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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오래 기다린 세부와의 첫만남 # 우리가 고르고 고른 비행기는 진에어. 난 처음 타보는 저가항공이다. 처음 생겼을 때, '짙은'을 광고모델로 썼던, 나에겐 친숙한 이력의 항공사이다. 티켓팅 때 연두색 모자를 쓴 분들을 보고 살짝 놀랐는데 비행기 안에 탄 스튜어디스들도 모두 연두색 모자에 폴로 티셔츠,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신발마저 운동화. 편안한 차림만큼 편안한 미소로 승객을 맞는다. 그들중에는 남승무원도 적당히 섞여있었는데 불편한 정장으로 차려입은 여승무원들이 낑낑대며 캐리어를 나르는 것보다 보기에 한결 편했다. 결국은 (승객 눈에 비치기엔) 기내식 및 음료를 대접하는게 대부분인 역할도 남녀가 나누어 하는 걸 보니 훨씬 나았다. 분야를 막론하고 극단적인 성비구성은 난 왠지 모르게 불편해서. 흠흠.. # 그동안 비싼 국적기를 타지 .. 더보기
처음 떠나는 휴양여행 #루틴한 일이 반복되고, 다시 숨이 조금 막힐쯤에휴양 여행을 가고 싶었다. 가깝고 비싸지 않은 동남아로5일짜리 정식휴가 말고 이틀정도 연차를 내서 갈 수 있도록이럴 때를 대비해서 여행지 리스트에서 남겨놓고 있었다.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이 잘 논다고 해양스포츠며, 리조트며, 해산물이며, 호핑이며 어떻게 노는지 한번 다녀오고 나면 어느 주말이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다 하니미뤄만 두지 말고 이번에야말로 스타트를 끊어야겠다! 그런데 은근히 이 휴양여행 동반자 구하기가 어려운 거다. 휴가날짜는 겨울쯤이어야 했고, 여행지는 동남아에,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하고, 휴가를 쓸만한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으로. 그러던 중에 승희를 만났다. 상암동에서 나이키 트레이닝 런을 같이 뛰고 맥주한잔하며 우연히 .. 더보기
쓸쓸함보다는 화려함, 에베소 (에페스) # 에페스는 B.C 2000년 부터 그리스,페르시아,헬레니즘,로마,그리스도교 문화 가 거쳐간백과사전의 설명에 따르면 '중요한 건축물이 수없이 많이 세워진' 곳이다.성경 신약 '에베소서'의 무대가 되는 곳 (Ephesos)이자, 그리스 시대에는 최고 신전이 놓여졌던, 역사적으로 미친존재감 발휘하는 곳. # 에페스 근처에 '셀축'이라는 도시가 있는데 현재의 지리적 교통은 셀축을 중심으로 하고 에페스는 셀축에서 버스를 타고 15분쯤 올라가면 들어갈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리면 매표소까지 양쪽으로 쭉 늘어선 상점들이 눈에 띈다. 카파도키아, 파묵칼레는 워낙 도시 자체에 유적이 구별없이 섞여 있어서 그런 느낌이 적었는데, 여긴 확연히 '관광명소'의 느낌이 난다. 이 작은 도시 셀축에, 에페스를 보기 위한 관광객이 .. 더보기
셀축행 버스타임 #1 여행중 만나는 사람들 외국의 명소들을 두루 구경하다보면, 코스가 비슷한 한국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엊저녁 새벽에 파묵칼레에 막 도착해서 호텔 앞에 잠깐 모였을 때도 한국인들이 너댓 있었다. 한 여자 아이가 새벽부터 눈을 비비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호텔직원에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쏘아붙이는 게 참 보기 민망했더랬다. 그 친구 한 스물 초중반 쯤 되었을까. 뭔지 모르는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서늘한 새벽부터 맨다리를 드러내며 하의실종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타났을 때부터. 옆에 사람들에게 못알아 듣는다며 한국말로, 이런 호텔의 호객행위는 비싼 사기라며 자기가 다 비교해봤는데 한푼도 손해볼 수 없다고 떵떵거리며 캐리어를 끌고 턱을 꼿꼿이 든채 사라져버렸을 때. 한푼도 손해볼 수 .. 더보기
