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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

성격과 염치 윗사람 몇이 자리를 한번에 비웠다. 예상은 했지만 훨씬 더 조용하고 일 할만 하였다. 영업점에서 물어보는 질문들에 대응하여 차분히 생각하고 이곳저곳 물어보기도 하고 대답을 정리할 수 있었고 훨씬 생산적으로 일할수 있었다. 물론 무기한 이런 상황이면 이렇지만은 않겠지. 내게도 관리자와 책임자의 역할이 추가로 부여될 것이다. 원래 그들이 있다가 지금만 잠시 없는 시간이라 편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그런 걸 접어두고도 귀마개따위 생각나지 않는 오랜만에 너무도 정말 일 할만한 날이었다. 피신을 떠나지 않아도 마음이 어지럽지 않았다. ​ 전에 친구와 함께 만났었던 한 차장님이 휴직을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육아나 건강으로 인한게 아닌, 퇴직 대신 어쩔수 없이 선택한 자발적 휴직이다. 벌써 경력 2.. 더보기
기본 식당에 갔을때 덜마른 냄새가 나는 행주로 상을 닦아줄 바에는 그냥 닦지 말아달라고 하고 싶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건 별게 아니다. 회사에서도 보면 어떤 친구는 자리가 굉장히 너저분한 채로 어떤 친구는 잘 정돈된 채로 일을 하는데, 자리가 사람의 모두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손님쪽 자리에서 지나가다 보더라도 그 기본(이 회사에서는 믿을만한 직원)이라는 것이 아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는 건 금방 느낄 수 있다. 간혹 회사의 어떤 이는 단정한 몸가짐과 청결에 대해 나의 (반성과 더불어) 지각과 인식의 경계가 넓어지는 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깨끗히 세탁되고 잘 다려진 옷과 소지품이, 단정히 닦이고 가지런히 나열된 물건들이 그 주인의 품격을 올려준다. 그런 주인은 여지없이 해야할 일과 하지않아야 하는.. 더보기
삼겹살 평일 저녁 퇴근후 지친몸을 이끌고 저녁을 먹자고 고깃집에 앉아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나는 이것이 누군가의 명상의 시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워지는 소리와 그 뜨거운 기름판위에 부글거리는 비주얼이 뭔가 백색소음처럼 머릿속을 멍하게 만든다고 해야하나. 원시시대의 동굴 속 불을 바라보는 일처럼 긴장감을 내려놓는 일. 한편 익어가는 불판에 얼굴이 뜨거워지고 짠하는 유리잔에 차곡차곡 쌓이는 공감대가 어떨때는 동료애로, 어떨때는 인간미로 기화하여 온 정신을 사로잡는다. 다른 관계적 의미나 사회적 지위들은 다 벗어던지고 지금 이 고기를 먹는 일과 마주 앉은 이와 짧아도 집중된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내게 지금 주어진 미션같은 그런 느낌. 특히 회사라는 전장에서 누군가와 진흙탕 싸.. 더보기
글쓰기 아침에 당번이라 일찍 출근한 김에 어제 못다 쓴 글을 이어쓰기 시작하였는데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데만 20분이 훌쩍 지났다. 무슨 일이 있으면 일단 서사를 늘어놓는 일기의 본질적 한계 때문에 맥락없이 나열을 하다가도, 뭐든 끝마무리는 말끔히 되어야 제대로 끝난 기분이 들기 때문에 마지막에 집중하는 편인데, 유독 어떤날에는 문장이 꼬인다는 느낌이 한번 들면 그건 희한하게 어떻게 써도 도저히 답이 안나올 때가 있다. 어떻게든 얼른 마무리 하고 싶어 이리저리 고쳐봐도 나아지긴 커녕 더 늪에 빠지는 기분이 드는데 마침 오늘이 딱 그랬다. 마무리로 몇 문장 정도가 경합을 벌였는데 아무리 해도 만족스런 결말이 되지 않아 고민하다 아예 다 들어내고 순서를 뒤바꿔버렸다. 어려서부터 뭔가 한 뭉텅이의 글을 써야할때, 나는.. 더보기
