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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

바뀌는 세상과 멈춰버린 나 진동이 울려서 깼다. 어제 올린 블로그 글에 백다가 댓글을 달았네. 아침에 몽롱한 정신으로 그걸 읽다가 잊을뻔한 어젯밤 꿈이 생각이 났다. 10년 전 같이 일했던 선배님이 나왔다. 그분이 있는 곳에 가서 같이 일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또 거절당하고 그곳을 나오기까지의 꿈. 여기저기 미련이 또 덕지덕지 붙었다. 여자라서, 영어가 부족해서였다. 지나치게도 현실적이다. 돌아보면 10년전 간절한 소망대로 다시금 같이 일하게 된 행운의 몇달간이었다.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아주 소수의 사람들 뿐인데 임신을 핑계로, 또 물리적 환경을 탓하며 너무 그냥 쉽게 흘려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적 나의 열심한 마음을 곱고 예쁘게 키워주신 분. 몸소 보여주신 분. 14년 연차를 쌓으며 난 휴직을 하고, 그분은 관리.. 더보기
임신일기 6 - 휴직을 앞두고 일하는 기분이란 출산&육아휴직을 앞두고 부장님과 밥 먹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왜 이렇게 빨리 들어가? " "그래도 이제 7개월인데요. 출산 전에 준비도 좀 하고 여유도 좀 가져보려구요. " "그게 들어가기 전에는 받는데, 나와서는 못 받는거 알지? " "네? 뭐를요?" "직장에서 봐주는 거 말야. 애 있다고. 임신 중에는 뭘 시키기를 하냐 갈구기를 하냐. 걍 가만히 있음되는데 나같으면 막달까지 다니겠다. " 2008년에 입사한 이래 쉼없이 다녔으니 난 올해 초 만 13년이 지나고 14년차 직장인이었다. 회사 쳇바퀴가 너무 지겨워 휴직이란 걸 간절히 꿈꾸던 때도 있었지만, 소망하던 때 이루지 못하고 나니 오히려 요새는 좀 덤덤해졌었다. 마치 끼니에 밥을 못 먹어 너무 배고픈 때가 지나면 배고픔이 오히려 좀 사라지는 것.. 더보기
브런치 입성기 그러니까 마지막 마무리는 이렇게 썼다. “그간 혼자 여러 기록을 남겼지만 공허한 외침 같아 좀 외로웠는데, 브런치를 통해서는 글과 사진에 함께 웃고 분노하는 독자들을 만나고 싶네요. “ 그게 심사자의 심금을 울렸던 것일까? 🤭 개인적인 블로그를 지향하는 나는, 정보 리뷰 위주의 네이버 블로그로 노출되는 건 부담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티스토리 블로그의 공허함 때문에 적잖은 고민을 해왔다. 블로그가 더이상 유행하는 매체가 아니라는 사실은 받아들이겠지만 그렇다고 클럽하우스로 갈아탈 얼리어답 마인드도 없는 나. 가끔씩 검색에 걸리는 브런치 글들을 보면서 여기가 적절한 건가 고민만 한지도 일년여째. 갑작스런 계기는 의외로 나혼산에 나온 브런치였다. 나라고 못할건 뭐냐. 작가 신청이라는 불편한 심정을 선사하는 절차에.. 더보기
임신일기 5 - 임신 중 직장생활 : 단축 근무 고등학교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던 작년말쯤 우연하게 털어놓은 임신 소식에, 직장녀였던 친구 하나가 내게 조언을 건넸다. 회사에서 쓸 수 있는 ‘임산부 단축근무’란 것이 있는데, 초기 12주까지는 정규 근무시간 8시간 중에 두시간씩 단축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받게 해주는 것이라고. 무려 근로기준법 임산부 보호 항목에 명시된 내용이다. 처음에는 그런 걸 뭘 쓰나 싶었다. 임신을 했다는 건 어차피 몇달 후 떠날 사람이라는 것. 주기적인 발령이나 공모가 일상적인 이 조직에서 곧 발령(휴직)이 예정되어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장기적 업무에는 투입이 곤란하고, 마음도 성의도 떠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같은 업무를 나눠하는 조직의 특성상 옆 팀원에게 아무래도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 더보기
