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세계가 칠흑처럼 어둡고
실 잃은 희망들이 숨이 죽어가도
단지 언뜻 비추는 불빛 하나만 살아 있다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세계 속에는 어둠이 이해할 수 없는
빛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거대한 악이 이해할 수 없는 선이
야만이 이해할 수 없는 인간정신이
패배와 절망이 이해할 수 없는 희망이
깜박이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토록 강력하고 집요한 악의 정신이 지배해도
자기 영혼을 잃지 않고 희미한 등불로 서 있는 사람
어디를 둘러 보아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
무력할지라도 끝끝내 꺾여지지 않는 최후의 사람
최후의 한 사람은 최초의 한 사람이기에
희망은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한 것이다.
세계의 모든 어둠과 악이 총동원되었어도
결코 굴복시킬 수 없는 한 사람이 살아 있다면
저들은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패배한 것이다.
삶은 기적이다.
인간은 신비이다.
희망은 불멸이다.
그대, 희미한 불빛만 살아 있다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박노해
작년에 효자동에서 일할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박노해 사진전에 갔었다.
[나 거기에 그들처럼]
강렬한 색채와 다큐적 느낌이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들.
하지만 한시간여 천천히 돌아본 그 사진전이 남긴 건 화려한 색채나 이국적인 풍경 뿐만은 아니었다.
가타부타 작가의 해석을 붙이지 않아도
사진을 찍은 곳과 그 사진 속의 모습만 보고도
마음 한켠이 차오르는 그런 컷들.
한번쯤 딛고 싶은 곳과 담고 싶은 사람들이 가득했던 사진전으로 기억한다.
#
그 사진들에 이야기를 붙였던 것이 이 책이다.
오랜동안 작품활동을 하지 않던 시인이 12년만에 낸 신작이자,
그의 시대정신을 절절히 담고 있는 책.
시인은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보다는 절망속에서도 희망을 본다는 게 적절하겠지.
인간을 사랑하는만큼 억압을 정면으로 대면하라는 그의 외침.
하지만 나는 그의 사진이, 그의 시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폐허가 된 마을에서 똑바로 걸어가는 엄마의 등을 보고 걷는 아이.
절망속에서도 등을 펴고 걷는 사람들.
<내 아름다운 것들은 다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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