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내내 스쿠버다이빙을 빡시게 한다고는 했지만 다이브샵에서의 공식적인 강의 종료시간은 오후 5시.
앞뒷날 다이빙 일정이 정해진 가운데 주어진 저녁시간은
마치 수학여행에서 갑작스레 생긴 자유시간마냥 뭐라도 하지 않으면 손해볼것 같은 느낌이었다.
# 게스트하우스
다이브샵에서 제공한 숙소는 가이사노 그랜드 몰 근처의 콜린우드 빌리지였다.
빌리지 입구부터 우리숙소까지 차로만 5~10분정도는 들어가는 아주 큰 규모였는데,
지은지 얼마 안된게 분명한 깔끔함이 눈에 띈다.
빌리지 바깥의 집들은 진흙위에 판자 대충 세운 집들이라 살짝 걱정했는데
여기는 제법 집들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 일단 안도를 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간 내 눈에 가장 먼저 보인건 주방 벽에 붙은 도마뱀 ... 도마뱀 도마뱀
도마뱀 얘기를 미리 듣긴 했어도 설마 내 눈에 보인 저 덩어리가 정말 그걸까 싶어
옆에 있는 분께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저 벽에 붙은거 혹시 도마뱀인가요...?"
그랬더니 1초도 안되서 '네' 하고 무미건조하게, 전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눈도 깜빡하지 않고 대답. ㅜㅜㅜ
뜨악한 표정을 내심 감추고 애써 그들을 돌려보낸 뒤
2층으로 올라가다가 계단벽에서 목격한 곤충....메뚜기? 여치??
▲ 응? 현관문을 잠그지 말라고? 우린 어떡하라고 ㅜㅜ
이리하여 우린 방 2, 화장실2, 거실 주방 이 있는 큰 집에서, 방 한칸만 쓰게 되었는데,
이는 곤충을 피할 최후의 방 하나만 확보한 채 문 꼭꼭 닫고 피신하려는 셈이었다.
화장실 사용도 꼭 필요한 최소한만.
그런데 마침 물도 최소한만 나와서(수압이 약해서) 그것또한 안습.
방을 하나만 쓴 전략은 나름 성공적이어서 방 안에 벌레를 들이진 않았지만
다음날 아침에 문을 조심스레 열어보니 그 메뚜기님 무려 우리 방 문 앞에 붙어계셨다. 으악
# 첫번째 디너
자유시간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맛있는 저녁을 먹는 일이다.
제리강사님의 추천으로 그랜드몰 안에 있는 MOOON CAFE에 들어섰다. 달이 주렁주렁 달린 문 카페의 정체성은 사실 멕시칸 요리집. 이집트라도 온 듯 정체를 알수 없는 기묘한 장식들과(천장의 부채 샹들리에 같은) 그 와중에 필리핀 직원의 해맑디맑은 인사가 더욱 오묘한 매력이 있다. 필리핀의 음식이란 게 특별날 게 별로 없어서 '이건 먹고와야지 리스트' 자체가 없던 상황에 그나마 현지음식이라고 추천된 GAMBAS 와 무난한 스테이크를 시켰다.
그리고 필리핀産 대표맥주 산미구엘.
우리나라와는 달리 필리핀 현지에는 산미구엘도 종류가 많이 있더랬다.
SAN MIGUEL LIGHT
SAN MIGUEL PILSEN (우리나라 맥주집엔 대개 이것만 있음)
SAN MIGUEL SUPER DRY
오 수퍼드라이!! 난 요놈으로 , 맛은 드셔보지 않은 자 말못할 슈퍼 깔끔한 맛 ㅋㅋㅋ 나이쓰 수퍼드라이.
새우요리 감바스와 스테이크도 곧이어 나왔는데,
저렴한 가격만큼 많지 않은 양과, 분식집 그릇에 담긴 캐주얼한 비주얼에 살짝 실망했으나. 결과는 완전 반전.
바다가 가까운 지역답게 식감이 싱싱하게 살아있는 탱탱한 새우를 씹으며 감탄 또 감탄했다.
쫀득한 스테이크와 탱글짭쪼름한 새우안주에
여행파트너가 되어 첫날을 맞이하는 기쁨을 서로 수줍게 고백하며
맥주가 물이 되어 들어간다. 술이야 물이야~
# 두번째 디너
둘째날 들린 마리바고 그릴은 마리바고 리조트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어제 이은 제리강사님의 추천을 적극 반영한 곳이자, 유일하게 우리가 사전조사를 했던 곳이기도 했다.
치렁치렁한 비치원피스와 더 치렁치렁한 웨이브펌을 한껏 늘어트리며 들어온 외국여성 둘에게 현지 남자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관광객들끼리는 서로 그런 모습을 일부러 바라보지 않지만, 필리피노들은 우리의 눈과 마주친다고 해도 그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오히려 몸통을 아예 우리쪽으로 돌려서 빤히 보고 있는지라, 그 시선을 받은 우리가 민망해 자리를 피할 지경이다. 다행인건 그 시선이 좀 순박한 호기심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어서ㅋ
열대의 오두막처럼 꾸며놓은 자리 하나를 맡아 앉았다. 우아하게 식탁위의 은종을 울려 웨이터를 부르고, 해산물 몇개를 시킨 뒤에, 망고쉐이크와 디저트로 할로할로 도 시켰다.
짜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시킨 메뉴들. 망고치킨샐러드, 구운관자요리, 갈릭크랩
유명한 디저트 할로할로, 맛은 그냥저냥. 달달한 파르페 같았다.
바나나 잎으로 엮은 접시하며, 망고란 이런 과일이라며 충격 가득주는 망고주스 하며,
디테일한 은종, 활엽수가 가득한 오두막,
너무 비현실 아이템이 많아 오히려 인위적인 느낌이 나는 아이러니.
하지만 인위적일지라도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사람들이 있어서 현실감이 돌아오는 아이러니.
설레는 분위기만큼이나 맛있고 친절하여 이래저래 만족.
# 마지막 코스로 동남아 여행의 꽃, 마사지 시간.
울랄라 야시꾸리 오일 마사지. 스톤마사지. 기분 너무 좋음
사진은 물론 생략 으흠
이 맛에 동남아 여행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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