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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제 3의 인물

필담 나누는 사이

요새 아기는 밥태기다. 잘 먹던 아기도 밥투정을 한다는 마의 시기. 밥보단 주로 치즈, 버섯, 바나나, 토마토 등 좋아하는 것만 먹겠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이 앓이 때문인지 음식취향이 분명해져서인지 어쨌든 힘든 시기임은 분명하다.

아침엔 오트밀 한봉지에 우유와 좋아하는 과일퓨레를 섞어주었는데 먹는둥 마는둥 했다. 예상한 걸 안 먹으면 새로운 메뉴를 생각하고 또 만들고 안 먹은 걸 치우고 그동안 짜증을 받아주느라 기력이 두배로 빠진다. 오늘따라 대체할 것도 없는 텅텅 빈 우리집 냉장고. 더 쳐지기 전에 외출을 감행하여 식빵과 과일 채소를 한아름 사왔다. 그리곤 막 안친 따끈한 밥과 크림소스로 점심을 만들어주었는데 한숟갈 먹더니 더 먹지 않고 또 울기만 하는 아기.

한숨이 나오는 걸 참고 하이체어에서 내려주었다. 요새 기동성이 생겨 그런지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식사를 잘 안하고 돌아다니며 먹는 버릇이 드는 것 같아 걱정이다. 아기는 내리자마자 책장으로 달려갔다. 주저앉아 이것저것 꺼내길래 놀고싶었나보다 하고 내비두었더니 다가와 내 무릎위에 한 책을 들이밀었다.

옆을 돌아보니 오늘 사온 사과와 귤이 바구니 위에 탐스럽게 담겨있다.

사과 먹을래? 물으면 대답은 확실히 하지만, ‘사과’를 말하지는 못하는 아기는 이렇게 완벽한 문장으로 분명한 의사를 표현했다. 책 제목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다니.. 이런걸 필담이라고 하나 서담이라고 하나? 가만 보면 진짜 다 알고 있는거 같아. 볼때마다 놀라운 아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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