임신일기 4 - 뭐 먹고 싶은지 그만 물어봐도 돼요. 입덧이 없그등요. 초음파 사진과 더불어 임신 클리셰의 최고봉 입덧. 담당 원장님이 6주차쯤 되었을 때 입덧이 없냐고 물었었는데, 그땐 아직 안 온줄만 알았다. 생각지도 못했지 마지막까지 없을 줄은. 당시 입덧이라고 이렇다할 뚜렷한 증세는 느끼지 못했지만 기분 탓인지 조금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그즈음 저녁 들른 껍데기 집에서 후식으로 시킨 닝닝한 냉면이 엄청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몇일 지나지 않아 조금 분명한 증세가 생겼다. 먹을 것이 한번에 많이 먹히질 않는 증세. 저녁으로 샐러드, 두부 반모, 묵 한 줌을 데쳐서 간단히 상을 차렸는데 한 두어개 집어먹고 먹히질 않아 죄다 버린 적도 있었다. 내 요리가 맛이 없는 건지, 입맛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는 게 함정이었지만. 이후에도 분명 충분한 양이 차지 않았다고 생각될 때에.. 더보기
자몽청과 리코타치즈 1. 자몽청 만들기 더운 여름 맥주를 대신할 음료로 1) 탄산수 + 깔라만시 2) 탄산수 + 오미자 3) 탄산수 + 사과주스 4) 탄산수 플레인 여럿 시도해 보았으나 슬슬 지겨워질 무렵 자몽에이드가 생각났다. 신과일 귀신인 내게는 믿고 먹는 자몽에이드! 그러나 요샌 카페에 통 가질 않으니, 이 음료를 마실 기회가 생각보다 별로 없어 (카페에 가게되면 희한하게 아이스라떼가 땡긴다) 자몽청 구입처를 알아보다가 몇군데 실패하고 내친김에 한번 만들어보기로 하였다. 필요한 재료는 그저 자몽 두개와 설탕 와장창 ㅋㅋㅋㅋㅋ 자몽과 설탕은 망원시장에서 조달했다. 자몽 껍질을 벗겨서 1센치 정도로 깍뚝썰어 볼에 담고 설탕을 와구와구 뿌린뒤에 (손질한 자몽양과 1:1정도로 맞추는 것이 레시피이나 죄책감에 조금 덜 넣었다).. 더보기
임신일기 3 - 난임병원 두번째 이야기 : 선생님과의 케미 난임병원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일단 병원은 하나지만 고객마다 개별적으로 택하는 여러 선생님이 있고, 대개 여자 선생님들이다. (내가 다닌 병원은 여섯 분 전원이 여자분이었다.) 그리고 철저한 예약시스템이 따라 붙는다. 고객들은 주로 무표정이다 못해 차가운 느낌이고, 사람이 많아도 개인적 영역을 철저히 지키는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원장실마다 옆에 붙어있는 검진실과 시술실도 매우 독립적이고 프라이빗하다. 아무래도 선택적으로 방문하게 되는 병원인데다, 당장 어딘가 몸이 아픈 사람보다, 지치고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오기 때문인가 그런 생각을 했다. 내 담당 원장님은 이곳 원장님 중 막내였다. 난임병원에 가기로 마음 먹고 나서 가장 처음 닥치는 미션이 어느 병원 어느 선생님을 찾아가느냐인데, 평판과 명성이 .. 더보기
프로의 모습을 보여라? (feat 오사카 나오미의 기자회견 보이콧에 대하여)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의 오사카 나오미가 프랑스오픈 ‘롤랑가로스’를 앞두고 정신 건강을 이유로 모든 기자회견을 거부하겠다고 자신의 SNS에 발표했다. 실제로 1회전 우승 후 기자회견에 참가 하지 않자 프랑스 오픈 측은 나오미에게 만오천불의 벌금을 부과했고 나아가 앞으로 계속 기자회견 거부시 더 많은 벌금은 물론이고, 그랜드슬램 출전 금지(실격)도 강행할 것을 경고했다. 그리고 오사카 나오미는 남은 경기를 기권했다. 사회문제에 지대한 관심까진 없는 나이지만, 유독 관심가는 뉴스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그중의 하나 , 오래전부터 자주 생각하게 되지만 정작 답은 잘 내리지 못했던 문제였다. 야구 선수들의 사생활 논란에 대해서 여러 일들이 있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 프로의 경우(공인의 경우) 어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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