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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일상

근황

드디어 전화가 왔다. 복직을 알리는 전화. 동공은 흔들렸지만 몇주간 예상 시나리오 그렸다보니 생각보다 차분했다.

군대를 다녀올 수도 있는 꽉 채운 2년이었는데 어디로 갔는지 문득 의아하다. 자유를 빼앗기는 듯한 억울한 기분이 드는데 도무지 말이 안되니 원망은 시간에게 돌릴 수 밖에 없네.

미루기 대장은 마음이 급해져 우당탕탕 약속을 잡는다. 그래봤자 몇 되진 않지만.

기나긴 휴직 기간 동안 여러 인간관계의 시간을 많이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두문불출하였다. 회사 사람들은 회사 일이 떠올라 자꾸 복직 후로 미루게 되었다.

혼자의 시간도 충분히 즐기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그리 내키지 않았다. 함께하는 건 피곤하지만 그 이상으로 행복한 일이었다.

번개로 만나지는 경우를 제외하고 정예로 잡은 몇개의 약속은 정말 간절한 만남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연달아 몇번이나 파토가 났다. 두어달에 한개 정도의 극한 빈도가 몇번 바스러지고 나니 심적 타격이 없진 않았는데 그럴때마다 계획적이지 않은 인간의 생활패턴 한계를 경험했다. 몇번 아쉬워하다보니 1년이 후딱 갔네.

얼마전 친구가 아이들 영어책 전집 출판기념으로 율이 책을 하나 보내준다고 하여 패션사업에 출판도 계속 하는 거였냐 물었더니 요새 일 하나로 어떻게 사냐며 웃네. 그 친구 얘기를 들으니까 세상 놀자판인 내가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그나저나 어떻게 하면 그렇게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것인지 그것도 궁금하다. 어떤 에너지로? 내가 가진 건 고작 애착심인것 같은데 그의 동력은 무엇일까.

어제 만난 새언니한테 복직한다 아쉽다 했더니 “이제 그만 놀고 돈 벌어야죠” 하고 웃으며 강력하게 말해줬다. 그게 더 좋았다.


예정된 일이었지만 막상 날짜 받으니 숨통이 조여드는 답답함은 어쩔수 없구만. 그래도 일할땐 또 열일하도록 하고 그때까진 하루하루 충만하게 놀아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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