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떠나기 전, 특히 '휴식'을 모토로 한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여행지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로 (1) 진짜 '공원'에 앉아 책을 읽거나 (2) 특별히 바쁘지 않게 외출차림으로 쇼핑 겸 디너를 즐기길 꼽는다.
하지만 늘 막상 닥치고 나면 시간이 없고, 차림새가 운동화며, 짐이 한가득이라 실패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날 우리는 이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는 시도를 멋지게 해냈다. 하늘하늘 옷을 입고(난 하늘하늘 옷이 없었으므로 팔락팔락 바지) 길거리 쇼핑과 독일맥주집, IVY와 힐튼호텔클럽을 쏘다녔다. ㅋㅋㅋ
언니랑 잠시 헤어져 혼자 돌아다니던 중 길가에서 작은 서점을 발견했다.온 벽이 녹색. 내방 벽지와 같은 색깔이다.
읽지도 사지도 않지만, 이상하게도 난 나라마다 서점에 들르는걸 참 좋아한다. 색색의 책 디자인을 구경하는것부터 한국책, 삽화 스타일, 번안소설의 원작제목까지 요 작은 서점을 구경하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아침이라 그동안 가장 좋았던 서큘러키를 한번 더 찾았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가 보이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는데 바람이 정말 무지하게 분다. 우앗
맑은 바람과 청록색 바다. 철근임에도 예쁠수가 있는 신기한 하버브릿지.이 끝내주는 엽서 속 풍경에서 현실감을 느끼게 해주는 건 바로, 바람!!!
여기있는 나흘동안, 단 한차례도 살랑 바람을 맞은 적이 없다. 보타닉가든 위치를 보려고 편 B4 크기의 지도는 바람에 날아가다 못해 힘주어 쥐고 있는 양끝이 찢어질 지경이다.
서퍼들의 천국이란 말이 괜히 만들어진게 아니다.
보타닉 가든에 도착.
가든이라기보다 거의 숲이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빛이 거의 들어오지 못할지경. 걸어서 둘러볼 크기의 도시에 무슨 공원이 이리도 큰가요. (부러워죽겠네)
화창한 날 시드니는 어디에서 어떻게 찍어도 엽서가 되는데, 그건 바로 저 그림같은 구름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맨리에서 서큘러키까지 데려다 준 페리를 출연시킨 엽서.
잘 찍은 사진은 왜 다 ( ) 안인지?
익서스는 아니지만 이아이도 캐논인데 좀 봐주면 안될까?
이제 지도 없이도 어느정도 익숙해진 거리를 둘러보며
퇴근하는 시드니 시티의 직장인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괜찮아보이는 서점에 들르고, 음반가게에서 부드러운 미소의 솔로가수 음반을 하나 골라 나왔다. 그리고 5시 반에 이미 닫아버린 우체국 앞에서 창 안을 들여다보며 아쉬워하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DFC 갤러리아 면세점은 질 좋은 기념품이 가득했지만, 동양인들의 명품쇼핑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갤러리아 뒤의 벨지엄 홍합레스토랑은 정통 뽀리너 왁자지껄 pub!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자리가 없어 그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지는 못했다.흑흑
두번째로 택한 록스 거리의 독일 맥주집에서 우리는 비록 바깥쪽 조용한 곳에 앉아 수다를 떨었지만 안쪽은 생음악 연주단이 열렬한 연주중. 희뿌연 담배 연기 사이로 맥주잔으로 책상을 부술듯 내려치던 호주 사람들의 신나는 분위기. 대단했다!
연이어 방문한 IVY클럽
반짝이는 조명, 일행을 구분짓지 않는 인테리어, 스테이지를 휘감는 나사계단과 경쾌한 피아노, 칵테일 드레스파티. 심장을 뛰게 하는 음악소리.
호주의 밤은 그 이상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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