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Culture

두번의 무용공연 , 푸가와 라 바야데르

1.  푸가 FUGUE

 

바흐의 푸가 중 13곡을 골라 현대무용수와 발레무용수 총 7명이 몸으로 풀어낸 작품.

현대무용을 보는건 굉장히 오랜만이다. 사실 현대무용을 예약하기가 선뜻 쉽지 않은게 사실이니까. 그전에 봤던 공연은 한 7~8년 전인가,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는데 무대연출이나 안무에 있어서 현대적인 해석은 했지만, 내용 자체는 완전 고전이었다. 근데 이 공연기사를 접하고는 흔한 줄거리가 있는 작품이 아닌, 클래식을 춤으로 옮겼다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줄거리가 없는 음악을 춤으로 어떻게 흥미롭게 풀어낼 것인가. 특히 바흐같은 그런 음악을!  

작품은 곡마다 어울리는 안무를 짜서, 어떤 곡은 듀엣, 어떤 곡은 솔로, 어떤 곡은 전체가 다 나와서 춤을 추는 그런 식이었다. 13곡이나 있지만 짧은 건 3분에서 긴건 7~8분. 각 곡이 끝날 때마다 암전이 잠깐씩 있고 13곡이 인터미션 없이 쭉 이어진다. 총 70여분. 안무도 신선했지만 이런식으로 진행되는 건 첨이라 작품의 구성도 매우 신선했다.

 

무용수는 발레전공도 있고 현대무용 전공도 있었는데, 사실 막눈인 내가 보기에 둘을 구분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나마 아는 건 엄재용과 윤전일 정도. 발레단의 양대산맥인 국발과 유발에서, 국립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나 김지영과 유니버설 발레단의 엄재용이 동시에 나온 작품이라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했다.

듣고 보니 그런건지 나도 가장 좋았던건 발레리나 김지영과 발레리노 윤전일, 엄재용 셋이 추었던 작품. 슬픔을 표현한 곡에 한 여자와 두 남자가 번갈아 보이는 감정이 처절할 정도로 전달이 좋았다.

 

작품 전체적으로 바흐의 특징인 도돌이 느낌과, 화음을 쌓는 느낌이 무용수들의 춤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음절음절마다 경쾌하게 끊어지는 음표와 유려한 멜로디가 춤으로 표현하기에 약간 상상이 될 정도로 잘 어울리고 풍부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개인적으로 현대무용에서 몸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곡의 빠르기 조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완급조절을 하기에 바흐의 곡은 너무 템포가 일정하여, 그 부분이 태생적인 약점이 아니었나 싶다.  총 13곡을 하는 시간이 1시간 10분밖에 되지 않아 짧았지만, 한 8번째 곡정도에는 살짝쿵 지루했.....

 

 

 

2. 라 바야데르 LA BAYADERE

불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으로 인도배경의 화려한 색채감을 충분히 맛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 발레대작. 몇년전에 지젤과 비슷한 느낌으로 지선언니가 추천해준 작품이었는데, 최근에 공연예정작들을 보다가 눈에 띄어서 예매했다.

사실 나는 아무 사전 정보 없이 언니 말만 믿고 예매한 터라 막상 당일날까지 아무 내용도 모르고 있다가 가기 전에 부랴부랴 줄거리만 좀 찾아봤는데, 발레는 대사가 없어서 내용전달이 잘 안되기 때문에 줄거리를 좀 알아두는게 좋기 때문이다. 근데 충격적인건 공연중에 대사를 자막으로 중계해줬다는거!!!  ㅋㅋㅋ

최근 유니버설 발레단의 새로운 공연문화라는데 공연전 중요한 몸동작 몇개를 단장님께서 손수 가르쳐 주시고, 그리고 공연중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대사 몇개는 자막으로 띄워준다는 거다. 오페라나 뮤지컬 내한공연할때 자막 띄우듯이!! 이렇게 하는건 처음 봤는데 그간 발레 보면서 답답했던 부분이 좀 해소되고, 무용수들의 몸짓에 몰입도가 더 깊어져서 개인적으로는 괜찮은 문화인듯 싶다. 그들만의 리그도 좋지만 설명이 있는 예술도 괜찮은 것 같다. 관객이 더 잘 이해해야 그 분야에 관심도 많아지고 파이도 커지고 뭐 이래저래 윈윈 아인가.

​발레를 무슨 재미로 보냐 하면 이제 좀 대답할 수도 있을거 같다. 한마디로 비주얼갑들의 비주얼쇼.

화려한 볼거리.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 춤에 대한 열망. 높은 점프와 절제된 움직임. 그리고 합.

영화도 환타지의 고퀄 영상으로 눈요기 하는걸 좋아하는 나에게 발레공연의 화려한 무대는 압도적인 시각미를 제공한다. 특히 라 바야데르는 3막의 백색발레가 유명한데, 백조의 호수, 지젤과 함께 3대 백색발레로도 유명하단다. 32명의 무용수가 하얀색 튀튀를 입고 하얗다 못해 푸른 조명 아래서 줄 맞춰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춤을 추는 장면. 군무도 군무지만, 3막 시작에 무대위에 꾸며놓은 오르막 길 끝 문에서 한명씩 등장하면서 조금씩 전진해 내려오며 같은 동작을 32(혹은 그 이상) 반복하여 조금씩 무대가 채워져 마침내 32명이 다 등장하여 줄이 맞춰지는 건 벅찬 감동같은 것보다 그냥 입벌리고 멍하니 보게 되는 비주얼 쇼크.

안구정화라는 건 이럴때 쓰는 말인가보아.

아름다움의 취향에도 여러가지 코드가 있지만, 흔한 섹시코드보다 조금더 고급진 소수의 취향이랄까. '발레' 라는 약간 부담스러운 이미지의 장벽만 넘는다면 단아하고 청순한 아름다움을 찾아 발레공연을 보는 삼촌팬들도 많아질 수 있을거다.

두번의 인터미션 15분씩 포함하여 총 2시간 40분에 이르는 긴 공연시간이 무색하게 몰입도와 감동이 상당한 라 바야데르. 출연 무용수만 150여명 의상은 400벌에 달하는, 인도코끼리와 황금신상의 엄청난 화려함과 색채감에 압도당하고 싶은 자 .

예술의 전당으로 ㄱㄱ

 

근데 유니버설발레단 이거 5년만에 한거라던데, 담엔 또 언제하려나? 

 

 

 

 

728x90

'Review >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미스터마우스 (김성철 배우)  (0) 2017.03.20
제이슨 본  (0) 2016.08.05
베테랑  (5) 2015.09.01
제나 할리웨이 사진전  (4) 2015.07.27
스텝업: 올인 열줄평  (3) 2014.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