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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일상

호구 vs 집요한 민원인 아침에 샌드위치 먹으려고 한강에 새로생긴 서브웨이에 갔는데 일이 처음이신지 알바 한분이 정말이지 심하게 버벅였다. 내앞에 다른 손님 한분(2개 주문) 뿐이었는데 내 주문 받아서 빵굽고 야채넣고 계산하는데 15분이 넘게 걸렸다. 빵/야채/계산으로 분담체계라 총 3명이 함께 일한 결과라 더욱 충격. 위생장갑 한번 바꿔 끼는데 기존 장갑 빼는 것 버리는 것 다시 새거 집어서 비벼서 열고 손가락 알맞게 끼는 데 10초정도 걸리는 것 같았고 바구니에 샌드위치를 옮겨 담는데 빵을 들었다 놨다를 세번정도 하였다. 야채는 어떻게 할지 소스는 뭘로할지 드시고 가는지 심지어 지금 본인이 만든 메뉴가 무엇인지(맨첨 빵담당이 아니라서 몰랐던 듯) 계산은 단품인지 모두 두번씩 물어봤다. 그리고 카드는 세번 취소하고 네번째 다른.. 더보기
미래를 사는 사람 며칠 전 주말 서재 대청소를 하다가 지난 십오년간의 여행 흔적, 일상생활에서 중요하다 생각하여 남긴 소소한 자료와 사진 물건들을 잘못 내놓는 바람에 쓰레기로 분류되어 사라져버렸다. 분명 소중하고 중요한 걸 모아서 둬두긴 했지만 무엇이 얼만큼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아니 거기 구체적으로 뭐가 있었는지 기억해내버리면 더 괴로워질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안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이런 적이 몇번 있었다. - 가족끼리 남프랑스 여행을 갔다가 여행 말미 핸드폰을 도둑 맞아서 여행 사진이 다 날아갔을 때. - 아이폰 메모 백업 문제로 그간의 메모 기록이 사라졌을 때 (이건 나중에 어떻게 복구하긴 했다) - N드라이브 장기 미접속으로 20대부터 정리해온 파일 문서들이 사라졌을 때. 이때 각각 .. 더보기
오랜만에 무서울 것 같은 소설 완전한 행복을 읽고 있다. 그간 정유정 책은 무서워서 못 읽고 있었다가 며칠전에 ‘자기애와 행복의 늪에 빠지면 어떻게 되는가’라고 인터뷰한 작가의 영상을 보고는 이 신간이 읽고 싶어졌다. 비가 엄청 쏟아붓던 날 책을 빌려와 혼자 소파에 앉아 읽기 시작했는데 방음 잘되는 거실 샷시가 후두둑 흔들거리는 소리와 번쩍거리는 번개 때문에 으슬해져서 첫머리 진도가 쭉쭉 나가지 않았다. 시작부터 기묘하고 의뭉스러운 케릭터가 등장하여 불편했고 9챕터 중 1개의 챕터를 겨우 소화했다. 난 평온함을 추구하는데 소설은 어쩔 수 없이 독자를 불편하게 구니 괴롭다. 불편함으로부터 비로소 깨달음과 해방이 있어 그런가? 그래서 가끔 소설이 싫을 때가 있다. 극단적인 상황과 인물을 통해 주제를 드러내는 것이 쉽고 편하긴 하나 자극에.. 더보기
요리의 기본 요리도 기술이라면 기본이란 게 있을텐데 가끔 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을 때가 있다. 오늘따라 칼국수가 먹고 싶어서 식자재장에 쓰고 넣어뒀던 칼국수면을 꺼내 재료를 준비했다. 마침 감자, 호박, 당근, 양파가 모두 집에 있어서 그것들도 적당히 썰어 준비했다. 오늘 인터넷으로 찾은 레시피에는 멸치육수의 깔끔한 맛을 위해 감자와 칼국수 면을 물에 헹구도록 설명해놓았더랬다. 썬 감자는 물에 담궈 놓았고, 면은 넣기 전에 채에 받쳐서 물에 가볍게 헹구라길래 미리 준비한답시고 꺼내놓은 면 위에 수돗물을 틀었는데 느낌이 싸했다. 다시 읽어보니 면은 ‘냄비에 넣기 직전에 헹구’라고 되어있다. 난 이미 면을 담궜고.. 물 묻은 면은 들러붙기 시작했다. 냄비 상황은 다시팩이 이제 막 끓고 있는 수준. 육수를 10.. 더보기
