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Book

파과


구병모는 위저드베이커리만 보았다.

파과는
추천이 많아 언젠간 읽어야지 했는데
강렬한 제목으로 잊혀지지 않았고
마침 요새 한권 온전히 읽고픈 마음이 있던 참에
도서관에 있길래 고르는 수고 없이 검증된 걸로 골랐다. 앉아서 초반 10장정도 읽으니 이 책을 끝까지 읽을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스릴러라 그런가 전개가
정윤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과 비슷한 느낌이다.
특히 마지막 장소로 향할 때 이게 결말이구나 싶게 예측되는 부분이 좀 아쉽다.그래도 결말까지 달리고 나서 허무함은 훨씬 덜하다. 그만큼 정서적 충족감이 더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킬러의 내면을 다루는 데서
살임자의 기억법도 생각이 났다.
아무리 노부인이 가장 안 어울리는 직업을 골랐다고 해도 킬러가 공감하기에 보편적이지 않지만  적어도 노화와 상실에 대한 감정의 변화는 보편적이니까.

강박사와의 에피소드에서 느껴지는 온화함
냉장고에 시든 복숭아를 버리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슬픔.

좀더 극적으로 꾸미긴 했어도 등장인물이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그것에서 파생된 삶이 또 얽혀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저 단면적인 빌런보다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좋았다. 다소 급진적인 사건 전개가 조금 흠이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오랜만에 한국소설이라 속이 시원하고 문장과 단어에 힘이 느껴지고
만연체임에도 꽉꽉 들어차 매력적인 것이 활자 갈증을 해소해주었다.

작가 인터뷰를 찾아보니 일부러 그렇게 썼다고 하네.
"불쾌한 만연체가 널리 갖고 있는 가독성의 신화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  

그래도 이렇게 힘있는 만연체라면 난 찬성일세.

------

"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책 중

"삶은 상실의 연속이고 영원한 상실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렇다면 모든 순간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삶을 제대로 의미 있게 사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지 않을까. 지금 그 순간을 사랑하는 것. 인간의 모든 순간은 상실에 직면한다. 그러니 우린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사랑하고 살아야 한다. " 평론 중

"왜냐하면 몰입이 잘 되면 독자들이 페이지를 빨리 넘겨요. 작가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지만 저는 독자가 그 한 페이지를 잡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다음 페이지를 향해 질주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안하고 있어요. 한 시간 만에 뚝딱 읽히고 순식간에 몰입된다, 그런 얘기를 듣다 보니깐 이건 뭔가 잘못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몰입이 잘되고 흡입력이 좋은 소설이 좋은 소설의 일부 기준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게 전부인 것처럼 돼버리면 작가도 독자도 사고의 개성이 없어지지 않을까, 획일화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살짝 들더라고요. 가능성이긴 하지만. 그래서 의도적으로 시간을 좀 들여서 읽으세요 하는 뜻으로 일부러 긴 문장을 썼어요. 이런 불쾌한 만연체가 널리 갖고 있는 가독성의 신화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고.." 인터뷰 중

'Review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도100퍼센트의 휴식  (0) 2026.07.23
카뮈의 여름 결혼  (1) 2026.07.16
나를 리뷰하는 법  (1) 2026.06.11
괴테는 모든 것을 말한다.  (0) 2026.06.10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심윤경  (0) 2023.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