하늘색 호수의 땅, 파묵칼레와 히에라폴리스 파묵칼레의 뜻은 '목화의 성'이다. 아마 하얀 석회산이 꼭 포근한 목화 같아서 그렇겠지. 올록볼록 귀엽게 튀어나온 석회벽은 눈으로 볼때는 별명인 목화만큼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의외로 굉장히 딱딱하여 놀랄 수도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파묵칼레는 훼손방지를 위해서 일부구간을 맨발로만 지나갈 수 있다. 본격적으로 석회바닥이 시작하는 부근부터 신발을 벗어 손에 들고 걸어올라가기 시작하는데 맨발이 닿는 바닥은 우둘두둘한 타일바닥 같은 느낌. 하늘빛깔 물은 햇빛을 받아 적당히 데워진 미온수이다. 정해진 길은 없지만 물줄기를 굽이굽이 돌아올라가다보면 예쁜 호수를 하나씩 품고 지나가게 된다. 큰 물줄기 말고도 석회바닥 전체에 잔잔한 물줄기가 계속해서 넘쳐 흘러내려오지만 바닥은 전혀 미끄.. 더보기
파묵칼레 아침산책 파묵칼레에 도착한 건 새벽동이 터올 때쯤이었다. 버스를 타고 마을 입구 앞에 내려진 손님들은 잠깐 모여있다가 각 호텔로 흩어졌다. 우리호텔로 들어가는 돌무쉬(마을버스)가 다닐때까지는 1시간쯤 기다려야 했는데 콜택시를 불러서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왕복 비용도 만만치 않고 동네도 좀 둘러볼겸 아빠와 함께 근처 길 산책에 나섰다. 서서히 동이 터오는 작은 시골길은 무척 조용했고, 조금 서늘한 공기는 아직 덜깬 몸을 기분좋게 풀어주었다. 길을 걷다가 내가 문득 물었다. "아빠, 여기도 낮에 많이 더울까? " "저기 나무 좀 봐봐. 카파도키아에 있던 것보다 키도 훨씬 크고 잎이 넓지? 그건 식물이 잘 자란단 얘기니까 아마 거기보단 훨씬 더울 거야 ." 학창시절 넉넉찮은 형편 때문에 약대에 가지 않았더라면, 생물.. 더보기
불청객 # 터미널 해프닝 딱히 막히는 것 없이 착착 잘 진행된다 싶을 때 불청객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평온하고 여유로운 셋째날을 마치고 저녁도 맛있게 먹고 버스에서 먹을 간식거리까지 챙겨 버스터미널에 일찌감치 도착할 때 쯤 불상사가 일어났다. 저녁에 도시를 떠나야 했던 우리는 12시에 체크아웃을 하면서 짐은 자신이 6시까지 터미널에 갖다놓겠다는 호텔주인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그 호텔주인은 우리가 탈 고속버스 매표소 사람과 친분이 있어보이기도 했고, 그동안 그래도 별탈없이 서비스를 제공해주었으니 괜찮을 성 싶었다. 마지막날 우리가족은 낮에는 하루종일 조그마한 윌귑시내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두시간여마다 터미널에 들러 짐이 도착했는지 확인했는데, 2시에도 4시에도 짐은 오지 않았지만 6시에 맞춰올 수도 .. 더보기
풍선투어 터키 카파도키아 관광의 절정은 열기구풍선이다. '지형'이 최고의 선물인 이곳을 열기구보다 더 잘 보는 방법도 없으리라. 첫날 게으른 모녀를 두고 아침산책을 나갔던 아빠가 풍선이 하늘을 가득메운 장관을 혼자 봤다며 놀려댔는데 실제로 내가 벌룬투어를 나간 셋째날 아침 그 장관을 하루만 본것이 아까울정도로 장관이 있어 풍선을 타는지 풍선이 있어 장관인지 여하튼 풍선이 장관이다. 확실한 관광상품이다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그래서 놀라우리만큼 많은 회사가 열기구 풍선을 운행한다. 열기구 풍선은 날이 맑고, 바람이 부는 날에 타는 것이 베스트인데, 그날 아침에 비가 오거나 구름이 너무 많아 궂은 날이면 풍선이 아예 뜨지 않으므로 날을 잘 골라야 한다. 뭐, 건조한 기후라서 비는 많이 안 오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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