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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제 3의 인물

잠들기 힘들어하는 아기

요새 아기는 잠 드는 것을 힘들어한다. 졸린 기색이 역력한데도 눈이 감길때마다 마치 잠들면 큰일나는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며 두팔을 딛고 상체를 들어올려 미어캣처럼 주변을 살핀 뒤 벌떡 일어나 비몽사몽 이불밖으로 걸어 나간다. 아직 많이 졸리지 않아 보일 땐 나가는 걸 붙잡지 않지만 거의 잠들었다가 잠에 저항하는 듯 부스스 일어나 저도 모르게 나가려 할 때는 가는 친구 허리를 붙잡아 다시 이불에 뉘여놓는다. 대개는 눕히자마자 몸을 비틀어 다시 일어나려 하는데 등이나 무릎을 살포시 누르며 조금의 압박을 주면 몇분 안에 바로 잠들기도 하고, 격렬히 저항하다가 잠이 완전히 깨 버리기도 한다.

며칠 전 외출 잘 다녀오고 나서 4시쯤 집에 들어올때부터 졸려하던 아기를 재우려고 남편이 들어갔는데 계속 실패했다. 그리고 내가 바통을 이어받아 잘듯말듯 하는 아기를 붙들고 두시간을 씨름한 뒤에 6시가 다 되어 가까스로 재우고 나왔다. 여유가 없고 조바심이 드니 자꾸 나가려고 하는 아기를 거칠게 다시 누이는 스스로가 못나보인다. 아기의 때를 기다려주고 여유를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늘 설파하면서 이렇게 순간에 무너지는 나를 본다. 이렇게 늦게 잠들면 심지어 밤잠이 방해받을 수도 있는데, 아마 나는 어떻게해서든 이 대결에서 아기에게 이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누군가의 잠듦을 기다리며 두시간을 버티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가까운 지인이 몰입하는 삶에 대한 즐거움을 이야기했고, 난 아기를 재울 때 자꾸 그 생각이 났다. 육아와 몰입의 즐거움을 동시에 공유하는 것은 어렵다. 스스로의 삶을 계획하고 주체적으로 꾸려나가던 이들이 왜 육아 앞에서 그렇게 좌절하고 힘들어하는지 이제서야 좀 알것 같다. '내 시간을 나눠 쓴다‘고 말했던 친구의 토로도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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