감정다루기 12년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지는 지리한 회사생활속 쉽게 흘러가는 나날 중에서도 간혹 밀도 있는 인간관계를 경험할 때가 있다. 가끔 내가 그분에게 왜 이렇게까지 감정이입하였나 생각할때가 있는데, 아마도 그것은 그분의 말과 글에 내면의 감정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인것 같다. 나는 그간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무언가. 그건, 남들이 언뜻 보기에는 별다를것 없는 말로 비슷하게 표현되지만, 사소한 단어나 미묘한 타이밍으로도 분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진심이 담겨 있는 말은 작아도 엄청난 힘이 있는 법이다. 그분으로 인하여 나는 많은게 바뀌었다. 그 중 가장 큰 건 내 감정을 소중히 다룰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저 부정적인 기운이라 몰아내려고만 했던, 약해빠지고 나약해서 도망가거나 극복해야만 하는 .. 더보기
2018년 생활정리 독서생활 1.스노우맨 - 요 네스뵈 2.쏘아올린 불꽃, 밑에서볼까? 옆에서볼까? 3.이동진의 독서법 4.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5.목숨을 팝니다 6.고령가소년살인사건 7.지식인의서재 8.막다른골목의추억 9.김영하 산문 보다 10.살인자의 기억법 11.다섯째아이 12.레드스패로우1 13.타인의섹스를비웃지마라 14.나쁜그림 15.샬로테 16.쓰기의말들 17.O이야기 18.스마트폰을떨어뜨렸을뿐인데 19.살인자의건강법 20.플립 21.오후네시-아멜리노통 22. 그시절,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23.잠1 24.잠2 25.그 여름 마리아 26.임금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 27.채식주의자 28.I iove you 29.아무도알려주지않은도서관사서실무 30.회색인간 31.앙리픽미스터리 32.가끔은 .. 더보기
행복 결혼 이후로 집에 사람들을 여럿 초대하여 먹고 마신적이 꽤 있지만 언젠가부터는 방에 먼저 들어와 쉬는 적이 많았다. 합정근처에서 놀다가도 일차만 하고 난 먼저 들어와 쉬거나 잠이 들었다. 둘이함께 있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억지로 누군가가 기다리거나 억지로 끝내기보다, 서로의컨디션에 맞추어 원할때까지 편히 노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일차가 끝나면 날 집에 데려다주었고, 나는 다시 그들끼리 편하게 놀게 두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체력이 점점 고갈되는 게 느껴졌다. 자꾸 끝을 잊어버리는 술자리의 기억 역시 하나의 증거이다. 내 해마들은 벌써 많이 없어졌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편의를 추구하는 나의방식은 누군가에게는 서운하게 느껴질수도 있을것이다. 예전에도 그랬다. 십여년전쯤에, 아니 20대초반부터.. 더보기
남의 여행기 (feat 태원준) 내가 언젠가 지나가다 읽은 여행기가 마음에 들어서 등록해놓은 블로그가 태원준의 블로그인 것을 최근에 알게되었다. 여행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 내가, 거의 유일하게 읽은 여행책의 작가. 60 넘은 엄마와 30후반의 아들이 같이 세계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책 제목은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 외 다수) 책이 좋았던 기억처럼 태원준의 블로그도 역시나 재미있다. 일단 작가 자체가 가식이나 허세를 부리는 면이 전혀 없어 좋고, 문사철 관점으로 외국문화를 소개해주는 인문적 교양은 좀 적지만, 정말 부지런히 그리고 긍정적으로 여행을 해대는 그의 에너지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장점이다. 내가 블로그를 보기 시작했을 즈음에, 그가 100일 100도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했는데 그것인즉슨 3개월짜리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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