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바다가 눈이 시리게 파랬다. 깊고 선명한 파랑에 물도 맑고 투명했다. 깨끗한 공기에 햇빛이 전면에 내리쬐는 수면에 빛의 물결이 일어 눈이 부셨고, 공기는 차가웠지만 바람은 잔잔하고 햇볕에 등판이 따뜻해지는 그런 날씨였다.
이토록 아름다운 날씨에 이토록 예쁜 풍광은 오랜만이었다. 너무 서울에만 갇혀있던 걸까. 속초가 원래 이리도 아름다웠나. 오늘 유독 날씨가 좋은 날인건가 헷갈릴 지경이었다. 불과 몇달 전 강릉에 다녀온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이리도 바다의 맑음이 차이나는 줄 몰랐다. 그야말로 속초의 재발견이랄까.
조용한 콘도방에서 보는 잔잔한 바다와 설악산의 능선들, 산책길 '바다향기로'를 걸으면서 본 투명한 바다, 물회집 앞으로 펼쳐진 청초호의 넓은 시원함이 생각난다. 까페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실 때 통유리창으로 펼쳐진 장사항 근처의 작은 해변, 온 시야에 높은 건물이나 섬들 하나 없이 아득해지는 푸른 수평선의 감동. 결국 해변가 모래에 발을 딛고 근처 야트막한 바위에 올라가 내려다보던, 발 사이로 흩어지던 파도와 바위의 광경
바다를 보면서 문득 주중의 하루는 순간순간들이 얼른 지나가길 바라고, 주말의 하루는 그 짧은 순간들을 아끼며 사는 것이 너무나 수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란 바다를 눈에 담고싶어 바다 한 번 바라보고 눈을 감아보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번 여행만큼은 좋은 숙소에서 그저 바다만 바라보고 앉아 몇시간씩 질리도록 조용히 쉬면서 책이나 보고싶었지만 그렇게 잘 되지 않았다. 카페에 앉아있던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흘러가는 푸른 바다의 광경을 동영상과 타임랩스에 담아보았지만 소용 없었다. 쉼이란 무엇일까. 나는 왜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도 그걸 누리지를 못하는 걸까.
20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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