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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Philippine

스쿠버다이빙 신세계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완벽히 새로운 무엇


4번의 스쿠버다이빙, 토탈 2시간쯤 될까.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고 내 몸만을 의지한 채 겪어낸 그 시간은 돌이켜 생각할수록 꿈같은 느낌이다. 

아득히 잔상은 남아있는데 실재했던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꿈처럼 

잡아두지 않으면 손가락 사이로 새나갈것 같아, 지워져 버릴것만 같아서 

흘러만 가는 시간에 자꾸 조바심이 난다.

 

 


물속에서 숨을 쉬어본 것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사방의 바닷물이 폐를 꽉 누른 상태라서 숨을 쉬는 게 기본적으로 뻑뻑한 느낌인데, 

호스로 연결된 산소통에 산소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들숨을 쉬면 신기하게도 숨이 들어온다. 

오랜만에 또 첨단문명 완전 (혼자 뒤늦게) 발견.

 

물속에서는 다들 호흡기를 끼고 있으므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내가 숨을 쉬는 소리만 아주 크게 들린다. 
숨을 들이쉴때 '쉬익'
숨을 내쉴때 '보글보그르륵'
쉬익~ 보그르륵.. 쉬익~ 보그르륵

 

밖에서는 말을 나눌 수 있지만,
입수만 하면 갑자기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떨어진 느낌이 드는건
바로 모든 소리가 차단되는 이 상황 때문이다.


수영장에서 짧은 잠수로는, 

혹은 수영중 호흡을 하면서 실내수영장 타일바닥으로 왕왕 울리는 소리를 섞어가며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삼십여분내내 나 혼자 숨쉬는 소리만 듣고 있는다는 건 꽤나 이상한 경험이다.
정신 수양을 하듯 숨을 쉬는게 장엄한 의식같았던 기억이 난다.



▲ 승희 입수!


배에서 바다로 입수를 할 때는

서서 발을 벌리고 입수하는 방법, 그리고 배 끄트머리에 걸터앉아서 뒤로 입수하는 방법이 있다.

앉아서 입수하는 건 무거운 산소통 때문에 자연히 뒤로 한바퀴 굴러 들어가게 되는데

어릴적에 수영장에서 턴 돌다가 코에 물좀 들어가본 사람은 모두 갖게되는

'코매운 두려움'이 앞을 가린다.


하지만, 고맙게도 스쿠버장비를 활용하면 맨몸입수 때처럼 들숨을 참은채 뛰어들지 않아도

호흡기를 끼고 있으므로 물에 들어가자마자 숨을 쉴수 있다는 놀라운 효과!




#
초보 다이버에게 바다에 있는 시간은 조금의 여유도 나지 않는 긴장감 100%순간들의 집합이다.


처음 하강하는 동안은 천천히 내려가는데도, 수압 때문에 귀가 꽉 조인다. 

코를 잡고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불어넣으면(이퀄라이징) 

귀에서 피리소리 같이 삐익 하는 소리가 나면서 잠시 귀가 편해지는데 그것도 잠시뿐. 

거의 코를 잡고 내려가는 수준이다.


▲ 잔뜩 얼어있는 두 다이버


또 한참 다이빙을 하다보면 마스크가 뿌얘지는데, 바다 온도와 체온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습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이빙할때 마스크 습기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자격증 과정 중에는 마스크에 일부러 물을 넣었다 빼서 시야를 확보하는 '마스크물빼기' 실습도 있을 정도.

 

근데 물속에서 마스크를 벗는다는 게 처음 할 때는 너무나 공포스럽다. 

수영장에서도 물안경 없이는 수영못하는 나는 바닷물 속에서 눈을 뜬다는 건 거의 상상 불가.

나도 모르게 살짝 들어간 바닷물이 뜬 눈에 닿았는데 짠물에 눈이 너무 매워서 그 이후로는 더욱 후덜덜 

첫 다이빙 때는 마스크 가득한 습기를 뺄 엄두가 안 나서 거의 장님 수준으로 다이빙을 했더랬다.

물고기는 커녕 내 팔도 안보였다. 

레인OK를 사갔어야 했는데... ㅜㅜ






조금 익숙해진 다이빙


스쿠버세계가, 모르던 세계가 열린다. 이 세계도 다른 세계만큼이나 깊고, 무궁무진하다. 

허둥지둥했던 첫 다이빙이 끝나고 조금 익숙해진 두번째 다이빙부터 조금씩 여유가 생겼다. 

예쁜 물고기들이 내 귀를 스쳐 지나가고, 손을 뻗으니 손가락 사이로 흩어진다. 

물고기 특유의 그 약간 물컹한 촉감도 충분히 기꺼이 참아줄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특히 세번째 다이빙에 들렀던 TAMBULI AIRPLANE WRECK 포인트 에서는 바다에 가라앉은 비행기를 볼 수 있었는데 타이타닉에서나 보던 난파선의 비주얼이 묻어나와 감탄감탄.

플랑크톤이 많은 난파기 주변에 모여든 물고기들과 사진도 찍고! 

 



눈이 조금 열리니, 바닥에 붙은 산호가 보이고 산호사이에 숨은 물고기가 보이고 해구와 절벽과 바다의 지형들이 보인다. 우주에 가로로 둥둥 떠 있는 우주비행사처럼 내 몸을 자유자재로 틀어 그 넓은 바다를 훑고 다니는 것이다. 물고기와 수중생물도 신기하고 예쁘지만, 내가 다이빙 중 가장 즐거웠던 건, 다름아닌 바로 이 '유영'이었다. 중력에서 자유로운 수중에서 오르락내리락 아무렇게든 움직이며 수영하는 건 과학의 힘을 빌어 즐기는 고차원의 몸의 유희다.

 



하지만 아직 유영에 익숙치 않은 나는,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게 참으로 어려웠다. 

높이는 호흡과 장비의 부력으로 조절해야했고 ,거리는 일자로 뻗은 몸과 오리발질로 조절해야 했는데,  

4가지 중 어느 하나 제대로 되는게 없어서 


유영은 커녕 방향을 조절한답시고 펄럭거리는 펠리컨 날개짓으로 일관하여 다이빙 일행의 비웃음을 샀다.  


▲ 완벽하게 비스듬하게 수영중


삼차원 공간인 이 곳에서 동료가 어디 있는지 찾으려면 고개를 좌우로만 돌려서는 안된다. 양사이드 위쪽과 아래쪽 총 8방향을 전부 봐야 하는데 이말인즉슨 


 1

 2 

 3

 4

 나  5
 6  7  8


동료가 내 시야 180도에 없을 경우에도 옵션이 있다는 것이다. 혼자 해보고 싶었는데 못참고 날 자꾸 도와줘서 오히려 괴로웠던 레니(다이빙을 도왔던 필리핀 보조강사)는 내가 아무리 뒤를 돌아봐도 시야에 안 보여서, 난 산소통이 날 미는지, 레니가 날 미는 건지 모르겠는 미궁에 빠졌다. 아마도 레니는 내 바로 뒤 혹은 3번정도에 위치하지 않았나 싶다.



물이 정말 따뜻했다.

열대의 바다에서는 오랫동안 다이빙을 하고 있어도 열손실이 적어서 체력소모도 적다. 

볕이 잘 들고 따뜻해서 예쁜산호도 많은 세부 앞바다는 다이버들의 천국!


사랑에 빠질것 같아요, 스쿠버다이빙 잇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