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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ngland

영국 11 - 에딘버러 : 비조차 여행의 일부다

여행 중에 비가 오락가락하는 것은 좋을때도 안좋을때도 있는데, 비가 오면 다니기 불편하면서도 다시 날이 개이면 기분도 같이 급격히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 개인 날씨에 맑아지는 공기와 , 멋진 하늘, 수증기로 뽀얗게 보이는 피부, 그리고 바닥에 비치는 사람과 건물의 시각적 효과 역시 조금은 신비롭고 드라마틱한 효과를 준다. 

원래도 맑은 하늘을 좋아하고 날씨가 화창할 때에 사진을 찍으면 깨끗하고 청명해 늘 좋은 날씨를 갈망하지만, 이곳은 365일중 200일 비가 온다는 영국. 하도 변덕스러운 날씨때문에 우산도 진작에 포기했다. 그리고 깨끗한 사진을 포기하는 대신 분위기 있는 사진을 찍어봐야지.

이곳에 와서야 처음으로 깨달은 사실은 비조차 여행의 일부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식당이 있는 2층 문 앞에서 40분 기다리라고 매몰차게 말하는 할머니 매니저가 마음에 안들어 흥 여기만 식당이냐 뒤돌아 나오다가 1층 입구 앞에서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하는 비를 보고는 다시 올라가 그분께 최대한 빨리 자리를 주십사 두손을 모으는 것 같은 일이 그렇다. 비가 쏟아지기 직전에 들어온 식당은 사람이 많고 주문이 밀려도 그냥 운명이려니 하고 식사를 해야한다는 걸. 애초에 도시에 가진 기대감이라는게 이만큼이나 중요하다.

* 해기스라는 이도시의 특별한 음식을 먹기 위해 들른 세번째 식당이다. 이 음식은 마치 만두소 처럼 생겼는데, 조금 큰 동그랑땡 같다고할까. 맛은 약간의 누린내를 빼면 그럭저럭 고기맛이 나는데 역시 영국친구들에겐 이 정도가 특출난 음식인가 싶어 조금 안타까워지기도 한다. 사실 난 식도락 여행에 큰 욕심이 없기 때문에, 그저 적당한 때에 적당히 배부른 음식이면 되는데 , 나와 함께하는 이 친구는 맛있는 걸 먹는게 중요해서 꽤 많은 시간을 맛집을 찾는데 할애한다. 가끔은 그 시간과 발품이 아까워 아무거나 먹자 하고 싶을때도 있지만 나도 남들에게는 별것 아닐수 있는 길사진, 건물사진, 하늘사진을 찍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걸 알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그걸 조용히 기다려주는 친구이기 때문에, 각자의 취향은 존중하고 적절한 선을 지키면서 다니는 걸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저녁을 먹고 나오는 길, 급기야 무지개가 떴다..! 

갑툭 아담 스미스 ㅎㅎㅎ

* 분위기가 시시각각 바뀐다. 추웠다 따뜻했다 하는 날씨만큼 -

푸른 잔디에 맑은 하늘, 그리고 그 아래 펼쳐진 성벽들이 여러 얼굴로 나를 맞이한다. 메모장을 열 틈도 없이 사진셔터를 누르게 되는 곳. 변화무쌍한 날씨는 마치 적응하고 안심할 틈을 안내어주는 팔색조처럼 한없이 매력을 더하기도 한다. 공항셔틀을 타고 나오며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해지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도시를 자꾸 뒤돌아보았다.이 자연이 빚은 걸작을 완벽히 감상하기 위해. 

* 내가 떠난 후 조금 뒤 푸른 여름이 오면 오래전 에딘버러의 높은 산책로 위로 햇살이 쏟아지고, 거리로 몰려나온 청년들은 이 멋들어진 성채 위에서 락음악을 틀어놓고 미친듯이 흔들겠지. 오래전 도시가 다시금 되살아나는 마법이 일어날 것이다. 다시 이 도시의 마법을 구경하러 올 날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런던 블랙프라이어라니, 제이슨 본이 너무나 생각나잖아 - !

돌아오는 길  - 비행기는 연착되고, 기차는 원래 출발했던 빅토리아 역까지는 예상대로 이미 끊겼다. 최대한 가는데까지만 가다보니 블랙프라이어 역이었고 여기서 택시든 심야버스든 찾아보기로 했다. 

예측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옆사람에게 짜증을 내거나 옆사람의 짜증에 짜증으로 되받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조심해야 할 타이밍. 비가 오는 새벽 1시반에 올지 모르는 처음타는 심야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참 어지간히도 긴 하루다.​

무사도착

이렇게 에든버러 당일치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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