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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사하맨션





조남주 작가님 책은 처음 읽었다. 82년생 김지영이 하도 유명하여 82년생인줄 알았는데 작가님은 78년생이셨다. 전편의 유명세 때문인지 출간후 교보에 한면을 전부 차지하고 진열된 신작이 눈에 잘 들어왔었다. 남색의 표지가 깨끗하고, 은색으로 반짝이는 맨션의 작은 그림이 너무나 예뻤으며, 제목도 마음에 들었다. SF소설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닌데, 책뒷면에 몇줄 나열되어 읽어본, 가정의 세계가 꽤 흥미로웠다.

언뜻 들춰본 소제목과 그에 따른 전개는 지루하지 않게 잘 짜여져있었다. 서사적 흡입력도 상당하여 이틀만에 출퇴근길에 금세 읽었다. 그러나 고조된 기대만큼 마지막 결말은 그만큼 유기적이지 않았다. 마지막이 의외로 밍숭맹숭하다는 표현이 그럴싸했다.

왜일까. 문장은 비교적 단문들로 산뜻했다. 근래에 읽은 책이 그리스인조르바인데, 그것에 비한 기분 때문인가. 문장들이 복잡하지 않은 정도를 떠나 아주 심플하였다.별로 뜸들이지 않고 쭉쭉 시원스레 이어졌다. 그러나 반대로 내가 정성스런 문장을 골라내는 빈도는 낮아졌다.비단 속도 때문이 아니다.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중에서도 곱씹을수록 주옥같은 구절들이 나와야하는데 , 그것이 좀 아쉬웠다.

그리고 초반 디스토피아적 배경을 세팅하는 과정도 치밀함이 좀 아쉬웠다. 몇문장으로 그냥 훅 넘어간 느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모든 인과관계를 설명하지 않아도 소설을 이어가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마지막 결말과 잇기위한 작업이었을 수도 있지만, 집중도를 흐리는 느낌이 들었다. 구조적인지, 정치적인지, 개인적인지, 여성적인지 뭐든 다 나오긴 했지만 뭐 하나도 못건진 기분.

몇개의 호실과 그곳에 사는(살았던) 개인의 이야기들을 모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마지막에 그 이상의 응집된 시너지의 결말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나열 뿐이었다. 개개인의 사건적 복선은 한꺼풀 뿐이었고 두번을 넘는 깊이는 없었다. 그 개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볼 것이라면 대사로 구체화된 문장을 더 보여주었으면 했지만 , 글에는 기구한 사건과 그에 따른 감정만 남아있었다.

무엇보다도 트루먼쇼류의 허무감을 선사할 것이었으면 , 완벽하게 구도를 짰어야 했다. 반전이라기엔 허술했고, 구조적인 설명도, 디테일도 부족했다. 개인의 이야기조차 전부 해소되지 않았다. 이 사람은 누구인지, 이 기관은 어떤 목적인지, 사하의 네이밍조차 설명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디스토피아 소설 류에서 1984가 주었던 충격이 다시금 생각이 났다. 그런 내면적 묘사가 아니라, 스토리와 소재면으로 간다면 더욱 참신함이 필요해보인다. 다행인 것은 각 인물에 대한 묘사가 짧지만 나름 흥미로웠던 걸 생각하면, 유명세를 한껏 치른 예의 그 전작은 이번책 사하맨션보다는 작가님에게 더 잘 맞는 옷이었겠거니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하맨션의 주민들도 충분히 각기 처연했고 나는 이번에 그 이야기를 꽤 귀기울였으므로 , 그 책은 조금더 나중에 시도해도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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