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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폰 쉰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살짝 걱정하긴 했지만, 그 궁금한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이라는 것이 결국 조금 구차하다고 해야하나, 뭔가 끼워맞춘다고 해야하나, 와닿는 듯 하면서도 100%공감하기에는 부족하였다.

차라리 100세 철학자의 이제껏 살아보니 이렇더라 혹은 법정스님의 무소유같은 깨닫는 실생활 수필이 나에겐 더 와닿드라

그리고 이걸 굳이 비문학적으로 정의내리듯 카테고리를 나누어서 설명을 듣자니 조금 웃겨보였던 것이 사실. 자기의 상황을 내보이며 고백하는 것과 이러쿵 저러쿵 말로만 늘어놓는 것의 잘난척 그 갭이 아닐런지?
그런 의미에서 책이 불필요하게 좀 길었고, 제목과 몇 챕터 이상의 감동을 주지는 못한 것이 좀 아쉽다.



이하는 그 와중 좋았던 남겨두고 싶은 문장들

- 아이자쿠 스즈키는 <활쏘기의 선>에서 부족함의 아름다움, 경제성의 미학을 추종하는 사무라이의 '와비'이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무라이에게 과잉은 무엇보다도 추하기 때문에 혐오스러운 것이었다. 그리고 낭비는 '감정의 결핍'이었다.

- 이 원칙을 창안한 사람은 에피쿠로스이다. 지나친 만족을 추구하지 마라. 감각적인 만족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과다한 만족 후에는 오히려 심신이 침체되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에게 일시적인 만족의 포기는 만족감의 고조로 이어진다.

- 삶의 쾌락과 더불어 인생의 행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한가지 중요한 원칙을 미리 말하고 싶다. 변덕이 심하고 사물들에 많이 의존하는 사람일수록 더 가난한 법이다. 항상 뭔가에 불만스러운 탓에 아주 가난하게 사는 부자들이 무척 많다.

- 뭔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는 고백은 이미 항복이나 다름없다.

- 가난해지는 기술에 대해 말하면서 이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한 두 나라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헝가리와 영국. 어떤 민족이든 나라든 개인이든 남다른 도량은 패배하는 과정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정 당당한 승리자가 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자신의 실패를 침착하고 당당하게, 이상적인 경우에는 약간의 유머를 섞어가며 받아들이는 훌륭한 패배자는 참으로 보기 드물다.

- 대영제국이 초강대국에서 생활보호 대상자로 추락한 과정을 다룬 논문은 도서관 여러 개를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그런데도 어떻게 영국인들의 자부심이 조금도 손상을 입지 않았는지 그 이유는 아직까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인들이 헝가리 사람들과 비슷하게 도박꾼 같은 기질이 있기 때문일까? 도박을 하는 사람은 언제든 잃을 수 있으며 다시 차례가 올때까지 기다린다.

- 영국 사회 형태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신분제도가 존재하지만 누구나 신분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고, 또 오로지 돈에 의해 신분이 좌우되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차이는 행동과 언어인데 이 두가지는 배워 익힐 수 있다. (...) 다른 말로 표현하면 영국인들은 지배자의 민족이다. '지배자라는 것'이 항상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는 '의미를 내포하는 독일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헝가리인들과 영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자기 극기' , 비록 상상의 세계라 할 지라도 '자기 세계의 주인'이라는 의미에서 지배자이다. 헝가리 사람들과 영국 사람들이 국적을 내세우는 것은 교만한 마음에서가 아니라, 특히 인생의 가혹한 순간에 적어도 어떤 특별한 것의 일부라는 감정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런던에서 한동안 같은 집에서 살았던 친구 케빈이 어느날 밤 삶에 지쳐서 배터시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사람을 만류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케빈이 뛰어내리지 말라고 그 남자를 설득한 논거는 "당신은 영국사람이라는 것을 자랑할 수 있습니다"라는 것이었다. (...) 신사가 되려는 사람은 신사처럼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듯 간단하다.


- 진정한 가난은 물질적인 것의 결핍이 아니라 건강이나 아름다움, 부유함, 무엇을 쫒든지 완벽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삶을 기복을 평가할 줄 알고 위기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은 경우에 따라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 인간은 실제로 돈이 없어도, 아니면 최소한 아주 적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생활양식'이다. 이 말은 오랫동안 소비재 산업의 투쟁 구호였다. 앞으로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비결은 독자적인 생활양식일 것이다.


- 그런 식으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오로지 일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가정 때문이다. (...) 우리는 일이 인류의 역사상 오랜 기간 영예로운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정말로 영예로운 것은 인간을 도와주고 치료하고 가르치고 보호하는 것이었다. 부득이하게 필요하거나 아니면 돈을 탐하는 마음에서 일을 했을 뿐이다. 종교개혁 이후에야 처음으로 일은 도덕적인 의미를 부여받았다.

- 집에 들이는 돈이나 집이 위치한 동네가 아니라 손님들을 맞아들이는 자연스러움을 통해서 집은 아름다워진다. 친구들이 모여드는 집을 가진 사람은 부유하다. (...) 런던이나 파리, 빈 같은 도시에서는 집이 크든 작든 상관 없이 집으로 초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켄싱턴 궁에 살든 아니면 라벤더 힐의 연립주택이나 임대 아파트 단지에 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그리고 비록 스파게티 뿐일지라도 친구들 몇명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 아무리 통장이 적자 상태이고 집이 협소하더라도 ,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사람은 식사에 손님 초대하는 기회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 음식은 대화를 나누기 위한 사건이며, 그 사건의 중심은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이다.


- 마지막 마무리는 사진으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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