집중이 안되는 날들 요새는 하루종일 힘이 없는 것 같다. 충분히 잤는데도, 꾸준히 테니스로 운동을 하고 있는데도, 먹을 걸 충분히 먹는데도 왜 매일 활력이 없는 느낌일까. 오늘 아침에도 레슨 20분 하고 테니스 공줍다가 일어나니 머리가 딩- 하고 잠시 몽롱했다. 기립성 빈혈인가 일사병인가 그 두개의 짬뽕인가 모르겠는데 너무 무리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초등 중학교시절 운동장조회 때 쓰러진 건 우연이 아니었다. 난 온열질환 주의 대상자다. 며칠 전 레슨 끝나고는 너무 허한 기분에 삼계탕이 간절하여 집앞 닭집에서 포장해와 먹었다. 매년 여름 사무실에서 가디건 입고 일하다가 이제서야 여름날에 왜 보양식을 먹는지, 복날을 챙기는지 알게됐다. 그나마 먹고나서 배가 든든하면 좀 힘이 나는 것 같다. (닭한테 미안해서라도 힘이 나야.. 더보기
앞서 온 사람 아기가 잠을 자지 않아 유모차를 끌고 나왔다. 벌써 저녁 6시가 넘어가는 무렵 골목어귀의 라오삐약을 지나가는데 유모차를 지니고도 바깥에 앉아 제법 먹을만한 좌석 두개가 눈에 들어왔다. 안그래도 며칠전부터 소고기 쌀국수가 땡겼는데 마침 자리도 비어있고 저녁도 해결해야 하니 아기가 잠이들면 여기서 이걸 후딱 먹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잠드는 데 예상보다 오래걸려 골목을 몇번 반복해서 걸어 40분쯤 지났을때라야 식당으로 향할 수 있었다. 반쯤 걸어왔을 때 내 옆을 빠르게 지나쳐 한 여자가 걸어갔다. 여자의 걸음이 조금 특이한 느낌이어서 나도 모르게 뒤에서 쳐다보게 되었던 것 같다. 곧 나와 비슷하게 유모차를 끌고 기다리고 있던 다른 여자와 만나 반갑게 인사하곤 내 조금 앞에서 같은 방향으로 걸었는데 나도 .. 더보기
작은 세상, 제발 작은 것부터 잘해봅시다. 얼마전 선물받은, 노래가 나오는 아기 장난감에 ‘작은세상’ 노래가 실려있었다. 가사집이 있어서 들춰봤는데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함께 느끼는 희망과 공포..?? 슬픔이야 함께 나눌 수 있다고 치지만, 함께 느끼기에 공포는 좀 이상하지 않나? 인터넷 좀 뒤져보니 고통이라고 나온 가사도 간혹 보인다. 고통은 그나마 이해가 될법하다. 슬픔과 고통은 일상적이고 범인류적인 감정이니. 근데 공포는 특정한 대상이 없이는 잘 쓰지 않기도 하고 희노애락을 말하는 가사의 맥락상에도 너무 갑툭튀라. 특정 시대적 배경과 타겟이 있어 쓴 거라면 아주 많이 봐줘서 이해가 될 수도 있지만… 애들 동요책에(원랜 동요로 만들어진 건 아니고 철학적 가사이지만) 갑자기 왠 공포인가요 그게 더 공포스러워… 이게 무한반복되는 사운드장난감이라.. 더보기
글쓰기 근황 아기가 이동성이 장착되면서 집안 곳곳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 대상으로 콘센트 구멍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안전마개를 사와서 구멍을 막았더니 테이블에 노트북을 꽂아놓고 쓰는 패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노트북의 비루하게 남은 전력만큼이나 아기의 뒤꽁무니를 쫒아다니는 나의 에너지도 거의 닳고 닳아 늘 충전이 필요한 상태가 되다 보니 아기가 자는 시간에 테이블씩에나 앉아 무엇을 끄적이는 행위가 더욱 품이 들게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게 발달하는 아기의 모습을 지금 잘 기록해주지 못하면 나중엔 도저히 기억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늘 가까이 있다. 적다보면 또 이것저것 다 게걸스럽게 기록하다가도 한번 손을 놓으면 몇 일이고 몇 주고 흘러간다. 희한하게도 늘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주옥같은 문장들이 나온다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