제 표 끊어준 여자애) 생각하면서도
은행원이면 너무나 이해할 수 있는 '말해주지 않아도 제발 고객이 알아서 챙겨야 하는 몫'에 목구멍까지 올라온 분을 넘긴다. 그래도! 우린 외국인이고!! 그것도 가까운 동네도 아닌 동양인이잖아!! 친절대명사 핀란드인 이러기임?

찔렸는지 어쨌는지 그 직원은 다행히 추가비용 없이 배시간만 두시간 뒤로 바꿔주었다. 우리는 졸지에 3시간이 되어버린 탈린 여행을 걱정했지만, 지금 와보니 결과적으로 그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되었으므로. 인생지사 새옹지마?


교훈 - 딴 나라 오면, 특히 뭐 탈때, 긴장탈것.
아, 러시아 떠나서 방심했어 (-_-)))


두시간의 여유가 생겨서 오전에 열린다는 항구마켓 구경도 하고, 오전녘의 거리를 구경했다.
침구매장도 기웃기웃, 접시가게도 기웃기웃, 수공예샵도 기웃기웃.

조용하고, 단아하고, 심플한 이 나라의 매력은 오히려 이 아침 2시간동안에 정말 잘 드러나 주었다.
연남동에서 맞는 오전도 이만큼 여유롭고 행복하겠지만. 여기보다는 조큼 덜 세련되고 더 시끄러울 것만 같다.



바깥 날씨가 은근히 서늘하여 남은 시간을 향긋하고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카페를 찾았으나, 결국 마땅한 곳을 찾는 데 실패하고, 배 시간에 트라우마가 생긴 우리는 아예 선착장 안에 붙은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자리도 불편한 간이의자식에, 선착장 목을 노린 그저그런 맛이겠거니 했던 예상을 보란듯이 뒤엎고
반타라운지에 필적하는 풍미를 보여준 존재감 만땅 ROBERT's COFFEE

고른 커피 이름은 무려 이름마저 눈부신  'Sunshine'  


우리가 타고 갈 배는 빨간색 Linda Line. 에스토니아까지 한시간 반이 걸린다.
2시간이 걸리는 배, 3시간이 걸리는 배 등 여러 배편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빠르게 가는 쾌속정일수록 값이 쌌다.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둘러둘러 가는 크루즈형이 아니라, 모터보트 타듯이 직선주로로 그냥 빠르게만 가기 때문이라는데 빠른 거 좋아하는 우리네 정서에 이보다 고마울 데가 있나. 가격까지 싸주고.

 

드디어 출발.

그런데 배가 좀 흔들린다. 왠지 유럽의 바다는 사시사철 맑은 하늘에 얌전히 잔잔한 바다일것만 같은데 만피트 상공의 비행기보다 승선감이 안 좋구려. 하품을 조금씩 하는 걸 보니 멀미가 나려나보다. 일찌감치 자리잡고 잠을 청하며 멀미를 다스리고 있는 다영이처럼 나도 정방향 의자를 찾아 눈을 감고 음악이나 좀 들어야겠다.

정방향 의자를 찾는 김에 함미에 나가 유럽의 바닷바람이나 좀 쐴까하고 일어나는데 배가 흔들~ 우르르르
타이타닉을 찍는 것마냥 왼쪽 오른쪽 난간을 바싹 잡아가며 기대고 서 있다보니 이것 참 위험하기 그지없다.
배 속도도 장난아닌데 안전벨트 혹은 Sit Sign하나 없다니 너무 비행기에 익숙해졌나.


배가 무시무시하게 흔들린다.
좌우사이드로 흔들리며 튄 바닷물이 한바닥 씩 넘어와서 집어삼킬듯 옆 유리창을 때린다. 아까 물소리가 나서 비가오나 했더니 이거였나보다. 어지간해서는 멀미 잘 안 하는 나도 속이 어질어질해진다. 그리고 흔들림보다 좁은 공간에서의 향수냄새가 더욱 멀미나게 한다 



한참 배를 타고 있는데 친절한 외교통상부씨가 생뚱맞게 긴급시에 전화하라고 문자를 보냈길래 '빨리도 보낸다'하고 혼잣말을 하는데 줄줄이 문자가 들어온다. 
'에스토니아 발신은 분당 2550원, 수신은 288원, SMS는 발신 300원, 수신은 무료'

아 내가 지금 다른 나라를 가고 있지. 보통은 공항에서 핸드폰을 켜면 그 문자가 쏟아져 들어오니까 몰랐었는데 나는 지금 발트해 위로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경계를 막 넘은 것이다 

헬싱키에서 출발한지 한 사십분 되었으니 이제 통신사도 elisa(핀란드 통신사:완전 로맨틱)에서 EMT(에스토니아 통신사)로 바뀌고 저 멀리 한국에서 로밍해온 내 핸드폰까지 그 신호가 온거다. 삼면이 바다에 북쪽은 바다보다 더한 북한으로 막힌 나라에서 뭐 이렇게 쉽게 국경을 넘어본 적이 있어야 짐작이라도 하지. 


아이폰 랜덤 재생되는 하림의 '출국'이 참으로 절묘할뿐이다.



▲ 구름낀 하늘인데 모스크바에서의 회색하늘과는 느낌이 좀 다르다. 이 바다 왼쪽으로는 러시아, 오른쪽은 스웨덴 덴마크 독일의 바다이면서 끝에는 영국을 둘러싸고 나가는 길.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낮은 구름 위로 파란 하늘과 숨은 선샤인이 각색의 뷰를 만들어낸다 





에스토니아에 가까워지니 거짓말처럼 하늘이 갰다.
중간중간 회색구름이 섞여있긴 했지만, 그래도 배에서 볼 땐 비라도 뿌릴듯한 찌뿌둥한 하늘이었는데 이정도면 매우 고마움.


이렇다할 선착장도 없이, 늘어선  TAKSO들 사이로 시내를 향해 걸었다.




적당히 구름낀 하늘은, 더욱 드라마틱한 광경을 연출한다.
나의 하루짜리 에스토니아 여행기는 아무래도 부제로 'Sunshine'을 붙여야만 할것 같다.




▲ 새로운 도시에 들어서 잔뜩 업된 다영과 나. 얼굴에 나타난 '설렘'이 사진에 너무 잘 보인다.


▲ 드디어, 그럴싸한 지도를 받았지만 탈린은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걸어도 대충 아는 곳이 나오는 작은 도시였다.
음. 이번 여행은 역시 지도와 거리가 멀다.



 


 

 

 뭐 이런 만화같은 데가 다 있냐. 누구 머리 긴 사람한테 고깔 모자 하나 씌워놓고 마녀라고 해도 믿겠네.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노란 등이 밝혀진 굴 안에는

'상점'이 있다.



탈린은 예쁘고 동화같은, 그리고 시간이 멈춘것 같은 도시였다.
그동안 손이 시려워 꺼내지 못했던 카메라를 꺼내들고 셔터를 눌러댔는데, 어디서 어떻게 찍어도 너무나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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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1 오후 6:32


                    누나 뭐하십니까 ㅋㅋㅋ


                                                                                 에스토니아 간다 ㅋㅋㅋ
                                          



간지좔좔 에스토니아 여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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